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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포뇨는 바다 밑에 산다.

:3c 2015. 2. 1. 22:11

   스가른 전력에 참여 한 글입니다. 주제가 '노래' 였어요. 요즘 미유미유의 언더 더 씨를 인상 깊게 듣고 있어서, 살짝 써먹어 보고 싶었습니다. 조금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귀엽게 봐주세요 ㅇ.<)/ 





***


   같이 살게 된 다음에서야 알게 되는 게 있다. 일상의 전부를 공유할 때야 언뜻언뜻 비치는 ‘사소함’의 형태를 하고 있다. 오이카와는 칫솔을 꺼냈다. 그는 중간부터 짜인 치약을 끝부터 밀어냈다. 그는 튜브를 손가락으로 쭉 짜냈다. 울퉁불퉁한 치약은 다 펴지지 않았다. 그는 예상보다 많이 짜인 치약을 입에 넣었다. 민트 맛이 입에 강하게 퍼졌다.


   동거를 시작한 후에야 알게 된 일이지만 그와 스가와라는 사소한 차이점들이 있었다. 오이카와는 치약을 끝에서부터 밀어 쓰는 걸 좋아했다. 괜히 치약을 낭비하지 않는 기분이 드는데다가, 치약이 뭉쳐있음으로 쉽게 마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가와라는 중간부터 짜냈다. 이는 매우 사소한 ‘차이’였다. 한 사람은 계속 치약을 평평하게 폈고, 다른 사람은 뭉쳐내는 아침 시간의 작은 일력다툼이었다.


   휴지를 놓는 방향 또한 그랬다. 오이카와는 벽면에서 멀리, 스가와라는 벽면을 향해 꽂곤 했다. 딱히 지적해서 말할 건 아니었지만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오이카와는 이를 닦았다. 입 안 가득 하얀 거품이 들이 찼다. 그는 세면대에 거품을 뱉고 물을 틀었다. 토오루, 또 물 틀고 쓰지? 스가와라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오이카와는 또 차이점을 찾아냈다.


   스가와라는 양치를 할 때 물을 받아서 쓰곤 했다. 오이카와는 물소리를 줄였다. 줄어든 물줄기에 거품이 조금 조금씩 씻겨 내려갔다. 그는 세면대에 양치 거품이 가득 한 걸 보길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그는 입 안 가득 들어있는 거품을 뱉어내고, 물컵에 물을 받았다. 토오루, 하는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리고 오이카와는 컵에 물, 하는 짧은 소리를 외쳤다.


   참 생각해보면 사소한 습관이 이렇게 다른데도 동거하는 건 재미있었다. 오이카와는 쉐이빙폼을 얼굴에 치덕치덕 발랐다. 멀리서 스가와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오늘 반찬이 고등어 구이겠거니 생각하면서 수동 면도기를 꺼냈다. 그는 동거인의 자동 면도기를 잘 세워놓고, 결대로 조금 자란 수염을 밀었다. 자동보다 수동이 폼 나는 데, 그는 스가와라의 노랫소리를 따라 부르며 면도했다.


   스가와라에게는 작은 버릇이 있었다. 오이카와는 얼굴을 씻고 나왔다. 그는 흰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다. 그는 스가와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단정한 검은 앞치마를 하고 있었다. 누가 ‘카라스노 고교 배구부’ 출신 아니랄까봐, 주황색 포인트가 들어간 물건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언더 더 씨’를 노래했다. 고등어의 머리를 치는 살벌한 소리가 이어 들려왔다.


   “왜 언더 더 씨야?”


    오이카와가 물었다. 스가와라는 바다 속은 행복했겠지, 라는 의미 모를 말을 내뱉었다. 두 마리 고등어의 머리가 싱크대 너머로 떨어졌다. 오이카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야후~ 하는 추임새를 넣는 그는 제법 신나 보였다. 오이카와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가와라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고등어를 어슷썰기 하고 있었다.


   어슷썰기 해? 그가 물었다. 스가와라는 그렇게 배웠다면서 고등어의 내장을 살살 발랐다. 우리 집은 반절로 갈라서 토막 냈는데. 오이카와는 다시 ‘반복’되는 언더 더 씨를 들으며 말했다. 스가와라는 노래를 멈추고선 그럼 ‘가운데 토막’을 두고 싸우게 되잖아‘ 라고 대답했다. 의외의 생활의 지혜였다. 오, 오이카와는 젓가락을 챙겨 갔다. 그는 다시 일절을 입에 머금었다. 그는 매우 행복 해 보였다.


   스가와라의 엉덩이가 좌우로 움직였다. 오이카와는 떠온 물을 마시면서 그의 ‘고등어 손질’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이가 좋지? 스가와라가 물어왔다. 오이카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좋아~ 하고 리듬을 타며 말했다. 이 또한 ‘언더 더 씨’의 추임새였다. 이렇게 생선을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 오이카와가 웃으며 말했다. 스가와라는 어렸을 때부터 물든 버릇이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버릇 귀여워.” 

  “너도 귀여운 버릇 있는데.”


   스가와라는 고등어를 불 위에 올렸다. 자글자글한 기름에 고등어가 구워지는 소리를 냈다. 오이카와 거기 달력, 스가와라는 뒤를 돌며 손을 뻗었다. 그는 반절로 잘린 달력을 내밀었다. 그는 인쇄가 안 된 부분을 아래로 해서 덮었다. 그렇게 하면 잘 돼? 오이카와가 물었고, 스가와라는 손으로 브이를 해 보였다. 그는 이렇게 하면 촉촉하게 구워진다고 말했다. 엄마한테 배워왔어, 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목소리가 귀여웠다.


   아무튼 너 귀여운 버릇 있다니까, 스가와라는 구이용 젓가락을 손에 든 채 말했다. 오이카와는 눈을 깜빡였다. 너 샤워할 때 ‘포뇨 노래’ 부르잖아. 뽀-뇨 뽀노 포뇨- 포뇨- 하면서. 스가와라는 그의 어조를 따라 노래 불렀다. 너 의외로 크게 불러. 하면서 스가와라는 웃었다. 들었어? 오이카와가 물었다. 그의 눈동자가 떨리는 것 같았다. 부를 때는 당당하게 부르면서 들키니까 부끄러워 하는 걸까, 스가와라는 그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나 지금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야.”

   “포뇨카와 씨~”

   “포노카와 씨는 지금 접시 물에 코 박고 싶어졌어. 바다로 돌아갈래”

   "안 돼, 스가와라 씨가 물병에 담아왔는 걸."

   "포뇨카와 씨 지금 매우 쪽팔려."


   오이카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못 들을 거라고 생각 했는데! 하고 소리치자, 스가와라는 그러려면 애초에 샤워 할 때 한 뼘 정도 문 열어놓는 버릇부터 고치라고 충고했다. 오이카와는 정말로 몰랐다는 듯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스가와라는 고등어구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는 프라이팬 뚜껑 역할을 하던 달력을 걷었다. 그는 고등어를 뒤집으면서 ‘언더 더 씨’가 아니라 ‘포뇨’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너 뭐 정리할 때는 ‘배니 랜드의 CM'을 콧노래로 부르잖아. 스가와라는 프라이팬에 다시 달력 뚜껑을 얹으면서 말했다. 오이카와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고등어 내장같아, 스가와라는 아까 손질한 고등어 잔해에 물을 뿌리면서 말했다. 그런 살벌한 비유 하는 거 그만 둬 줄래? 오이카와는 여전히 당황한 것 같았다. 쪽팔린 부분을 건드린 걸까, 스가와라는 네- 안 말할게요! 하고 대답했다.


   오이카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다가 문득 생각했다. 동거라는 게 이런 걸까 싶었다. 서로의 사소한 버릇들을 차차 알아가면서 물들어 가는 게 아닐까. 그는 잠시 감상적인 생각을 하다가 붉어진 얼굴을 쓸었다. 포뇨 노래를 하면서 바디워시를 바르는 걸 들킨 게 부끄러웠다. 고등어 손질을 하면서 ‘언더 더 씨’를 부르는 것 보다 훨씬 더 부끄러운 느낌이었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들었다. 가스불을 끄는 소리가 들렸다. 스가와라가 뒤를 돌았다. 눈과 눈이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스가와라는 포~뇨 포뇨 포뇨 포뇨~ 하면서 노래를 불러왔다. 오이카와는 다시 얼굴을 가렸다. 베니 랜드의 CM송이 좋아? 라고 그의 연인은 능청스럽게 물어왔다. 오이카와는 동거를 시작 한 이래로 오늘이 가장 부끄럽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언더 더 씨’가 제일 좋아! 하고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