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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스가] 금과 금 사이.

:3c 2014. 12. 27. 01:04

 카게스가 역키잡입니다... 카게스가 역키잡이 맞습니다. 이것은 카게스가 역키잡입니다......

 추천 브금은 디즈니 라푼젤 OST인 'I see the light'와 'When will my life begin'입니다.....










***

 

   스가와라는 볼펜을 들었다. 몇 년째 그어오던 것과는 다른 색이었다. 색이 다른데, 하고 애매하게 중얼거리자 카게야마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스가와라는 볼펜 끝자락을 힘을 주어 쥐었다. 붉은 선이 그어졌다. 스가와라는 그의 정수리에 볼펜을 꾹 대고 여러 번 선을 그었다. 붉은 선이 겹쳐 그어졌다.

 

    너 키 많이 컸구나, 스가와라가 말했다. ‘신선한’ 어조였다. 스가와라는 그의 동그런 정수리에서 손을 내려놓았다. 그는 두 손을 허리에 짚었다. 카게야마는 벽에서 비켜섰다. 그는 스가와라의 옆에 섰다. 두 사람의 어깨 위치는 수평이 되지 못했다. 벽지 누래, 스가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카게야마는 그의 웃음을 붙잡고 미소 지었다.

 

   벽지는 세월로 얼룩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벽지는 약 10년 정도를 담고 있는 친구였다. 또한 그것은 몇 년 전, 스가와라와 카게야마가 그들의 첫 보금자리에서 미야기 현으로 이사 올 때 유일하게 가지고 온 것이었다. 그들의 시간이 처음 같이 흐르게 됐을 때부터 그어 온 세월이었다. 카게야마는 몸을 굽혀서 ‘아홉 살 카게야마 토비오군’의 키를 표시한 눈금에 손을 댔다.

 

   “너, 진짜 많이 컸네.”

   “그렇죠.”

   “귀염성도 없어졌어.”

   “그래요?”

 

    스가와라는 카게야마를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이렇게 단단해진 걸까. 그는 그의 성장이 언제나 낯설었다. 그는 ‘어린 애들은 훌쩍 큰다’는 말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었다. 그는 ‘소년’이라는 집합에서 ‘청년’이라는 집합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스가와라는 그 발자국들이 이 벽지에 모여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먼 길’이었지만 지금의 카게야마에게는 가까운 길일 것이었다. 그는 그를 이제 ‘소년’이 아니라 ‘청년’으로 지칭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카게야마의 성장은 언제나 갑자기 다가왔다.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뀔 때 쉬이 눈치를 못 채는 것처럼, 혹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의 바람이 바뀌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카게야마는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스가와라는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이제는 손을 올려야 닿는 거리에 있었다. 그는 어린 토비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던 걸 회상했다. 한참은 내려가야 작달마한 머리통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스가 파파’를 추월한지도 오래 됐어요. 카게야마가 조곤조곤한 어조로 말했다. 스가와라는 어? 하고 되물었다. 확실히 카게야마 쪽이 더 큰 것 같았다. 그렇지만 스가와라는 아니야, 하고 부정했다. 그의 어색한 발음에 카게야마의 입에서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스가와라는 발뒤꿈치를 살짝 들고 그가 등을 댔던 벽에 등을 대었다.

  

   어때, 내가 더 크지? 스가와라가 물었다. 아직은 더 큰 것 같기도 하고, 카게야마는 눈치 있게 대답했다. 스가와라는 그가 센스 있는 대답을 할 때마다 묘하게 기뻤다. 그에게 ‘여유’라는 단어가 내비쳐지기 때문이었다. 그는 카게야마에게 유우를 많이 마시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는 충고를 하며 웃었다. 오늘 점심이 오므라이스면 생각 해 볼게요, 하며 대답하는 목소리에 스가와라는 안도했다.

 

 



***

 

  카게야마 토비오의 어머니와 스가와라 코우시는 아는 사이였다. 둘은 마트의 문화센터에서 만났다. 가정요리 강좌였다. 스가와라는 막 자취를 시작한 대학생이었고, 카게야마의 어머니는 요리를 할 줄 모르는 주부였다. 그와 그녀는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고, 그 우연이 돌고 돌아 필연을 만들어 스가와라의 지금이 되었다.

 

   이야기에 발단-전개-위기-절정-하강-대단원-결말이 있다면, 카게야마의 어머니는 급격한 하강 구간에 위치한 여자였다. 그녀에게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그녀는 그를 ‘토비오’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가정 안에서 케어가 잘 되고 있지는 않았다. 아이는 항상 굶주렸으며, 또래 아이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서툴렀다. 그녀의 인생은 서서히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제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여자가 아들을 돌본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스가와라는 가끔씩 카게야마를 자신의 자취방으로 데려왔다. 쓸데없는 오지랖이었지만 그는 지금도 그것을 인생에서 잘 한 일이라고 자랑스러운 어조로 말하곤 했다. 스가와라는 일곱 살의 카게야마 토비오가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 한 말을 십이 년이 지난 지금도 똑똑히 뱉어낼 수 있었다.

 

  여기는, 술병 없어요? 안 깨져요? 안 숨어도 괜찮아요? 카게야마는 조심스럽게 입을 땠고, 스가와라는 그에게 묘한 책임감을 느꼈다. 그는 그 가정에서 토비오를 구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는 토비오를 무릎에 앉혔다. 또래보다 작고, 또래보다 가벼운 몸이었다. 그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쓸어주면서 우리 만화영화 볼래? 라고 제안했다. 그것은 카게야마 토비오가 받은 최초의 ‘권유’였다.

 

   일요일 아침에는 TV에서 명작동화를 방영했다. 스가와라는 그를 텔레비전 앞에 앉혀놓았다. 카게야마는 무릎을 꿇고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편하게 앉아도 괜찮아, 스가와라는 그에게 두 번째 제안을 했다. 카게야마의 작은 엉덩이가 바닥에 편히 붙고, 그가 다리를 쭉 뻗은 것은 그로부터 삼십 분 정도가 지난 뒤의 일이었다. 스가와라는 계란을 예쁘게 입힌 오므라이스를 그의 앞에 내려 놓았다. 나름대로 케챱으로 꽃도 그려놓은 회심의 역작이었다.

 

   그릇이 두 개, 컵이 둘. 작은 숟가락 하나와 큰 숟가락 하나. 텔레비전에서는 ‘라푼젤’이 노래를 하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텔레비전을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그는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는 때때로 급하게 숟가락을 움직였다. 스가와라는 그의 식사습관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산처럼 쌓인 오므라이스를 바라보는 카게야마의 시선에서 그 이유를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스가와라는 카게야마에게 ‘사라지지 않아’ 라고 대답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막만한 검은 머리통이 예쁘게 움직였다.

 

   《라푼젤》이 끝나고, 카게야마는 한 번 더 틀어달라는 말을 했다. 어렵게, 또 어렵게 꺼낸 말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스가와라는 그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지금은 없는데 같이 빌리러 갈까? 라는 제안에 카게야마는 신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스가와라는 그의 작은 목에 목도리를 칭칭 감았다. 카게야마는 그의 왼손을 잡았다. 그의 주먹은 스가와라의 손에 꼭 들어맞는 크기였다.

 

   비디오가게에 들러서도 카게야마는《라푼젤》을 빌려야 한다고 말했다. 스가와라는 그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것은 카게야마 토비오 어린이의 ‘부탁’이 첫 번째 결실을 맺은 것이었다. 카게야마는 비디오를 소중히 쥐고 있었다. 스가와라는 그의 손을 놓칠 것만 같아 그를 안아 들고 집까지 걸어왔다. 그 찬바람 부는 거리에서 발을 헛디디지 않으려고 걸어갈 때, 그 걸음걸이마다 카게야마의 심장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카게야마는 이게 좋아? ‘머리카락을 내려주오’, 하고 마녀가 말하는 장면에서 스가와라가 질문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하고 재차 대답을 재촉하자 카게야마는 ‘반짝거리기 때문에’라고 대답했다. 스가와라는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어째 우리 엄마는 계모 같네, 카게야마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어린아이 치고는 시니컬한 말이었다. 그의 표정은 의외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기에 스가와라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코우시, 나 키 재줘.”

 

   잠시동안의 살얼음 같은 분위기를 잠재운 것은 카게야마의 말이었다. 스가와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라푼젤의 머리카락 색과 같은 황금색 크레파스를 꺼내왔다. 그는 카게야마를 벽에 딱 붙게 했다. 스가와라는 크레용 끝부분에 힘을 주어 잡았다. 황금색 길이 그어졌다. 다음에 왔을 때도 이거 있을까? 카게야마가 물었다. 그럼, 하고 스가와라가 확신에 차서 대답했다.

 

   그 이후로도 종종 카게야마는 스가와라의 집에 찾아왔다. 그는 그 때 마다 라푼젤을 보고 키를 쟀다. 스가와라는 이 과정이 그의 성장판일 것이라 추측했다. 또한 동시에 ‘위로할만한 공간’을 만드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스가와라 코우시 자체가 안식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라푼젤을 좋아하는 꼬맹이가 1cm씩 커 가고, 그 눈금을 눈에 담을 때 마다 스가와라는 서서히 자신이 집에 그의 자리를 만들었다.

 




 

***

 

   그녀의 인생이 완전히 하강에 이르렀을 때, 카게야마는 스가와라의 집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집에 처음 들어오면서 ‘뻐꾸기 같아’ 라고 내뱉었다. 스가와라는 그의 입술에 검지를 댔다. 뻐꾸기 같은 게 아니라 ‘라푼젤’이지. 이제 내가 열쇠를 놓고 갔을 때 토비오, 토비오, 토비오 하고 세 번 부르면 문을 열어줘야 하는 거야. 그는 카게야마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천천히 말했다. 카게야마는 큰 눈으로 하염없이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가와라는 꼬맹이 보다 한 걸음 앞서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벌리면서 카게야마에게 이제 ‘스가 파파야’ 라고 말했다. 꼬맹이는 다 헤진 신발을 벗고, 그에게 다가왔다. 꼭 끌어안았을 때, 라푼젤을 처음 빌리러 가던 날의 심장소리가 들렸던 것을 스가와라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는 몇 번을 생각해도 마모되거나 왜곡되지 않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는 오므라이스가 든 접시를 카게야마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는 광고를 보고 있었다. 뭐 해? 스가와라가 계란 위에 꽃을 그리며 물었다. 카게야마는 대답 대신 화면 오른쪽 상단으로 시선을 두었다. 하긴 이제 ‘라푼젤’이란 단어를 발음하기에는 부끄러운 나이지, 스가와라는 속으로 웃으면서 케챱을 옆에 내려놓았다. 카게야마가 접시를 둘의 가운데로 끌어갔다. 점심 즈음의 햇살이 접시가 있던 자리에 그림자를 남겼다.

 

   “저건 볼 때 마다 감회가 새로워”

   “왜요?”

   “내가 계모잖아.”

 

   스가와라는 숟가락을 움직이며 말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볼 때 마다 생각하는 건데, 난 그래도 마녀 쪽을 선택할 것 같아요. 맥락 없는 말이었지만 스가와라에게는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 둘 사이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희곡의 ‘(사이)’라는 지문 한가운데 있는 것 같았다.

 

   화면 안에서 아름다운 등불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호수에서 노를 저어가는 두 사람의 하늘을 마치 성운과 같은 불빛이 감쌌다. 이거 3D로 보러 갔을 때 기억 해요? 카게야마가 물었다. 너 울었잖아, 스가와라가 대답했다. 카게야마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푼젤의 목소리가 끝나고 플린이 입을 열어 노래하기 시작했다. 감정이 고조되는지 카게야마는 숟가락을 꼭 쥐었다. 스가와라는 그게 꽤나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는 손을 들어 결이 좋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빛이 드디어 보여, 마치 안개가 걷힌 듯. 빛이 드디어 보여, 마치 새 하늘처럼.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져 노래했다. 카게야마는 이 장면이 제일 좋다면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그는 스가와라 쪽으로 머리를 기대었다. 스가와라는 그의 어깨에 손을 둘러 턱 밑을 쓰다듬었다. 이제 제가 더 키크니까 내가 쓰다듬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카게야마가 물었다. 스가와라는 이건 아빠의 권한이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름다운 불빛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 이거 본 적 있는데. 카게야마가 문득 말했다. 스가와라는 어디서? 누구랑? 하고 물었다. 그는 그의 ‘아들’이 연애담이라도 이야기 해줄까 하는 생각에 눈을 깜빡였다. 그러니까, 하고 카게야마가 말을 고르기 시작했을 때 스가와라의 심장은 크게 뛰었다. 이 느긋한 분위기가 깨질 것 같다는 불안감과, 여자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스가파파랑.”

   “아 뭐야. 난 또 여자 친구라도 생긴 줄 알았잖아.”

   “코우시가 내 여자 친구 하면 되잖아요.”

   “싫네요.”

   “왜?”

 

   카게야마는 정말로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스가와라는 그를 살짝 밀어냈다. 그는 거절 할 이유도 없잖아, 라고 은근슬쩍 반말을 섞어왔다. 그 능청스러움이 어디서 왔을까. 스가와라는 그가 저번 보다 이 센치 정도 자란 것은 능글거림의 높이라고 생각했다. 나 너 되게 어릴 때부터 봤는데, 스가와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계란에 숟가락을 박았다. 그게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는데요, 카게야마는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 대답했다.

 

   이제는 내가 더 큰데. 이제 내가 코우시, 코우시, 코우시, 부르고, 스가파파가 문을 열어줘야 할걸. 카게야마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하품을 했다. 스가와라는 그 얄미운 입이 다물어질 때 검지와 엄지로 꾹 잡아 눌렀다. 뻐꾸기 부리와 비슷한 모양이었다. 카게야마는 손을 뻗어 스가와라의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렸다. 이미 몇 번쯤 본 내용이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스가와라의 얇은 머리카락을 쓰다듬다가 그의 목덜미에 손을 댔다. 그는 그의 뒷목을 느리게 쓸었다. 그만, 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목소리에도 그는 손길을 거두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목 끝부분에 닿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코우시, 하고 부르는 목소리는 평소와 같은 느낌이었지만, 같은 울림은 아니었다. 방 안이 온통 심장소리로 가득 차는 것만 같아 스가와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머리카락 길러보는 건 어때요?”

 

   카게야마가 물었다. 그의 속삭임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발걸음을 옮길 즈음의 낮은 목소리가 스가와라의 귓가에 내려앉았다. 이제 나 먹여 살리려고? 위험하다는 생각에 스가와라가 얼른 말했다. 말을 돌리려는 목적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상황의 주도권은 카게야마에게 가 있었다. 카게야마는 네, 하고 대답했다. 그는 그 뒤에 따라올 뒷말이 너무나도 아찔하다고 생각했다.

 

   심장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카게야마를 안고 집에 돌아오던 십 몇 년 전의 기억보다 크고 웅장했다. 그러니까요, 카게야마는 무언가를 설명하려고 했다. 스가와라는 그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수없이 그려온 선들, 스가와라의 키보다 더 높아진 낯선 눈높이. 그는 스가와라가 허용할 수 있는 한도를 추월하려고 하고 있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끝의 끝에서 카게야마가 말했다. 스가와라는 애써 웃었다. 그러나 한 번 커진 심장소리는 잦아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얼굴이 빨개요, 카게야마가 말했다. 스가와라는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에 댔다. 불에 댄 것 마냥 화끈거렸다. 텔레비전에서는 여전히 사랑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변화하고, 적응하지 못할 만큼 갑작스럽게 커가는 카게야마에 스가와라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어른이 모르는 새 어른이 된다. 눈금과 눈금 사이의 간격이 갑자기 넓어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