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가] "오르가즘"
미성년자에서 벗어 난 다음에 바로! 술집에 가는 까진 애들을 쓰고 싶었습니다.
풋풋하면서도 장난스럽고 야한....그런...연애주도권 싸움을 그리고 싶었는ㄷ네...네... 이상과 현실은 다르죠...
***
칵테일 바 이름은 ‘호젓한’이었다. 오이카와는 그 형용사와 지금의 분위기가 꽤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바에는 둘 이외의 아무도 없었다. 테이블 석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바텐더 또한 그들을 방해하지 않았다. 간간히 실내에 틀어놓은 천장에 달린 히터에서 바람이 나와 풍경을 건드는 소리가 들려 올 뿐이었다. 스가와라는 테이블 위에 장식 된 호두까기 인형의 머리카락을 톡톡 건드리는 중이었다. 그의 손은 보통 남자애들보다 하얬다.
오이카와는 제 손바닥을 들어 스가와라랑 손을 맞춰보았다. 딱 반 마디 정도로 오이카와의 손가락이 길었다. 스가와라는 대단해, 하고 칭찬하며 웃었다. 그의 웃음은 ‘준 벅’을 마셨을 때의 첫 맛 만큼이나 청량했다. 오이카와는 별 거 아닌데, 라고 대답하면서도 괜히 메뉴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통 그와 같이 다니는 이와이즈미는 직설적인 화법이면서도 절대 그것이 ‘칭찬’의 형태로 나타나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런 직접적인 칭찬에 약한 편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의 첫 데이트였다. ‘성인’이라고 해도 1월 1일에서 고작 한 걸음 밖으로 나갔을 뿐이었다. 오이카와는 눈을 굴리면서 메뉴판을 바라보았다. 인터넷에서 대충 레시피를 봐 왔고, 메뉴 몇 개를 외워왔지만 칵테일 이름을 보면 볼수록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는 것 같았다. 그는 스가와라를 살펴보았다. 그는 거꾸로 된 메뉴판에 시선을 돌린 주제에, 입으로는 어제와 그제 ‘아사히’와 ‘다이치’와 보냈던 1박 2일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질투 할 걸 알고서 하는 행동일까, 오이카와는 입술을 내밀었다.
“질투해?”
“아니, 이 오이카와 씨가 질투할 리가 없잖아.”
“질투 하는 줄 알고 설렜는디.”
스가와라는 꽤나 발랄하게 웃었다. 그는 의외로 직설적인 면이 있었다. 오이카와는 난데없는 속공에 머리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 나 골랐으니까 너 골라, 하는 그의 목소리에 스가와라는 메뉴판을 받아들었다. 그는 꽤나 골똘히 글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미간이 좁혀지는 모습은 꽤나 귀여웠다. 오이카와는 자신이 고른 칵테일의 이름을 속으로 속삭였다. 오르가즘, 이라는 이름이었다. 꽤나 섹시한 느낌의 단어였기 때문에, 의외로 어필이 되지 않을까. 그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았다.
스가와라는 마가레타, 라고 대답했다. 마르가리따? 마가레타, 라고 계속 발음하는 그의 입술모양이 귀여웠다. 마치 ‘롤리타’를 발음할 때처럼 그의 혀는 그의 윗니 뒷켠을 노크하고, 탄식을 내뱉듯 타, 하고 발음했을 것이었다. 오이카와는 그의 입술 안에 있을 붉은 혀를 생각했다. 꽤나 유혹적인 모양새일게 분명했다. 그는 눈을 깜빡이다가 나는 오르가즘, 하고 대답했다. 오오오, 하고 스가와라가 호응해왔다. 조금이라도 어른스럽게 보였을까. 오이카와는 고민하면서 라임처럼 웃어보였다.
오이카와는 진한 커피우유 같은 그 칵테일의 색에 실망했다. 그는 ‘섹스 온 더 비치’ 같은 자칫 경박하면서도 직설적인 이름을 가진 섹시함을 주문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스가와라의 잔을 바라보았다. 라임색 칵테일 잔의 위에는 소금으로 만든 원이 있었다. 스가와라는 안주로 나온 크레커를 집었다. 그는 작게 나뉘어 있는 치즈를 포크로 반절 정도 잘라 크래커에 발랐다. 그는 그의 손길이 매우 우아하다고 생각했다. 오이카와는 잔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스가와라 또한 잔을 들었다. 짠, 하는 경쾌한 소리가 고요한 바를 울렸다.
오이카와는 칵테일을 입에 댔다. 달달한 커피와 함께 알코올이 훅 끼쳐왔다. 그것은 그의 입천장에 열기를 불어넣었다. 여름에 비치는 따가운 햇살, 그 뜨거움에 익어버린 공기가 그의 입으로 돌진하는 느낌이었다. 스가와라는 의외로 술을 잘 마시는 지 칵테일을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일단 섹스어필은 실패인 것 같아, 하는 생각이 들어, 그는 조금 울적해졌다.
그는 포크로 과일을 찍어 자신의 입 안으로 가져갔다. 스가와라는 여전히 다이치와 아사히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그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매년 이맘 때 쯤을 같이 보냈다는 것과, 아사히의 생일이 1월 1일, 다이치의 생일이 12월 31일이며, 스가와라의 생일은 그들의 중간지점에 위치 해 있다는 필요 없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래집단은 이 나잇대 애들의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지만, 애인이랑 만나서도 다른 남자의 이야기를 하는 건 반칙이었다.
목이 타는 것 같아 오이카와는 잔에 입을 댔다. 훅, 하고 끼쳐오는 열기는 여전했다. 그는 그 칵테일이 ‘섹스를 할 때 미쳐버리겠는 감각’ 쯤을 재현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노골적인 이름은 그것을 뒷받침 하는 것이리라. 그는 멍하게 눈을 깜빡였다. 볼이 달짝지근해졌다. 스가와라의 차가운 손이 그의 볼을 만지작거렸다. 너 볼 빨개, 하면서 웃는 미소는 겨울 바람처럼 상쾌했다. 오이카와는 그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있자나, 오이카와가 살짝 풀린 혀로 물었다. 왜-애? 하면서 말꼬리를 늘이는 스가와라는 꽤나 기쁜 것 같았다.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의 손을 볼에 댄 채로 고개를 숙였다. 아사히랑 다이치 이야기 그만 하면 안 돼? 나 조금 질투날라구 그래, 오이카와는 솔직하게 말했다. 스가와라는 좋아, 하고 쿨하게 대답했다. 그럼 네 이야기 해봐, 라고 당돌하게 다가오는 스가와라에게 오이카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저번에 이와이즈미가.”
“나 이와이즈미 이야기 듣기 싫어.”
나 이와이즈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랑, 제일 싫어하는 거 다 알고 있는디, 스가와라는 소악마처럼 미소지었다. 오이카와는 괜히 그의 손을 놓고, 크래커를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담백한 크래커를 잘게 씹어 목으로 넘길 때 쯤, 그는 칵테일을 한 모금 더 마셨다. 훅 끼쳐오는 열기와 그 이후 들어오는 달달함은 여전했다. 오이카와는 한 해의 마지막과 새해 첫 날을 다이치와 아사히에게 뺏긴 게 싫다면서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가와라는 마치 엄마 같은 말투로 너도 이와이즈미와 같이 했으니 쌤쌤이라면서 작게 혀를 내밀었다.
오이카와는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열기가 갑자기 끼쳐왔다가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너 술 못마시는 구나? 스가와라가 물었다. 스가와라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저었다. 오이카와 씨는 술을 꽤나 잘 마시는데, 이게 야해서 그래. 꽤나 설득력 없는 말이었다. 그는 어둡게 밝혀진 백열등 아래에서, 스가와라는 그에게 손을 뻗어 셋팅된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군데군데 왁스가 발린 머리카락이 딱딱했다.
오이카와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명백한 ‘삐짐’이라는 의사 표시였다. 오이카와는 잔 입구를 검지로 느리게 쓸었다. 하나마키에게 배워 온 섹시해 보이는 제스쳐였다. 그렇지만 스가와라는 웃는 표정만 지을 뿐 그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여주지 않았다. 오이카와 씨 조금 상처 받을 것 같아, 라는 맥락 없는 말에 스가와라는 왜, 하며 물어왔다. 그의 목소리는 꼭 설탕만큼 달았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저었다. 알려주기 싫어, 라는 말을 덧붙이자 스가와라는 귀엽네, 하고 내뱉었다.
이상하게 스가와라와 교제한 이후, 연애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어려웠다. 그는 언제나 한 걸음 쯤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부처님 손바닥 위에 올라 있는 손오공이 이랬을까. 오이카와는 아찔해져오는 앞에 눈을 감았다. 우리 토오루 누가 잡아가면 어쩔까, 하며 스가와라가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취한 건 아니었다. 그는 이게 너무 섹시하고 화끈해서 잠시 눈을 감고 음미한 거라는 드립을 날렸다. 스가와라는 ‘오르가즘 같아?’ 하고 물었다. 오이카와는 아직 안 해봐서 모르겠어, 하고 대답했다.
그 뒤에는 애기네, 하며 어르는 목소리가 따라왔다. 오이카와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자꾸 스가와라가 자신을 어린 아이 취급한다고 생각했다. 오이카와 씨는 말이에요, 스가와라 씨의 애인이구요, 하며 따지려 들려는 것을 스가와라는 따스한 눈길로 보고 있었다. 완전히 삐졌다는 듯 말없이 치즈를 포크로 떠 입에 넣자, 스가와라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오이카와는 멋들어지게 쌓아놓은 도미노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주먹 크기로 뭉쳐졌던 눈덩이가 언덕을 굴러 내려가면서 그 덩치를 불려 커다랗게 되는 것처럼, 그는 그들의 주량―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다짜고짜 술집에 들이닥친 게 패인이었다―과, 이름만 섹시한 칵테일이 제 역할을 못했다고 생각했다. 스가와라는 재미있다면서 컵 주변을 핥았다. 다시 그의 붉은 혀가 꿈틀거렸다. 그는 소금을 조금 핥고, 칵테일을 마셨다. 그의 혀 위에 놓인 하얀 색의 소금 결정은 꽤나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오이카와는 제 잔을 집어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의 화끈함이 목젖을 타고 흘러 내려갔다. 아찔함 끝에 끼쳐오는 단맛은 키스―혹은 섹스―의 그것과 닮아 있을 것이었다. 오이카와의 눈동자에 스가와라가 가득 차 있었고, 그의 눈동자 또한 그리했다. 스가와라는 그의 눈동자를 보다가 살포시 웃었다. 그는 잔 주위에 촘촘히 둘러져 있는 소금을 혀끝으로 찍었다. 그 애매한 유혹은 오이카와가 준비했던 어설픈 동작보다 훨씬 농밀한 것이었다.
마가레따, 하고 스가와라가 다시 칵테일의 이름을 발음했다. 벌려진 그의 입 사이로 아직 녹지 않은 하얀 소금 결정이 들어왔다. 야살스러운 감각이었다. 오이카와는 눈을 깜빡였다. 아찔하게 다가오는 취기 사이에서 그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테이블 석에는 그 둘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호젓한’ 분위기였다. 멀리서 풍경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 올 뿐이었다.
키스해도 괜찮아? 오이카와가 물었다. 둘 사이에 어느새 팽팽하게 섹슈얼 텐션이 당겨지고 있었다. 스가와라는 눈을 감으며 미소 지었다. 나 원래 술 마신 사람이랑은 키스 안하는데,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고, 그 그림자는 떨리고 있었다. 미성년자에서 성인이 된지 하루 정도의 걸음이었다. 그들의 모든 행보는 설렘과 떨림, 그 두 가지로 짜여진 보도블록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오이카와가 살짝 몸을 일으켰다. 의자에서 떨어진 엉덩이의 간격만큼의 두근거림이 그와 그의 입술 사이에 닿았다.
무슨 맛이야? 스가와라가 물었다. 오이카와는 그의 입술을 혀로 핥았다. 조금 더 마셔봐야 알 것 같아. 그의 대답에 스가와라는 나는, 커피맛이 났어, 라고 응수해 왔다. 오이카와는 마지막 음절을 발음하며 벌려진 그의 입술에 혀를 집어넣었다. 순간과 순간의 서투름이 맞닿았다. 스가와라의 하얀 손가락이 그의 잘 셋팅된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손 끝에 매달려 있는 머리카락이 잡아당겨지는 만큼의 짜릿함이 목구멍 끝을 간질거렸다.
그것은 ‘마가레따’ 혹은, ‘오르가즘’과 같은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