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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그대의 본진에 광자포를 01

:3c 2015. 1. 20. 16:19

제법 거창하게 1번이라는 번호가 붙어 있지만, 아마 오이카와 사이드로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훌게AU가 땡겨서 썼는데 뭐가 뭔지 1두 모르겠네요.. 여러분이 스2를 보시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스2봐주세요... 진12에어 응원해주세요.. 유니폼이 이쁩니다....

뭔가 오늘 안에 2를 들고 와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

 

피지컬에는 한계가 있다. 스가와라는 마우스를 움직이며 생각했다. 그의 유닛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세 번째로 가져간 멀티 지역에 광자포를 건설했다. 그는 자신의 맵 위에 있는 관문들을 바라보았다. 관문으로 뽑을 수 있는 유닛들이 차례차례 나오고 있었다. 그는 손을 빠르게 만들었다. 바로 맞은 편 컴퓨터에서는 카게야마가 마우스를 움직이는 소리가 난폭하게 들려왔다.

 

살벌하게도 한다. 아사히가 중얼거렸다. 스가와라는 그럴 수밖에 없다면서 속으로 투덜거렸다. 카게야마의 환상불사조가 그의 암흑성소를 본 것 같았다. 그는 카게야마의 두 번째 멀티 쪽으로 암흑기사를 보냈다. 이미 저질러진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찌르기가 성공한다면 그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스가와라는 심호흡을 했다.

 

그 둘의 컴퓨터 주변을 팀원들이 둘러쌌다. 카게야마의 모니터를 보던 다이치는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알 수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스가와라의 암흑기사가 카게야마의 일꾼을 때리기 시작했다. 카게야마는 일꾼을 노련하게 움직였다. 결국 회심의 찌르기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암흑기사는 뻘쭘하게 서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타이밍이 엉망이잖아, 스가. 다이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가와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애매하게 웃으면서 추적자의 점멸 업그레이드를 기다렸다. 찌르기가 실패한 이상 방어를 하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는 암흑기사를 움직여 카게야마의 본진을 정찰했다. 이미 병력이 상당히 모여 있었다. 카게야마는 그의 별명인 제왕답게 진군하고 있었다. 그의 본진에 모여 있는 집정관은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있었고, 거신 또한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스가와라는 암흑기사를 모았다. 그가 보지 못 한다면, 그래서 저 거신을 자를 수 있다면. 스가와라는 급박하게 마우스를 움직였다.

 

하지만 결과는 암담했다. 스가와라의 병력은 카게야마의 병력에 싸먹혔다’. 조금 더 여유 있게 해 보는 건 어떨까? 아사히가 그에게 말했다. 거신의 레이저에 넥서스가 날아가려는 순간 스가와라는 GG를 입력했다. 그의 모니터에는 패배, 카게야마의 모니터에는 승리가 떴다. 좋은 연습 게임 감사합니다, 하며 카게야마가 고개를 숙였다. 스가와라는 고개를 저었다.

 

나 어떡하니. 프로리그 엔트리에 겨우 나갔는데.”

 

스가와라가 한탄하듯 말했다. 그는 연습실 한 구석의 화이트보드를 쳐다보았다. 아오바죠사이와의 프로리그 대진표가 적혀 있었다. 1경기 - 비프로스트 맵, 카게야마(P) vs 하나마키(Z), 2경기 - 만발의 정원 맵, 스가와라(P) vs 오이카와(P), 3경기 미로 히나타(Z) vs 이와이즈미(T) 라고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었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대진에서, 스가와라는 허리 경기를 맡고 있었다. 내가 저기서 지면 기세 꺾이겠지,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약한 소리가 입에서 삐져나왔다.

 

복수 하는 거예요! 저번 드림핵 1억 빵!’ 니시노야가 스가와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스가와라는 등받이에 허리를 기댔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 이기고 싶어, 스가와라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면서 말했다. 카게야마는 한 번 더 가겠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는 프로토스 저그전을 준비해야 할 입장이었고, 스가와라는 카게야마를 보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스가와라는 한번 만 더, 라고 중얼거렸다


절대로 오이카와에게는 지고 싶지 않았다.

 

 


***

 

스가와라의 별명은 긁지 않은 당첨복권이었다. 어떻게 보면 찬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별명은 확실하게 부정적인 어조를 담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무난한 선수였다. 일단 긁기만 하면 대박이 확실한데 그 계기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는 최고의 프로토스에 언제나 두 걸음 정도 모자랐다. 같은 팀의 카게야마 토비오와, 라이벌 팀의 오이카와 토오루가 국-내외를 전전하며 모든 경기를 쓸고 다닐 때 그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의 팬들은 언제나 스가와라는 터지기만 하면 된다, 라며 그를 위로했지만 게이머로서 그 말을 마주하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당첨'처럼 보이는 '꽝'이 아닌지 언제나 걱정했다. 방음부스 너머에서 하나, , , 스가와라 파이팅, 을 외쳐주는 팬들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그의 플레이는 오이카와처럼 압도적이지도, 카게야마처럼 재기발랄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냥, 물 흐르듯 무난했다. 공격보다는 방어를 잘 한다는 평가는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특출나진 않았다.

 

그런 그가 저번 년도 드림핵에서는 결승 무대까지 올라갔다. 저번 드림핵은 상금은 1억이었다. 그것도 1등에게 몰아주는 1. 무대의 반대쪽에 있는 사람은 오이카와 토오루였다. 그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프로토스였다. 그의 플레이는 잘 짜인 협주곡과 같았다. 허점이 없는 압도적인 컨트롤, 엇박자로 가져가는 타이밍, 적절한 시기에 부릴 줄 아는 배짱과 버려진 유닛도 다시 쓰는 발상의 전환. 오이카와는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로써 가져야 할 모든 걸 가진 남자였다.

 

스가와라 코우시는 준결승전에서 카게야마 토비오를 꺾었다. 4 : 3이라는 풀스코어로. 천재 프로토스를 꺾은 만큼 기세가 올라 있었다. 자신 있냐고 물어보는 리포터의 질문에 당연하다고 대답 할 만큼, 오이카와 토오루를 상대로 1억을 타가겠다는 배짱을 부릴 만큼 당당했다. 오이카와는 그런 스가와라의 대답을 듣고서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우며 살살 부탁드린다.’고 대답했다. 미리 준비 된 대답 같아서, 스가와라는 그를 꼭 이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드림핵 '1억빵'이 시작되기 전에 블리자드가 준비한 작은 공연이 있었다. 결승 무대에 올라갈 선수 두 명이 관람해 주면 좋겠습니다, 라는 스태프의 코멘트에 둘은 옆자리에 앉았다. 비행기에서도 둘은 옆자리에 앉았었다. 정확히는 스가와라는 카게야마의 옆자리였고,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옆자리였지만. 둘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오이카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상큼 군 이번에도 암흑 성소 가져 갈 거야? 그의 물음에 스가와라는 전혀, 라고 대답했다. 그는 경기 전 심리전을 거는 타입인가 싶었다. ? 스가와라는 오이카와의 저의를 알고 싶었다. 오이카와는 그의 말에, 쉬는 시간에 DVD를 다 찾아 봤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상대가 상쾌 군보다 랭킹이 높으면 암흑성소 가져가길래, 그는 오전조 경기였기 때문에 한가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 완전히 읽히고 시작하는 거네.

-암흑성소 안 가져가면 내가 좋은 거고, 가져가도 내가 좋은 거고.

-너 치사하다. 그래서 내가 가져갈 것 같아?

-머리 좋은 타입이니까 아마 내가 안 가져갈 것 같아하면 안가져가겠지.

-대박 치사해.

-난 우시와카가 안 나오는 경기에서는 모두 1등 하기로 결심했거든.

 

오이카와는 그렇게 말했다. 그는 전혀 스가와라를 보고 있지 않았다. 당연히 자신이 경기를 가져갈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이번 해 말 있을 그랜드파이널에서 우시와카를 꺾고 1등이 될 거라는 말을 내뱉었다. 당당한 선언이었지만 결승전을 앞두고 할만한 말은 아니었다. 두 분 이동해 주실게요, 통역이 스탭의 말을 전달했다. 오이카와가 먼저 일어났다. 그가 입은 유니폼이 조명이 들어 있었다. 흰 유니폼은 깊은 청색처럼 보였다. 스가와라는 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를 눌러 주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이기겠다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의 멘탈을 천천히 털어갔다. 오이카와는 첫 세트를 지독한 광자포러쉬로 시작했다. 막으려고 했지만 쉽게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의 광자포는 치밀하게 계산 된 각도로 들어왔다. 카게야마의 러쉬보다 막기 어려웠다. 정밀한 컨트롤에 힘입어 첫 경기는 십 분도 안 돼서 끝났다. 스가와라는 어이가 없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힘들게 올라온 드림핵 결승을 이렇게 날릴 순 없었다.

 

두 번째 경기에서 오이카와는 보란듯이 암흑성소를 가져갔다. 스가와라는 초반부터 일꾼 피해를 보고 시작해서 쉽게 이길 수 없었다. 세 번째 경기에서 또 그는 광자포 러쉬를 시전했다. 그 무지막지한 초반 날림 빌드에 스가와라는 화가 났다. 평정심을 잃은 네 번째 세트에서 오이카와는 200200싸움을 준비했다. 스가와라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운영이었지만 막을 수 없었다. 초반 '날림 빌드'를 너무 신경 쓴 탓이었다. 모선과 함께 등장한 폭풍함의 위용에 스가와라의 병력은 맥을 못 추리고 쓰러져 갔다.

 

드림핵 결승은 오이카와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오이카와는 GG 전, 본진러쉬 때 일꾼을 데려왔다. 그는 스가와라의 기지 근처에 광자포로 하트를 그렸다. 딱히 실수를 하지 않았는데도 지는 경기가 가장 기분이 나빴다. 스가와라가 엔터를 치고 gg를 누르는 순간, 그 순간 폭죽이 터지면서 종이테이프들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하얗고 반짝이는 테이프들이 낙하하는 무대의 중심. 그 곳에는 트로피를 끌어안은 오이카와 토오루가 있었다. 스가와라는 헤드셋을 벗지 못했다. 손이 떨렸다.

 

승리자의 뒷모습을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자리는 2등이었다. 카메라가 스가와라의 침울한 표정을 잡았다. 방음유리 너머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대 밖에서는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을 것이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드림핵 우승을 차지합니다! 스가와라는 손목에 눈물을 담았다. 헤드셋 너머로 가려진 소리는 남의 우승을 축하하고 있었다. 결승 무대에 같이 선 상대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남자를.

 

종이테이프가 흩날리는 그 무대의 순간, 스가와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먹어 반짝이는 트로피에 키스하는 오이카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유니폼에 그림자가 들어서 검은 색으로 보였고, 그는 투명한 트로피에 입술자국을 남겼다. 오이카와는 익숙한 것처럼 트로피를 들었다. 대회 관계자가 그에게 샴페인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샴페인을 신나게 흔들더니 샴페인을 따 그 거품을 이리저리 뿌렸다.

 

그 환희의 순간을 스가와라는 지켜보고만 있었다. 경기 내용에 화가 났고 자신의 떨어지는 피지컬이 분했다. 종이테이프 가득한 순간을 가려주던 헤드셋, 헤드셋을 잡았을 때 나는 플라스틱 소리. 오이카와 토오루의 머리카락 위로 내리는 종이테이프들. 그 우승의 순간은 타인의 것이기에 너무나도 길었다.

 

 


***

 

그 날 이후 스가와라는 오이카와 토오루가 출전하는 경기는 모두 참가하려 했다. 참가신청을 내고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싸돌아다녔으며, 조지명식에서는 당당하게 도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유연하고 노련하게 빠져나갔다. 심지어 만날 때 마다 한 번씩 꼭, 광자포러쉬를 했다. 열 받는 일이었다. 차라리 추적자로 '/춤'을 입력하는게 나아 보일 정도였다.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의 목표였다. 그는 그 종이테이프가 비처럼 내리는 현장에서 오이카와의 웃는 낯짝을 떠올렸다. 한 대 쳐주고 싶었고, 패배의 쓴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스가와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게임 채널에서 나온 프로모션 영상에서는 오이카와와 자신의 경기를 ‘1억록의 재림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스가와라는 다시 채팅창에 gg를 입력했다. 내가 두 번째 경기인데 우리 팀 기세 꺾일 것 같아. 어쩌지? 에결까지 가기 싫은데. 그는 목을 주무르며 말했다. 그의 옆자리인 다이치가 히나타의 저글링러쉬를 유연하게 막으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게임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 이기고 싶다. 스가와라는 한탄하듯 내뱉었다.

 

오이카와 토오루의 뒷덜미라도 잡고 싶었다. 그의 오만한 얼굴에 찬 물을 끼얹어주고 싶었다. 기분전환을 할 겸 들어간 유투브에서는 프로모션 영상이 자동재생 되고 있었다. 상쾌 군이요? 저번 드림핵에서처럼 짓밟아주고 싶어요, 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오이카와의 얼굴이 거기 있었다. 최소한 얼굴이라도 찌푸렸으면 좋겠다. 스가와라가 말하자 건너편의 카게야마가 그러실 수 있다면서 응원의 말을 내뱉었다. 별다른 위로는 되지 않았지만 스가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스가와라 군의 기지 근처에 꽃밭’을 만들어 드릴 건가요?

 

리포터가 물었다. '꽃밭'이란 광자포로 하트를 그리는 행위를 뜻했다. 오이카와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다가, 사랑이니까요, 라며 상큼하게 대답했다. 그의 그 톡톡 튀는 말투에 스가와라는 캔을 거칠게 구겼다.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 스가와라는 구겨진 캔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카게야마, 라고 부르니 방을 파 놨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꼭 암흑성소도 광자포러쉬도 막아 줄 거야. 그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헤드셋에 반복재생 된 듯 윙윙 울리던 오이카와 토오루 선수의 우승입니다라는 목소리처럼, ‘사랑이니까요하는 목소리가 헤드셋에 걸려 그의 귓가에서 천천히 재생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