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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내 나름의 로맨틱!

:3c 2015. 4. 12. 22:30

   스가른 전력에 참여했습니다. '꽃'이라는 주제였어요.

   저는 왕자님 같고 로맨틱한 오이카와가 좋습니다. 사랑에 빠진 딸기 같은 연애를 해 줬으면 좋겠어요.

   솔직하고 자신감도 있으니까 표현도 왕왕 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록 전력 글은 억지가 왕왕이지만 8ㅅT...! !! 오이스가가 꽃 같은 연앨 했음 싶네요!








0.

   밤에 좌석버스를 타는 것은 그들 만남의 불문율 같은 것이었다. 오이카와는 창 밖에 있는 스가와라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잘 들어가, 라는 목소리가 봄철 벚꽃잎이 떨어지는 것처럼 흔들거리고, 오이카와는 살짝 열어 둔 창문 틈으로 손 키스를 보낸다. 그는 이 순간을 좋아했다. 그게 뭐야, 다음에 이어져 오는 웃음은 해바라기처럼 환했다. 어두운 밤, 주황색 등만 켜 어두컴컴한 풍경이었지만, 스가와라를 바라볼 때면 밤은 한 낮처럼 밝아지곤 했다.

   버스가 출발하면 그는 이어폰을 꼈다.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핸드폰이 노래를 두어 곡정도를 재생하면, 좁은 길이 나온다. ‘시골길’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의 일차선 도로를 달리는 버스, 그 차창에는 두 가지 풍경밖에 보이지 않는다. 분명 낮에는 논과 밭이었을 어둠과, 그 너머를 밝히는 가로등과, 국도를 달리는 차의 헤드라이트, 그리고 드문드문 보이는 민가에서 밝히는 불빛이 만들어내는 꽃다발. 오이카와는 그 두근거리는 풍경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곤 했다.

   그것은 확실하게, 꽃이었다. 흩어져 있는 안개꽃처럼, 혹은 작은 꽃을 피우고 무리를 이루고 있는 벚꽃처럼 확실하게 반짝였다. 별을 따다가 정제해, 피워낸 것처럼 아름다웠다. 오이카와는 그 광경을 볼 때 마다 안개꽃과, 프리지아와, 리시안셔스와 라넌큘러스를 떠올렸다. 알이 큰 꽃도 있었고, 작은 꽃도 있었다. 매번 같은 도로를 달리면서도 그가 생각해내는 꽃은 달랐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꽃들은 스가와라 코우시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이었다.

    오이카와는 그 풍경을 보면서 오늘 하루를 되감기했다. 그는 스가와라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그가 얼마나 상쾌했는지를, 또 라멘에 들어 가 있는 삶은 계란을 먹을 때 노른자를 빼 국물에 휘젓는 모습이나 민트초코프라페를 시키면서 ‘민트가 치약 맛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이해 할 수 없어!’ 라고 선언하는 모습을 반추했다. 떠나 온 지 십 분 정도 되었으나 다시 보고 싶은 마음. 오이카와는 그걸 사랑이라고 불렀다.






1.

   이와이즈미는 엎어져 있는 오이카와의 등짝을 때렸다. 풀 스파이크를 치는 것 처럼 세게 때리진 않았지만, 충분히 힘이 실린 것이었다. 오이카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일어나자, 이와이즈미는 도시락통을 들어 보였다. 점심시간이 될 때 까지 쳐 잤냐 멍청아, 라는 험담 뒤에 따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었다. 이와이즈미는 그가 어제 누굴 만나러 갔었는지를 얼추 알 수 있었다.

    스가와라와 오이카와는 원거리 아닌 원거리 연애 중이었다. 카라스노가 위치 해 있는 지역과, 아오바죠사이가 위치한 센다이는 의외로 거리가 멀었다. 좌석버스를 타고 50분을 곧장 지나야 하는 거리였다. 이와이즈미는 매번 오이카와가 스가와라를 만나러가는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는 연애는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합해서 모자라거나 부족함이 없는 0이 되는 것이었다.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하나마키와 마츠카와가 도시락을 들고 나타났다. 그들은 오이카와의 책상에 도시락을 내려 놓았다. 주섬주섬 푸르는 손길을 보면서 오이카와는 크게 하품을 했다. 너 그렇게 졸면 미조구치가 너 당장 헤어지라고 할 거다. 오이카와는 마츠카와의 말에 고개 끄덕였다.


   “요즘 미조구치가 내 성적 가지고 뭐라고 하기 시작했어.”

   “이번에 전국 못 가면 입시해야 하니까.”


   하나마키의 말에 마츠카와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오이카와는 한숨을 푹푹 내 쉬면서 도시락을 열었다. 그는 흰 쌀밥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러니까 연애 자중 하라는 소리를 돌려 말하는 거야. 이와이즈미는 그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오이카와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널 따라다니는 여자애들한테 이런 걸 찍어 팔아야 하는데. 하나마키가 아쉽다는 듯 혀를 쯧쯧 찼다.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얘는 좀 인기가 없어 봐야 해, 라는 말이 따라왔다. 오이카와는 수업시간에 자니까 연습에는 지장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마츠카와는 이와이즈미의 도시락 반찬을 뺏어 먹으면서 결국 마이너스가 될 거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스가와라를 만나러 가는 걸 그만 둘 수는 없었다.


   “넌 걔한테도 좀 오라 해라.” 

   “맞아, 다른 애랑 사귈 때는 잘도 하더만.”

   “안 돼, 안 돼.”


   오이카와는 입술을 쭉 내밀고 말했다. 그의 억지에 이와이즈미는 다시 한 번 등짝을 때렸다. 오이카와의 표정이 한순간에 못난이처럼 구겨졌다가 펴졌다. 그는 입으로 불평불만을 쏟아 내렸다. 왕자님 놀이 하다가 너 훅 간다, 하나마키가 진지한 목소리로 충고했고 오이카와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렇게 가려고 하는 건데? 라는 질문에 오이카와는 스가가 꽃이니까, 하고 대답했다. 그는 어린왕자는 장미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줬다고 말했고, 마츠카와는 지갑사정은 보면서 만나는 거냐는 현실적인 질문을 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항상 꽃다발을 사느라 지갑이 털려, 라는 비현실적인 말에 이와이즈미는 그의 등을 한 대 더 때렸다. 맞은 자리가 욱씬거려 오이카와는 그 곳을 설설 쓸었다.


   “손해 보는 연애 하지 말랬지!”

   “니가 내 엄마에요?”

   “엄마는 아니지만, 아무튼 내가 손해 보지 말랬지.”

  “이와도 연애 해 보면 알 걸! 연애를 못 해서 모르는 거야!”


   오이카와는 퉁명스럽게 입술을 내밀었다. 마츠카와는 왜 꽃다발을 사 주는 건데? 하고 물었다. 그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 차 있었다. 하나마키 또한 열심히 움직이던 젓가락을 멈추었다. 막 연애를 시작한 그에게 있어서 오이카와의 행동은 ‘참고할 만한 표본’ 중의 하나였다. 이와이즈미는 효율적인 용돈 관리에 대해서 지적했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열심히 흘려들었다. 스가와라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비웃지 않는다면 이야기 해 줄 게. 오이카와는 선심 쓰듯 말했다. 마츠카와와 하나마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와가 비웃으면 어떡해? 그가 물었고, 하나마키는 이와이즈미의 입 속에 밥을 가득 채워버린다는 명쾌한 해결법을 내놓았다. 오이카와는 마츠카와의 레몬녹차를 한 모금 들이키면서 목을 가다듬었다.

   매번 좌석버스에 타고 돌아올 때, 빛무리들이 꽃과 같았고, 그걸 주고 싶어서 닮은 꽃을 사 간다. 그는 이 간단한 명제가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로맨틱함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입을 다셨다. 하나마키가 그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마츠카와 또한 흥미가 있는 듯 했다. 오이카와는 그가 의외로 로맨스 소설을 자주 읽으니, 자신을 이해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건- 내가 항상 보면서 돌아오는 야경이- 

   안개꽃 같기도 하고- 꽃다발 같기도 하고- 별을 꽃으로 묶어놓은 것 같아서-

   그래서 항상 두근거리는데- 내 핸드폰이 별로- 안 좋으니께-

   사진을 찍으면- 이상하게 나와서 말야- 근데 이걸- 나는 상쾌 군한테-

   꼭 보여줘야겠거든- 근디- 상쾌 군이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논밭이 하나도 없는- 그런- 곳이니께 말이여- 그런 야경- 하나도 못 볼 꺼구-

   그러니까- 그거 비슷한- 안개꽃이나- 꽃다발을 안겨서- 내 마음을- 주고 싶었- 달-까-


   하나마키가 제 도시락 통의 밥을 한 가득 떠 이와이즈미의 입에 넣는 것을 신호로 오이카와는 입을 열었다. 이와이즈미의 입에서 밥이 튀어나올까, 혹은 배구 명문 아오바죠사이 고등학교의 에이스 스파이커의 손힘으로 등짝을 세게 맞지 않을까 고민하는 바람에, 오이카와 소년의 목소리는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쉼표를 담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노래를 하듯 말을 늘렸다. 그는 눈을 깜빡였다. 이와이즈미의 미간이 잔뜩 좁혀져 있었다. 그는 가끔씩 오이카와의 엄마처럼, 그가 손해 보는 것과 사랑에 빠져 헛손질을 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이와이즈미는 효율적인 연애를 하라고 몇 번씩이나 설교하곤 하던 남자였다. 그의 입은 과다하게 먹은 밥을 여전히 씹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미리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머리만은 맞을 수 없었다. 추억이 하나라도 날아간다면 매우 아쉬울 것 같았다. 스가와라의 웃는 모습 하나라도 잊을 수 없었다. 마츠카와는 오이카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웃었다. 너 진짜 순정만화 남주 같다, 라는 말에 하나마키는 고개를 저으면서 주말드라마 서브남주나 되면 잘 된 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어쩌누, 이것이 내 나름의 로맨틱인걸.”


   오이카와는 그렇게 말하면서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는 억울한 듯 흰 밥을 꼭꼭 씹었다. 그래서 그 상쾌 군은 기뻐 해? 마츠카와가 물었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야경을 보여주고 싶어’라는 건 모르지만, 그래도 활짝 웃는 게 예뻐. 그가 그렇게 말하자, 이와이즈미는 또 호구 잡혔다는 말을 하면서 혀를 쯧쯧 찼다. 그의 혀 차는 소리에 오이카와는 혀를 내밀었다.

    아, 상쾌 군 보고 싶다. 오이카와는 동그랑땡을 씹으면서 말했다. 하나마키는 돈도 없는 게 밥이라도 잘 먹어야 한다며, 스팸 두 조각을 오이카와의 밥 위에 올렸다. 자취생 신분에 스팸 두 조각이면 금쪼가리다 야, 라면서 마츠카와도 그의 밥 위에 참치 통조림 몇 점을 올려주었다. 오이카와는 그걸 입 안에 넣고 씹으면서, 다시 한 번 어제의 야경을 떠올렸다. 스가와라가 잔뜩 담겨 있었다.

    지평선-에 가까운 넓은 평야에 논-밭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었다. 열린 창틈으로 올린 바람이 더 이상 예쁘게 보이지 않아도 되는 그의 머리카락을 간질였고, 얼굴 전체에 흐르는 바람에 눈을 야트막하게 뜨면서 창밖을 바라보면 별꽃 같은 빛무리들이 가득했다. 언젠가 스가와라와 함께 본 밤벚꽃을 생각하면 그것 풍경은 그에게로 다가와 꽃이 되었다. 그 꽃의 이름은 언제나 사랑이었고, 스가와라였다.

    그 광경을 봤기에, 그게 소중하다고 생각했기에 계속 좌석버스 막차를 타는지도 모른다. 오이카와는 뒷머리를 슬슬 긁었다. 혼자만의 로맨틱, 그 만의 은유를 스가와라가 눈치 채 주면 좋겠지만 딱히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그는 문득 푸스스 웃었다. 애인 생각했냐, 하는 이와이즈미의 큰 한숨은 오늘따라 즐겁게만 다가왔다. 다음번에는 환하게 핀 프리지아를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오이카와는 다시 한 번 스가와라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책상 서랍에 넣어 둔 핸드폰을 꺼냈다. 지금 당장 말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았다. 옆에서 이와이즈미가 하나마키에게 연애 하면 다 이렇게 되느냐고 묻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마키는 뭐 그렇지, 나도 매일 사랑한다고 외치지 않으면 뭔가 목 막혀서 죽을 것 같고. 오이카와는 바로 그런 느낌이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사랑은 봄이었고, 야경이었고, 신문지로 포장한 안개꽃다발이었으며, 넓게 펼쳐진 꽃 같은 가로등 불빛을 달리는 버스였다.


    사랑해, 하고 그의 엄지손가락이 움직여 말을 만들었다. 어제 같은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