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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쿠니] 거짓말

:3c 2015. 3. 28. 21:23

  아오바죠사이전력에 참여하려고 했던 글입니다 '거짓말'이라는 주제였어요. ^0T..전력 30분을 노렸으나 장렬히 실패! 쿠니미와 하나마키가 담배를 피우는 이미지는 콩밥님의 리퀘에서 왔습니다...☆★ 부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지만 AS를 해드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


   그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게 아니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하나마키는 담배 필터를 잘근잘근 씹었다. 그는 오늘 왜 이 곳에 왔는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했다.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 그건 아직도 살아있는 단체 대화창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니면 도쿄에서 자취한다는 말을 내뱉으려고? 이는 이미 이 년 전부터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나마키는 고등학교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벅벅 긁었다. 마음이 심란했다. 담배만 뻑뻑 피워대는 것은 불안함의 상징이었다. 그는 뒤를 돌았다. 고기 집의 전면 유리창 너머로, 삼년 전 아오바죠사이의 레귤러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하나마키는 오이카와의 옆자리에 앉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하나마키가 가장 보고 싶어하던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눈이 마주쳤다. 하나마키는 얼굴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 오늘따라 담배가 썼다. 니코틴이 가득 폐를 침식하고 있었다. 눈이 뻑뻑했고, 그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나마키는 자신이 왜 ‘1학년 레귤러였던 킨타이치 군과 쿠니미 군의 대학 진학 축하연’에 자리했는질 생각했다. 그는 땅을 보며 숨을 내뱉었다. 헤어진 연인의 맛이 났다.

   하나마키는 지금 사귀고 있는 그녀를 생각했다. 검은 머리카락에 키가 크고, 슬렌더한 체형의 그녀는 냉랭하면서도 따듯한 구석이 있었다. 하나마키는 그녀가 누구의 ‘카피캣’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하나마키의 그녀를 보자마자 기분이 나쁘다고 솔직하게 진술한 적이 있었다. 그는 여전히 쿠니미에게서 졸업하지 못하고 있었다. 쿠니미 아키라는 하나마키 타카히로의 X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마키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왜 나왔어, 그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담배 피우려구요. 쿠니미는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쿠니미는 하나도 자라지 않았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한 뼘정도 자란 하나마키와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하나마키는 그를 위해 한 걸음을 비켜 주었다.


   “선배는 안 변했네요.” 

   “뭐가.”

   “하나도 안 변했어요.”


   쿠니미는 심드렁하게 말하면서 그에게 담배를 달라 말했다. 고등학생이 까져서는,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은제 담뱃갑을 내밀었다. 럭키 스트라이크? 쿠니미는 능숙하게 브랜드를 맞췄다. 그 담배가 조금 올드한 느낌을 준다는 것을 하나마키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쿠니미의 입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하나마키는 그에게 ‘말보로 레드’라고 대답했다.

    센 거 피우네요, 라는 쿠니미의 말에 그는 니가 애기라서 모르는 거야, 라고 투덜거렸다. 쿠니미의 하얗고 긴 손가락이 담배 한 까치를 잡았다. 그는 하나마키의 입술로 손을 뻗었다. 불이 잘 붙지 않았고, 담배 두 개가 모두 꺼졌다. 시비 거니? 하나마키의 말에 쿠니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하나마키는 고개를 저었다.

   쿠니미와 단 둘이 있는 것도, 이미 과거를 알고 있는 저 안에 들어가는 것도 싫었다. 하나마키는 가방을 마츠카와에게 맡기고 나가버릴까 고민했다. 그는 맛이 나지 않는 담배를 땅바닥에 던져 껐다. 그는 으슬으슬한 두 팔을 제 손으로 쓸었다. 쿠니미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마키는 쿠니미의 두 눈동자가 무서웠다. 무슨 말을 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대학 어디로 갔어?” 

   “하나마키 선배랑 같은 곳이요.”

   “나 따라 온 거야? 나 너 질렸는데.”

   “멋대로 생각하세요.”


   쿠니미는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하나마키는 자신의 졸업식을 떠올렸다. 쿠니미는 그 때도 꼭 저런 눈을 하고 있었다. 다가온 이별에도 그는 울지 않았고, 심드렁하게 그것뿐이냐 물었을 뿐이었다. 하나마키는 그가 울길 바랬다. 표정을 일그러트리면서 자신을 잡아주길 원했었다. 너무나도 냉랭한 그와 함께 하기에, 하나마키는 확정적이고 정확하며, 실증적인 사랑을 원했다. 그의 사랑은 유물론을 기반으로 움직였다.

   아직도 나 좋아해? 하나마키가 물었다. 쿠니미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입술은 아래로 휘어 있었다. 무표정과 슬픈 표정 사이를 간당간당 오가는 그 모습에 하나마키는 마음이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담배 한 가치를 피우려다가 그에게 문득 질문했다. 우리 잘래, 하고. 쿠니미는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다가 네, 그래요, 하고 대답 했을 뿐이었다.





***


   쿠니미는 모텔에 ‘투숙’ 해야 한다고 우겼다. 하나마키는 그에게 질 수밖에 없었다. 한 번, 그냥 그저 그런 변덕으로 끝낼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숙박’이라니, 하나마키는 그가 웃기다고 생각했다. 샤워를 할 때조차 그 ‘투숙’이란 말의 무게는 하나마키의 그림자에 진득히 붙어 있었다. 그와 입을 맞출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텔에 비치된 싸구려 콘돔을 이용한 관계가 끝나고서, 둘은 같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쿠니미는 핸드폰을 놓고 왔다고 고백했고, 하나마키는 그가 잠들면 도망칠 생각이었다. 같은 자리에 누웠지만 하고 있는 생각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둘은 등을 맞대고 돌아누웠다. 쿠니미는 태아처럼 몸을 웅크렸고, 하나마키는 그저 협탁과, 벽면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움직일 때 마다 그는 초조해졌다. 아무 말도 없이 있을 사이는 아니었다. 쿠니미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오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다시 이어 놓기에는 애매한 사이였다. 사랑은 매듭을 짓는다 하여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마키는 그가 여태까지 만나온 여자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모두 말랐고, 검은 생머리를 하고 있었다. 앞머리가 없는 것이 태반이었으며, 무심한 타입이 대부분이었다.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을 돌보면서 하나마키는 쿠니미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는 밤을 빌어, 그 사실을 쿨하게 인정했다. 물론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그의 침샘은 이미 거짓말로 더럽혀져 있었다. 그가 하는 모든 말에는 거짓이 첨가되어 있었다. 하나마키는 쿠니미를 잊지 못했고, 하나마키의 세계는 헤어질 때와 비교해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허나 그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헤어지자 말한 것도 하나마키였다. 그는 자신이 왜 이별을 고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초침이 딸칵거리며 그의 회상을 도왔다. 등 너머에 있는 쿠니미가 천천히 움직이는지, 이불이 침대 시트에 스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생각하면 할수록 유치함에 머리가 복잡해져, 하나마키는 몸을 일으켰다. 그는 아무렇게나 벗어둔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하나마키 씨.”


   쿠니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마키는 그 때처럼 뒤돌지 않았다. 그는 불을 붙였다. 자요? 쿠니미는 알면서 물어왔다. 그는 자, 라고 대답했다. 그럼 난 자는 사람한테 이야기 하는 거네요, 그쵸? 쿠니미는 다시 한 번 질문했다. 그의 목소리는 물기에 젖어있는 것도 같았다. 하나마키는 담배연기를 거하게 뱉어냈다. 약간의 침묵 후, 쿠니미가 입을 열었다.

    나는 왜 아직도 우리가 헤어졌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나마키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자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나마키는 그가 내뱉는 말이 잠결에 내뱉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꿈의 세계는 현실과 반대기 때문에, 이 맹랑한 녀석은 반대로 된 잠꼬대를 내뱉는 것이었다. 하나마키는 담담하게 담배를 빨았다. 연기가 폐로 들어올 때 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는 눈을 자잘하게 깜빡였다.


   “나 지금 자취해요.”


    선배가 열쇠를 반납 안 한 그 방에서. 쿠니미는 천천히 말했다. 그 침묵에 섞인 작은 목소리가 하나마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왜,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는 질문 할 수 없었다. 남의 일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은 하나마키의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담담하게 담배를 빨아 낼 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점점 물기에 잠식되어 갔다. 심해에 섞이는 공기방울 같은 모습이었다.

   계속 거기로 돌아가서요, 선배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하나마키 씨를 더 이상 타카히로로 부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도 계속 거기로 가게 되는 바람에, 그냥 거기에서 살기로 했어요. 참, 가구배치는 그대로에요. 다만 옆방에는 마츠카와 선배가 없지요. 쿠니미는 천천히 이야기 했다. 하나마키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뒤를 돌았다. 쿠니미의 등이 보였다. 여전히 마르고 가는 등줄기는 간헐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하나마키는 손을 뻗었다. 그는 그의 얼굴을 쓸었다. 손가락이 물에 젖었다. 선배는 잠버릇이 나쁘네요. 쿠니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베개에 머리를 묻었다. 그의 옆머리카락이 눈을 가렸기 때문에, 하나마키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가 말하는 모든 말이 거짓말이기를 하나마키는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더 달라진 게 있는가 생각해봐도, 내 방은 선배가 쓰던 그대로예요. 나는 선배랑 같은 사이즈의 운동복을 입고, 옷장도 비슷한 곳에 놓았으니까. 쿠니미의 목소리 끝에 기침이 얽혀왔다.


   “선배가 없어요.”


   그게, 가장 큰 문제인데, 가장 큰 문제가 아닌 것도 같아요. 쿠니미는 잠에 취했다는 변명을 끝에 곁들였다. 그 말이 없으면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는 듯, 그는 호들갑을 떨었다. 하나마키는 두 번째 담배를 꺼냈다. 라이터에서 불이 붙는 소리가 났다. 쿠니미는 몸을 일으켰다. 모텔 창문에서 들어오는 건물 밖의 가로등 불빛이 그의 눈물에 반짝임을 더했다.

   하나마키는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헤어질 때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었고, 볼로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하나마키는 담배 피울래? 하고 물었다. 쿠니미는 그의 손에서 담배를 뺏어 들었다. 그는 그것이 종교라도 되는 양 입을 오물거렸다. 섹스 할 때 키스는 하지 않았다. 그녀가 있다는 변명은 명백한 거짓말이었지만 쿠니미는 알지 못할 것이었다.


   “나 미련있는데, 한 번만 키스 해 주면 안 될까요?”


   쿠니미가 물었다. 정중한 물음이었다. 하나마키는 고개를 저었다. 하나마키가 쿠니미에게 취하는 모든 행동은 미련의 다른 이름이었으나, 그는 그것을 거짓말로 포장했다. 포장은 속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 쿠니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느리게, 또 느린 템포로 흔들리는 머리카락에 하나마키는 자신이 왜 그와 헤어졌는지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그 입술로 종말을 고하는 것을 듣기 싫었다. 실로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었으나 그것은 그의 정의였다. 나는, 널 사랑하지 않아. 하나마키는 또 다시 상처 받기 전에 상처입혔다. 더 이상 햇볕이 들지 않는 음지에 있음에도, 쿠니미의 사랑은 굳건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담배를 빨았다. 그의 혀가 담배 끄트머리를 톡, 톡 건드렸다. 마치 그것이 키스라도 된다는 듯, 사랑의 증표라도 된다는 양, 진득하게 쿠니미는 담배 필터를 천천히 마셨다.

   사랑받지 못해도 마음은 커져간다. 그늘진 음지에서 꽃이 자라는 것처럼. 하나마키는 등을 돌렸다. 쿠니미는 그의 등에 손바닥을 댔다. 차가운 손이 그의 뜨거운 등에 닿았다. 미안해요, 라는 사과에 하나마키는 나, 지금 자고 있어, 하고 대답했다. 웃기는 거짓말이었으나 쿠니미는 그것을 믿어주었다. 울음과 불안이 가득 찬 밤이 꽃처럼 피어났다. 하나마키는 문득 자신의 이름과 쿠니미의 이름에 꽃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쿠니미는 그 날 담배 한 대를 느리게 다 태웠다. 그래야만 했고, 그래야만 했다.


   하나마키는 다음 날 아침, 쿠니미의 빈 리에 버려져 있는 다 타버린 담배꽁초를 은제 담뱃갑에 넣었다. 작고 검은 담배꽁초에서는 쿠니미의 향이 났다. 하나마키는 자신의 담배 이름과 같은 노래를 떠올렸다. 마룬 파이브의 ‘럭키 스트라이크’의 끝은 행복한 사랑이었던 것도 같다. 하나마키는 그 경쾌한 비트 사이에, 자신의 사랑이 낄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저 한숨을 내 쉴 뿐이었다.

   그늘 진 음지에서 피어난 꽃은 다른 꽃들보다 수명이 짧다고 한다. 햇빛을 충분히 보지 못 한 꽃은 줄기가 물렁하며, 잎이 빨리 시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