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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청어 간장 조림과 토마토 된장국에 어울리는 반찬에 대하여

:3c 2015. 3. 1. 22:27

 스가른 전력, [눈물] 이라는 키워드로 쓴 글입니다ㅠㅠㅠ...요시나가 후미의 어제 뭐 먹었어? 를 보니까 요리하는 오이카와랑 받아 먹는 스가와라가 쓰고 싶어져서...:3c... 






 ***


   오이카와 토오루는 우울했다. 그랬기 때문에 청어간장조림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청어는 겨울 생선이었고, 이 날씨에 퍽 어울리는 맛이었다. 그는 냉장고에서 그 푸른 생선을 꺼냈다. 겨울 청어는 살이 도톰하게 올라 있었다. 동그란 눈에는 슬픔을 가득 담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나무도마 위에 그 생선을 얌전히 놓았다.


    생선을 자를 때에는 언제나 눈을 가리고 싶어진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보이기도 했다. 오이카와는 그 투명한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안타깝지만 오이카와 씨는 널 먹을 거란다, 그는 일부러 흥얼거렸다. 생선에 대한 마지막 예의로 머리를 빼고 간장에 조릴까 싶었지만, 아쉽게도 청어의 맛은 머리에 몰려 있는 법이었다. 그는 심호흡을 했다.


   냉장고에서 꺼낸 청어를 도마 위에 올리는 그 사이에 정이 든 건지, 오이카와는 청어의 눈을 마주볼 수 없었다. 아까 방 안 한 구석에서 울던 자신과 닮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도마 위에 누운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날 먹지 마, 라고 애처롭게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다가왔다. 오이카와는 한숨을 내 쉬었다.


   하지만 그는 능숙한 요리사였다. 그는 차조기의 목을 잘랐다. 그리고 몸통을 사선으로 처리했다. 생선의 몸통을 사선으로 자르는 것은 의외로 현명한 일이었다. 어디가 ‘몸’이고 어디가 ‘꼬리’인지 모르기 때문에, 젓가락이 고루 가게 만든다. 분명한 부위는 눈뿐이다. 오이카와는 울고 있는 청어의 내장을 손질했다.


   요리를 하면 복잡한 마음이 정리 되는 법이었다. 배구를 그만 두던 날, 그는 청어를 졸였었다. 정종과 미림, 설탕과 진간장, 물을 같은 비율로 넣고 섞으며 울었고, 그 간장에는 오래 된 염좌가 오롯이 들어 있었다. 그는 청어처럼 졸여졌다. 오이카와는 찬장에서 간장을 꺼냈다. 조림은 가장 눈물과 닮은 맛이었다. 오늘 경기에서는 이와이즈미와 카게야마가 활약했다. 둘은 같은 팀이었고, 오이카와는 그게 퍽 슬펐다.


   파트너를 오랜 라이벌에게 빼앗긴 기분이었다. 그가 코트를 떠난 건 오래 전 일이었고, 그는 이제 부엌의 식기구를 지휘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지금 와서 아쉬운 건 아니었지만 가끔씩 그의 마음은 청어처럼 팔딱이고, 쉽게 가라앉을 때가 있었다. 그는 조림간장을 만들면서 민어나 우럭을 졸일까 생각했다. 애써 괜찮은 척 하려는 나름의 발악이었다.


   그는 실파를 한 손에 잡고 도마에 눌렀다. 완전히 순서가 잘못 된 요리법이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경기 하나 때문에 마음이 울렁거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이카와는 청어 냄새 가득 나는 도마에 칼질을 했다. 배구 코트와 배구화가 마찰하는 소리와는 퍽 다른 소리가 규칙적으로 났다.


   목에 갈치 뼈가 걸린 기분이었다. 오이카와는 자신의 동거인의 직업을 떠올렸다. 배구 코트에 제법 가까이 있는 일이었다. 이래저래 보통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오이카와는 청양고추와 통생강을 꺼냈다. 그는 생강을 얇게 저몄다. 생강의 알싸함이 손끝에 묻을 때 마다, 그는 우울해졌다.



   음식에 묻은 사연 때문에 우울한 건지, 아니면 원래 우울한 기분을 청어가 만드는 건지 오이카와는 영 알 수 없었다. 대파와 청양고추가 내는 향에 코가 찡해졌다. 눈물이 났다. 그는 오늘 조기조림에 내놓을 반찬들을 떠올렸다. 간장조림에는 야채와 매실 장아찌도 들어간다. 일품요리인듯, 일품요리 같지 않은 애매함이 묻어 있었다. 오이카와는 코를 킁킁거렸다.


   손을 얼굴 가까이 대니 매운 내가 돋아왔다. 그가 내는 도마 소리처럼, 카게야마가 올린 토스를 치는 이와이즈미의 모습이 돋아왔다. 부상만 아니었어도 부엌이 아니라 그 곳에 있을 수 있었을까. 애매한 생각들이 그에게 떠올랐다, 다시 사라졌다. 마치 국물의 대류 같은 느낌이었다. 그의 볼로 눈물이 떨어졌기에, 그는 토마토 된장국을 하기로 결심했다.


   토마토 된장국과 청어 간장조림. 맛이 센 반찬들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아 줄 음식이 필요했다. 그는 입술을 빼쭉 내밀었다. 조금 있다가 장을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오이카와는 냉장고를 열었다. 요리 순서가 뒤죽박죽이었다. 내심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그는 코를 킁킁거렸다. 그는 손을 한 번 씻고 냄비를 불에 올렸다. 그는 간장 소스를 넣은 다음 청어와 재료들을 가지런히 올려두었다.


   청어 간장 조림은 강한 불에 세게 졸여야 한다. 간장냄새와 고추 향이 그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는 코를 훌쩍거리면서 알토란을 꺼냈다. 돼지고기를 렌지에 해동시키고, 오이카와는 쌀을 세 컵 퍼 씻었다. 쌀뜨물은 토란을 삶을 냄비에 부어 가스레인지 위에 올리고, 그는 눈을 깜빡였다. 스가와라가 보고 싶은 날이었다.


   스가와라는 자신에게 의지하려 하지 않았다. 그 사실에 눈물이 더 번져왔다.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날이 있었다. 그는 쌀을 마지막으로 씻어 밥통에 올려두었다. 약하게 기침이 났다. 눈물이 목에 걸린 탓이었다. 스가와라는 흰 쌀밥 같은 남자였다. 재미있는 구석은 없는데다가, 쾌청한 날 보다 우울해 보이는 날이 더 많았다. 그게 자신과 같은 이유일까, 오이카와는 토란을 끓는물에 넣으면서 생각했다. 토란이 냄비의 위아래로 흔들렸다.


   그는 오늘 받은 문자를 떠올렸다. 혼자 밥 먹어, 라는 스가와라의 메시지였다. 그게 오이카와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오이카와는 냉장고에서 토마토를 꺼내왔다. 혼자 먹는데도 둘이 먹는 것처럼 반찬을 준비하고 있었다. 습관이란 무서운 일이고, 그 습관에 비롯되는 감정들은 대부분 우울한 것이었다. 배구를 그만두기로 결심 한 다음 날 그는 다섯 시에 일어났었고, 애인과 헤어지고 난 다음 날에는 이인 분의 식사를 만들곤 했다.


   그 비틀어진 사건들을 그는 간장에 진하게 조렸다. 그는 냄비 뚜껑을 열고 끓고 있는 조림간장을 청어 위로 부었다. 눈물 같은 맛이 우러나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혼자 식탁에 앉는 일을 싫어했다. 사랑의 반대말은 외로움이었고, 그것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홀로 밥을 먹는 일이었다. 빈 식탁은 모래알을 씹은 것처럼 버석거리기 마련이었다. 그는 괜히 입을 움직였다. 그는 토란이 든 냄비 불을 서둘러 껐다.


   그는 토란을 깠고, 쌀뜨물에 익혔다. 그는 돼지고기 안심을 볶았고, 된장국 육수를 우렸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이미 그의 서브에는 깊은 군살이 붙어 있을 것이었다. 외로웠고, 그 과정은 여러 울음을 동반한 길이었다. 배가 고팠다. 그는 불이 꺼진 식탁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 쉬었다. 숨은 짙게 내렸고, 그는 청어 밑 가스레인지를 껐다.


   그는 청어 간장 조림을 그릇에 담았다. 홍고추를 어슷썰기 해서 갈색으로 졸여진 청어 위에 올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지독한 우울함이 그 위에 있었다. 그는 토란을 안심과 함께 볶아냈고, 된장국에 토마토를 넣었다. 스가와라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오늘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오이카와는 이인분의 식사를 만들었다.




   밥통이 소리를 냈다. 뜸이 들려면 삼분 정도가 남았다. 그는 시계를 확인했다. 스가와라가 들어와야 하는 시간이었다. 외로운 날 혼자 먹는 밥맛은 최악이었다. 아무도 그를 괴롭히지 않았고, 오이카와 토오루에게 서운하게 대하지 않았지만, 그의 기분은 탄 간장만큼 암담했다. 우연이 겹쳐서 최악이 되는 건 익숙한 일이었다.


   기분이 울렁거렸다. 밥통이 뜸을 들였다고 경쾌한 소리를 냈다. 장하네, 하고 그는 밥통을 칭찬했다. 그는 플라스틱 주걱으로 밥을 잘 저었다. 밥 김이 손에 닿아 뜨거웠다. 그 따듯함에 괜히 더 울컥했다. 그는 식탁 앞에 앉았다. 오이카와는 김나는 음식들을 바라보았다. 채소가 조금 부족한 것 같았다.


   눈앞에 네가 있다면 당장 양배추를 자를 텐데. 오이카와는 고개를 숙이고, 밥을 조금 떴다. 둘이 산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혼자 하는 식사가 어색했다. 그는 입맛을 다셨다. 잘 먹겠습니다, 뒤에 돌아오는 웃음은 없었다. 원래는 스가와라가 하는 말이었다. 그 다음에는 ‘맛있게 먹어주세요’ 라는 말이 따라와야만 마땅했다.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 셔벗을 먹을까. 그는 쌀알을 씹으며 생각했다. 그는 청어에 손을 댔다. 간장 맛이 진하게 스며서 맛있었다. 토란도 나쁘지 않았고, 토마토 된장국도 평소보다 더 잘된 것 같았다. 오이카와는 깊게 울었다.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 사춘기 소녀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세게 문질렀는지 눈가가 당겼다.


   그는 일부러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를 세게 냈다. 외로움을 쫓기 위한 방법이었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지만, 옆집에서 넘어오는 소리일 것이었다. 스가와라는 오늘 늦게 들어온다. 그는 어두침침한 무드등 아래에서 토란을 집었다. 얇게 썬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니 식감이 제법 좋았다. 코끝이 다시 아려왔다. 따듯함을 위 속으로 집어넣을수록 속이 뒤틀렸다.


   항상 멋있게 있으니까, 오늘쯤은 괜찮을 것 같았다. 오이카와, 하는 목소리가 들려와 그는 엉망인 얼굴로 뒤를 돌았다. 눈앞에 스가와라가 서 있었다. 그는 양 손에 쇼핑백을 잔뜩 들고 있었다. 버스, 아슬아슬하게 탔지롱, 하면서 그는 상쾌하게 웃어 보였다. 마법 같은 일이었다. 오이카와는 입 안에 들어 있던 토란을 어색하게 씹어 삼켰다.


    “내 밥 있어?”


    스가와라는 ‘울었어?’라는 말 대신 다른 말을 선택했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코 빨간 것 좀 봐, 스가와라는 쇼핑백을 바닥에 내려놓고, 그의 볼에 차가운 두 손을 댔다. 셔벗처럼 달콤한 손길이었다. 나 아까까지 되게 우울했어, 하고 오이카와는 잔뜩 쉰 목소리로 말했다. 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와, 청어네. 스가와라는 방어였으면 서운 할 뻔 했다면서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오이카와는 서둘러 그의 앞에 젓가락과 밥그릇을 놓았다. 스가와라는 제 쪽에 있는 밥통에서 밥을 꺼내 적당히 퍼서 담았다. 고요하던 부엌이 순식간에 지저귐으로 물들었다. 그는 오늘 버스를 놓칠 것 같아서 먼저 먹으라고 했다는 이야기부터, 시간표가 꼬이는 바람에 빨리 오는 버스를 탔다는 말까지의 여정을 내뱉었다.


   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울함이 점점 가시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먹구름에서 파란 하늘을 보는 가장 빠른 방법은 비가 내리는 것’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급격한 변화였다. 그는 스가와라의 홍조 띈 얼굴과, 그가 앉은 맞은 편 식탁을 바라보았다. 왜? 스가와라가 물었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 카게야마랑 이와이즈미 잘 하더라.”

    “응.” 

   “그거 봤어?”


   스가와라가 물었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청어에 슬픈 게 가득 묻어 있더라,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토란을 입에 넣었다. 있잖아, 식탁에 야채 부족하잖아, 오이카와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가와라는 그가 양배추를 써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나 없어서 이 칙칙한 걸 채소도 없이 그냥 먹고 있던 거야? 그가 물었고, 오이카와는 대답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말하기 미묘한 사실이 있는 법이었다.


오이카와는 양배추와 양상추로 간단하게 만든 샐러드를 앞에 놓았다. 오늘 뭐가 널 우울하게 했니? 스가와라가 물었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와 카게야마의 경기가 잘 풀렸고, 오늘 밥을 혼자 먹는 것도 싫었고, 하면서 천천히 대답했다. 스가와라는 토마토 된장국을 마시면서 그의 말을 천천히 들었다.


   “이해 안 가지?”

   “아니 이해 가는데.”


   살다보면 갑자기 울고 싶을 때가 생기거든. 나도 배구 코트 가까이에서 처음 봤을 때 그랬어. 스가와라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오이카와는 그의 표정 이면에 있는 ‘닮은 감정’을 생각했다. 짭쪼름 한 눈물 맛이었다. 스가와라는 청어 간장 조림 같은 맛이었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오이카와는 그럴 때가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먹는 사람이 ‘둘’이라는 것만으로도, 오이카와는 행복했다. 쉽게 찾아온 우울함은 약간의 비와 함께 사라졌다. 나는 이래서 밥이 좋아, 그가 문득 말한 말에 스가와라는 나도 그래, 하고 대답했다. 밥도 잘 안 먹으면서 그런 말 하는 거야 슈가? 오이카와가 다시 질문했고, 스가와라는 글쎄, 하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오이카와는 샐러드를 입에 넣었다. 상쾌하고 상큼한 맛이 혀끝에 돋았다. 그는 그 아삭아삭함을 입 안 가득 굴렸다. 이거 금방 했는데 맛있네? 스가와라가 물었다. 너랑 같이 있어서 그래, 오이카와는 능숙하게 대답했다. 스가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한참이나 가만히 젓가락을 움직였다. 익숙하기 때문에 말까지 식사와 함께 넘겨버리는 것이었다. 오이카와는 이 풍경을 퍽 좋아했다.


   “아.”


   스가와라가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뭐 잊은 거 있어? 오이카와가 물었다. 스가와라는 반쯤 남은 자신의 공기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 대박 큰 거 잊어버렸어. 그는 토란을 괜히 반으로 가르며 말했다. 밥 다 먹고 하면 되는 거지, 오이카와는 경쾌하게 대답했다. 아까의 눈물은 이미 소화시킨 뒤였다. 아냐, 지금 할 거야. 스가와라는 갑자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오이카와는 남긴 밥에 대해서 잔소리를 하려고 했다.


   “잘 먹겠습니다.”


   스가와라는 그 말 이후 합장을 했다. 그는 능청스럽게 젓가락을 들었다. 오이카와는 괜히 토마토 된장국을 젓가락으로 휘저었다. 너 말 안 해? 스가와라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대답해야 할 차례였다. 우울함은 이미 그의 뱃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밥이 덮은 것이었다. 그는 평소보다 발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형편없이 까졌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랑은 미소장국보다 짙었고, 다시마와 멸치가 들어간 육수나, 국수장국보다 진했다. 그는 자신의 슈가에게 웃어보였다.


   “맛있게 먹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