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쿠니] 라 캄파넬라,
피스틸버스 AU입니다. 하나花마키와, 아키라英의 이름에는 둘 다 꽃이 들어가죠. 관계를 가질 때 마다 가지에 꽃이 핀다는 피스틸버스는 어쩌면 하나쿠니를 위한 세계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맛키의 꽃은 꽃 전체를 포괄하는? 느낌이고, 쿠니미의 꽃은 꽃부리, 그러니까 꽃잎 전체로 이루어진 '꽃송이'라는 점이 또 매력적인 것 같아요. 하나쿠니 어서 사귀었으면..!
자기가 원하는 걸 얻고 싶어하고, 그걸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쿠니미를 이미지하면서 썼습니다. 뭔가 쿠니미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만큼, 좋아하는 걸 위해서라면 장난감을 위해 기꺼이 우는 애 마냥 노력할? 자신이 애껴둔 체력을 쓸? 것 같은 느낌이에요.
하나마키와 쿠니미가 가지는 아슬아슬한 섹슈얼 텐션이 좋습니다만, 제 능력으로는 부족 한 것 같습니다.
***
“등에 꽃나무가 있는 게 불편할 때가 있나요?”
의사가 물었다. 쿠니미는 이 무례한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해야 함을 알고 있었다. 그는 제 등에 새겨진 큰 벚나무를 떠올렸다. 첫 사랑의 열병을 앓고 나서야 생긴 것이었다. 등에 파인, 척추 선을 따라 돋은 깊은 줄기와, 마치 날개마냥 뻗은 가지. 그것은 쿠니미가 피스틸인 것을 의심했다.
피스틸의 등에는 꽃나무가 있다. 관계를 할 때 마다 마른 가지에 꽃이 피어난다. 쿠니미는 그의 나무가 꽃을 잉태하지 않는 나무였으면 싶었지만, 그의 성장통을 딛고 자란 것은 벚꽃나무였다. 그는 등허리가 화끈거린다고 생각했다. 쿠니미는 손톱 끝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눈앞의 의사는 그에게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딱히 불편한 점은 없어요. 보통 사람들은 ‘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니까.”
“그런가요?”
“하지만 간간히 신경 쓰일 때는 있어요.”
부 활동 시간에 옷을 갈아입는다던지 할 때? 쿠니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선배를 떠올렸다. 그의 꽃나무에 대해서 유일하게 알아 본 사람이었다. 하얀 등에 새겨진 나무에서 좋은 향이 난다 말하던 목소리가 다가왔다. 진료실 한쪽에 놓인 라디오에서는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가 흐르고 있었다. 끊임없이 흐르는 음표 안에서, 쿠니미는 그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직관적으로는 전혀 닮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 품고 있는 느낌이 닮았다. 《라 캄파넬라의》초반부의 잰 듯한 섹시한 음률들은, 후반부의 격정을 위해 존재한다. 쿠니미는 하나마키의 목소리가, 자신의 변화를 유일하게 눈치 챈 그 모습이 자신들의 사랑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선배는 의외로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쿠니미는 이를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스테먼은 피스틸에게 격정적인 감정을 느끼나요?”
쿠니미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질문했다. 자신의 피스틸이 있다고, 운명적으로 느끼나요? 의사가 아무 말이 없자 그는 질문을 바꾸어 다시 물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물음이었다.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벚꽃을 피우는 스테먼이라면 벚꽃 가지를 가진 피스틸에게 끌리겠지요. 그 대답을 듣자 쿠니미는, 그로써는 드물게 웃었다.
그는 귀찮은 일을 싫어했다. 그러나 그에게 다가가는 모든 발걸음은 전혀 쓸모없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운 편이었다. 쿠니미는 자신의 등을 처음 봤을 때의 하나마키를 떠올렸다.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하나마키는 그의 등을 낱낱이 훑고 있었다. 어딘가 핀 꽃은 없는지, 무슨 나무인지. 쿠니미는 그 눈빛을 생각하며 짧게 떨었다.
신기하죠? 벚꽃나무 가지래요. 라고 말했을 때, 하나마키는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선배는 스테먼인가요? 쿠니미는 아무것도 없는 그의 등을 보면서 물었다. 푹신푹신한 물건을 처음 굴리는 고양이 같은 순진함에, 하나마키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너무 순진한 말이었다. 쿠니미는 그의 말을 들은 순간, 자신은 하나마키의 색으로 물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그렇게 결정했음으로, 이는 마땅히 그래야 하는 일이었다. 쿠니미는 자신이 궁금했던 몇 가지를 더 물은 다음에서야 상담실을 나섰다. 그는 물감을 사기로 결심했다. 벚꽃과 닮았지만 모든 게 다른 매화를 그릴 물감. 지워지지 않을 그런 장식을. 그는 한숨을 내 쉬었다. 숨이 나간, 빈자리는 사랑으로 가득 채워졌다.
***
하나마키는 라커 문에 붙어 있는 거울로 후배의 등을 훔쳐보았다. 얼마 전 피스틸로 발현했다는 그의 후배의 나무에는 몇 송이 꽃이 붙어 있었다. 분홍색 벚꽃이 아니라 하얀색 매화였다. 그는 거울에 비친 쿠니미의 등을 노골적으로 훑었다. 저기에 꽃을 새기는 것은 자신이 처음이어야 했다. 하나마키는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백지 같던 나무에 새겨진 꽃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마른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눈앞이 아찔했다. 그는 뒤를 돌았다. 쿠니미는 유니폼을 개켜 놓는 중이었다. 그의 손길은 언제나처럼 느긋했다. 하얀 유니폼이 그의 손에서 정사각형이 되었다. 그는 교복 셔츠를 걸칠 생각을 하지 않는 듯 했다. 하나마키가 꽃나무에 꽃이 피었다는 은유를 알아차렸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쿠니미는 느긋했다.
“제 등, 뚫어지겠어요. 하나마키 선배.”
쿠니미가 말을 걸었다. 하나마키는 쿠니미의 라커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여유 없는 눈빛을 하고서, 그 만을 바라보고 있던 모양이었다. 하나마키는 뒷머리를 긁었다. 그는 쿠니미의 목에 새겨진 꽃을 바라보았다. 뚫은 자국이 하나도 없는 귓불까지 번져있는 가지에는 아직 하나의 꽃도 피지 않았다. 하나마키는 그의 등에 있는 자국의 주인이 궁금했다.
성급하게 물을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정중하게 물을만한 일도 아니었다. 피스틸의 등에 꽃이 피었다는 것은 관계를 가졌다는 말이었다. 하나마키는 알지도 못하는 놈의 꽃을 피운 그의 등을 파버리고 싶었다. 다시는 날지 못하게 그의 날갯죽지를 도려내고 싶었다. 하나마키는 다시 뒤를 돌았다. 쿠니미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도 했다. 하나마키는 라커에 붙은 거울로 그를 바라보았다.
또 다시, 눈이 마주쳤다.
쿠니미는 다시 닳겠다고 말했다. 보는 걸로 닳는다면 좋겠네, 하나마키는 그렇게 말했다. 쏘아 붙인 말의 의미를, 그의 후배는 모르는 듯 했다. 너무나도 순진해 보이는 그 모습에, 하나마키는 한숨을 내 쉬었다. 그의 처음은 자신이 거둬 가고 싶었다. 그의 목에 이를 박는 것은 오롯이 자신이어야만 했다.
저 매화의 주인이 독초라면, 하나마키는 아찔한 가정을 했다. 그 생각을 한 순간 그는 뒤를 돌아서 쿠니미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에게서는 매화 향이 나고 있었다. 그는 쿠니미의 귓가에서 향을 맡았다. 향수는 아닌 것도 같았다. 하나마키 선배, 하고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마키는 손을 뻗었다. 그는 쿠니미의 등을 쓰다듬었다.
“나, 벚꽃을 피워.”
하나마키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가지를 쓰다듬었다. 고등학생이 알 건 아니네요,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도 꽃, 있잖아. 하나마키는 어이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는 쿠니미의 날갯죽지에 핀 꽃을 꾹 눌렀다. 피가 나도록 긁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면서, 하나마키는 그의 날개에서 손을 놀렸다. 간지러워요, 하면서 쿠니미의 목울대에서 웃음 소리가 피어났다.
묻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질문 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 그의 몸에서 나는 매화 향을 모두 거두고 싶었다. 하나마키는 쿠니미의 라커에 붙은 거울을 바라보았다. 무신경한 것 같은 쿠니미의 눈동자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뒤에서 얇은 등을 끌어안았다. 그의 나무는 모두 자신의 것이어야만 했다. 알 수 없는 소유욕이 하나마키의 마음을 간질였다.
***
쿠니미는 입을 올리며 웃고 싶은 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그는 자신을 뒤에서 안은 하나마키에게 가볍게 기대었다. 단순한 꽃 두 송이, 그 하얀 매화 두 조각이 이런 상황을 불러 올 줄은 몰랐다. 그는 손을 들어 하나마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벚꽃 단 내가 났다. 가까이서 맡고 싶었던 향이었다. 쿠니미는 제가 친 거미줄에 그가 걸렸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연탄連彈은 이제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닫고 있을 게 분명했다.
“선배, 날 좋아해요?”
그가 물었다. 하나마키는 대답 대신 그의 목을 물었다. 목에 뜨거운 숨과, 혀가 닿았다. 말캉하게 닿은 혀는 그의 살을 부드럽게 쓸다가 세게 빨았다. 꽃에 있는 나뭇가지에 붉은 꽃잎이 떨어졌다. 이거 말고, 다른 것도 줄 수 있어요? 쿠니미가 물었다. 하나마키는 응, 하고 대답했다. 귓가에 걸린 그의 목소리가 꿀 보다 더 달았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하나마키는 모르고 있을 게 분명했다. 첫사랑으로 앓은 다음, 벚꽃나무가 피었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그는 미처 헤아릴 수도 없을 게 분명했다. 올바른 나무에 알맞은 꽃을. 쿠니미는 그의 마음이 생리적인 현상인지, 일시적인 불확실성인지, 아니면 진짜 사랑인지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비틀린 마음을 꽃잎으로 감추며 쿠니미는 입을 열었다.
“좋아한다고 말해줘요, 나, 확신 없는 관계는 싫어.”
쿠니미는 손가락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기분 좋았다. 하나마키는 그의 귓불에 숨을 불어 넣으며 사랑해, 라고 속삭였다. 그 애처로운 무게감에 쿠니미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 아이마냥 쿠니미의 마른 배를 쓸었다. 하나마키의 손끝은 불안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 이는 분명, 의심할 수 없는 사랑이었다.
나한테 이런 수고를 하게 만든 건 하나마키 씨가 처음이에요. 쿠니미는 당장이라도 외치고 싶은 마음을 먹었다. 간지러워, 쿠니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손과 자신의 손을 포개 잡았다. 거미줄에 걸린 먹이는 절대로 도망 갈 수 없다. 쿠니미는 뒤를 돌았다. 마주보고, 키스해달라는 후배의 요청에 하나마키는 기꺼이 눈을 감았다. 귓가에 종소리가 울리는 것 같아, 쿠니미는 그의 어깨에 팔을 감았다. 달콤함이 몰려왔다.
분명, 사랑이었다. 사랑임에 틀림 없는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