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게스가] 부스 바깥, 너
얼마 전 달성표 보상으로 슈님이 청바지에어 롤팀 유니폼을 입은 카게스가를 그려주셨었어요! 근데 그게 너무 마음에 들어서! 롤팀인 카게스가를 써보고 싶었는데 장렬하게 망했습니다... 엉엉 후로게이 카게스가가 보고 싶어요.....안선생님.......
지금 롤 리그는 단일팀 풀리그제지만... 토너먼트 2팀제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프로스트와 블레이즈가 보고 싶은 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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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지고 싶은 선수는 없다. 스가와라는 대기실로 나왔다. 메이크업을 마친 얼굴은 언제나 어색했다. 그는 거울을 보다가 츠키시마의 옆에 앉았다. 그의 원딜은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메이크업을 마친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다이치와 타나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매우 초조해 보였다. 우카이 코치의 얼굴 또한 별로 좋지 않았다. 타케다 감독은 그에게 니코틴 패치를 권했다. 앞 경기는 분명 형제팀 카라스노 B의 경기였다.
어떻게 되고 있어? 스가와라의 목소리에 츠키시마가 대답했다. 제왕님께서 크게 실수했어요, 덕분에 전멸해서 많이 불리해졌구요. 그의 그 빈정거리는 어투에 다이치가 주의를 주었다. 그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카라스노 블랙의 글로벌골드가 뒤쳐져 있었다. 아까 용 한타에서 완전히 말아먹었어. 코치가 방금 나온 그에게 상황설명을 했다. 스가와라는 손가락을 매만졌다. 손끝이 굳는 느낌이었다.
츠키시마가 말없이 그에게 핫팩을 건넸다. 역시 원딜이 챙기는 건 서포터 밖에 없네, 타나카가 웃으며 말했다. 츠키시마는 얼굴을 찌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게 그 나름의 ‘부끄러움’운 표시라는 걸 스가와라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원거리딜러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그 순간 카게야마 선수 또 잘립니다! 하는 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으면 안 되는 순간이었다. 대기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스가와라는 코치진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얼굴이 굳어 있었다. 다행이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스가와라는 핫팩으로 손을 데우면서 어젯밤 식당에서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열기가 손에 옮아와야 했으나 손이 점점 더 차가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두 손을 모아 입김을 불었다. 긴장돼요? 츠키시마가 물어왔다. 스가와라는 고개를 저었다.
지고 싶지 않아요, 저는, 이기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어제 카게야마가 했던 말이 그의 귓속에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스가와라는 핫팩을 꼭 쥐었다. 다시 한타가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카게야마가 잡은 챔피언은 ‘애니’였다. 그는 그가 부디 실수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애니는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네코마를 깨기 위해서 카게야마가 연습한 히든카드였다. 손가락이 딱딱하게 굳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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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카게야마는 새벽 늦도록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새벽이 다 가도록 큐를 돌렸다. 보다 못한 코치가 컨디션 관리를 이유로 컴퓨터 전원을 뽑아버리자, 카게야마는 숙소에 살금살금 들어왔다. 그는 이층침대의 윗칸에서 자고 있는 스가와라를 조심스럽게 깨웠다. 연습을 좀 더 하고 싶은데 B 연습실이 잠겨서요, 혹시 선배의 컴퓨터를 쓸 수 있을까요? 그의 제안에 스가와라는 눈을 비비며 침대 아래로 내려왔다.
스가와라는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세 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너 오늘 경기 있잖아, 하면서 스가와라는 식탁 의자에 고집을 부리며 앉았다. 식탁 위에 달린 무드등으로 본 카게야마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다. 승률 때문에 그래? 스가와라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포터 포지션 선수 중에서 최강이라고 불리는 오이카와 토오루가 소속된 세죠 프로스트와의 경기 이후 카게야마는 ‘폼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스가와라는 그가 무언가에 잠식 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유니폼을 입을 때 마다 그 때의 경기가 오버랩 된다고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혼자 게임을 할 때는 괜찮지만, 팀 경기로 들어갈 때 마다 손이 떨린다고 말해왔다. 데뷔한지 한 시즌 된 게이머 후배의 고민을 스가와라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저는 이기는 게임을 하고 싶어요.”
“선수라면 누구나 다 그렇잖아?”
“누구한테도 지고 싶지 않아요.”
카게야마는 어리광을 부리듯 말했다. 그의 얼굴에 그늘이 가득 피어있었다. 스가와라는 그의 얼굴에 내리 앉은 다크서클이 신경 쓰였다. 카게야마는 누구보다도 열의가 가득한 남자였다. 스가와라는 그에게 어떤 조언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LOL은 팀 게임이었다. 한 사람만 잘해선 이길 수 없었다. 카라스노 블랙을 이루고 있는 엔노시타, 니시노야, 히나타, 카게야마가 모두 유기체처럼 움직여야 승리라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LOL에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는 명확하다. 팀 게임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이 두 가지였다. 스가와라는 그가 좀 더 팀을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번 솔로랭크 1위를 차지했던 이 서포터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팀 전체를 자신이 이끌겠다는 건방진 생각을 하곤 했다. 스가와라는 문득 그의 손을 잡았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손에 깬지 얼마 안 된 스가와라의 체온이 닿았다.
“선배?”
“네 긴장감은 내가 다 가져갈게.”
뭔가 부끄러운 말이었다. 스가와라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부스 안에 들어갔을 때 긴장하는 건 누구나 하는 일이야. 그는 나름대로 카게야마를 위로하려 했다. 그의 큰 손을 스가와라의 손이 감쌌다. 카게야마의 손이 미지근해졌다. 솔랭 좀 더 돌리다 잘 거야? 스가와라가 물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자러 가요 하고 말하는 그의 뒷목이 조금 붉은 것도 같았다.
스가와라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뒤를 카게야마가 따라갔다. 카게야마가 먼저 침대에 들어갔고, 스가와라는 침대 이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카게야마의 서포팅이 굉장하다고 생각해. 신인인데도 오이카와한테 전혀 밀리지 않았고, 그는 조곤조곤히 이야기 했다. 카게야마가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는 미지수였다. 이층침대 아래의 그가 이불 속에서 뒤척이는 소리만 났을 뿐이었다.
***
스가와라는 핫팩을 꼭 쥐었다. 다행이도 팀은 잃었던 이득을 챙겨가고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을 앞두고 있었다. 그들은 한타를 앞두고서 시야장악을 했다. 카게야마의 긴장된 얼굴이 화면 가득 비춰졌다. 그는 입술을 사정없이 깨물더니, 입고 있던 유니폼의 팔을 걷었다. 카게야마의 긴장감이 옮아왔는지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너무 긴장하지 마요, 츠키시마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스가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온전히 마지막 경기에 향해 있었다. 이번 경기만 이기면 승점 1점은 가져갈 수 있으니 동반 16강 진출도 바라볼 수 있었다. 16강에서 같은 조였던 팀과는 만나지 않으니, 넓게 바라본다면 결승에서 맞붙을지도 모른다. 그는 카게야마와 같이 호흡하는 것처럼 심호흡을 했다.
용쪽 부쉬로 네코마의 챔피언들이 다가왔다. 카게야마는 용 쪽 섬부쉬에 숨어있었다. 들어가도 좋다는 콜이 난 듯, 그는 앞으로 점멸을 타서 이니시를 걸었다. 티버가 환상적으로 들어갔습니다, 네코마 3인 스턴! 여기에서 엔노시타가 들어갑니다, 리산드라 궁극기가 상대를 묶습니다, 그리고 히나타의 트리스타나가 프리딜을 하고 있죠, 잘 큰 트리스타나입니다! 해설진의 목소리가 가빠졌다. 곧 화면에 모든 적을 처치했다는 글자가 나타났다.
나이스! 대기실이 함성으로 물들었다. 카게야마가 만들어 낸 결과였다. 그들은 미드를 뚫고 상대 억제기를 뚫었다. 다섯 명 전원이 생존 해 있었기 때문에 타워의 공격을 받아가면서 넥서스까지 파괴했다. 카라스노 B팀의 승전보를 외치는 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스가와라는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그는 방음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카게야마가 앉아있는 가장 끝자리로 서둘러 다가갔다.
“카게야마!”
카게야마가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스가와라는 팔을 내밀었다. 카게야마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팔을 뻗었다. 마주잡았던 손만큼 뜨거운 포옹이었다. 스가와라의 환한 웃음에 카게야마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이겼어! 하고 말하는 스가와라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걸릴 듯 말 듯 한 것 같았다.
스가는 서포터만 챙기고 치사하구나, 부스 안에서 아사히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가와라는 카게야마를 꼭 끌어안으면서 대견한 후배를 칭찬하는 건 선배의 몫이라고 크게 말했다. 카메라가 그들의 포옹 장면을 클로즈업 하는 듯 가까이 다가왔다. 스가와라는 다시 카게야마의 품에 포옥 안겼다. 카게야마 또한 그의 등에 어색하게 팔을 둘렀다.
스가와라 선배, 하고 카게야마가 그를 불렀다. 끌어안은 통에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카게야마의 입술 사이로 으, 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말할 게 있으면 해, 나 키보드 세팅해야 해. 스가와라는 그를 재촉했다. 카게야마는 오늘 긴장되지 않았습니다, 하고 한 마디를 겨우 내뱉었다. 스가와라는 카게야마를 밀어냈다. 그는 눈을 마주치면서 당연하지! 하고 내뱉었다.
“그럼 이번엔 니가 내 긴장 가져 가!”
“네?”
“어젯밤에 내가 가져갔잖아.”
스가와라는 상쾌하게 말하면서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카게야마는 잠시 멍해 있다가 가져가겠습니다! 하고 소리쳤다. 청춘은 좋네, 하고 뒤에서 사와무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가 세팅해야지, 카게야마 어서 방 빼라, 그의 충고에 카게야마는 얼른 컴퓨터에서 제 키보드와 마우스를 빼서 넣었다. 그는 황급히 퇴장했다. 츠키시마는 달려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스가와라에게 말을 걸었다.
“아까 긴장하던 건 어때요?”
츠키시마가 하얀 키보드를 꺼내며 물었다. 그는 히나타가 앉았던 자리에 자신의 키보드와 마우스, 헤드셋을 늘어놓고 세팅했다. 스가와라는 츠키시마와 맞춘 키보드를 가방에서 꺼내 내려놓으며, 이젠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왕님이 ‘긴장’을 가져가서요? 그가 빈정대면서 묻자 스가와라는 그의 옆구리를 손날로 때렸다. ‘짓궂은 말투 금지!’ 라는 이유였다.
그는 키보드를 연결했다. 키보드에 무지개 색으로 빛이 들어왔다. 그는 하얀색 마우스를 연결하고 선을 정리했다. 스가와라는 손끝이 따듯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오늘 좀 컨디션 좋은 게 나 하드 캐리 할 것 같아. 스가와라가 그렇게 말하자 그의 원딜은 한숨을 내쉬었다. 카게야마가 긴장을 가져간 게 효과가 있었나, 스가와라는 핫팩을 만지작거리면서 물었다.
츠키시마는 마우스의 감도를 조절하면서 핫팩 때문이겠죠, 하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스가와라는 눈을 깜빡이다가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고 대답했다. 스가와라는 모니터 밝기에 손을 댔다. 정말 긴장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오늘 컨디션 좋아 보이네? 그들에게 밴픽을 설명하기 위해 부스 안으로 들어온 우카이 코치가 스가와라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손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이면서 카게야마 덕분에요, 하고 말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