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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쿠니] 아침

:3c 2015. 2. 25. 22:52

트위터에서 풀었던 하나쿠니 섹피au의 한 장면을 옮겨왔습니다. 리얼 한 장면이라서 그른가 레알 짧네요... 

아 하나쿠니 결혼했으면 좋겠습니다.






***


  ‘서늘’했다. 하나마키는 눈을 감은 채로 얼굴을 찡그렸다. 오이카와나 마츠카와가 질 나쁜 장난을 치는 모양이었다. 그는 자신의 옷 아래로 파고드는 손을 느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이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가장 베스트일까, 하나마키는 쫄보로 보이기도 싫었고, 그렇다고 해서 이 대담한 손길을 느끼고 싶지도 않았다. 자는 척을 해야 할까, 그는 망설이며 몸을 뒤척였다.


   손은 그의 배에서 멈추었다. 배회하지 않고,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하나마키는 어제 누구의 사이에서 잠들었는지를 기억하려 했다. 그의 왼쪽은 이와이즈미였다. 그는 핫팩과 침낭으로 중무장한 오이카와의 옆에 있어야만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변온동물의 보모는 이래저래 귀찮은 역할이었다. 하나마키는 구석자리에 누운 친구를 생각하려 노력했다.


   배앓이를 할 것 같았다. 손은 좀처럼 뜨거워지려 하지 않았다. 이와이즈미가 벽처럼 자리했음으로 오이카와는 아니었다. 하나마키는 슬쩍 눈을 떴다. 의외의 사람이 그의 옷 속에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두텁게 친 (마츠카와는 야행성 동물이기 때문에 햇빛을 직접 받는 걸 싫어했다.) 커튼 사이로 스미는 햇살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떨고 있었다. 하나마키는 그의 손을 쥐었다.



   쿠니미였다. 언제나 가지런하게 정리하는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었다. 그는 연신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투명한 그의 피부 아래로 뱀 비늘이 언뜻언뜻 비쳤다. 하나마키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그는 후배의 이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쿠니미의 자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누가 새벽에 보일러를 끈 모양이었다. 하나마키는 혀를 찼다. 전혀 반류인 것처럼 보이지 않던 그의 예쁜 후배는 변온동물이었던 모양이었다.


   하나마키는 그의 이불을 들추었다. 그는 추위에 떨고 있었다. 그의 두꺼운 잠옷 아래에서 뱀 꼬리가 삐져나와 있었다. 그는 그 매끈한 하얀색을 보다가, 얼른 자신의 이불을 겹쳐 그에게 덮어 주었다. 파랗게 질린 입술 아래로 춥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어쩐지 애처로워 하나마키는 그를 얼른 자신의 품에 가두었다.


   몸이 얼음장 같았다. 그의 하얀 피부에 비늘이 간간히 번져 있었다. 하나마키는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쿠니미는 눈을 천천히 떴다. 그의 눈이 좁아져 있었다. 뱀과 비슷한 눈이 커졌다가,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춥지? 하나마키는 능청스럽게 물었다. 그는 자신의 팔 안쪽에 그의 머리를 대게 했다. 쿠니미는 머뭇거리다가 그의 등허리를 끌어안아왔다. 하나마키는 그의 얇은 허리를 제 다리로 감았다.


   경계심 많은 후배는 떨어질 법 한데도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게 꼭 기계의 ‘절전모드’ 같아서, 하나마키는 일부러 그의 등으로 손을 뻗었다. 그는 그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하지 말라는 말 또한 나오지 않았다. 마땅히 돌아와야 할 반응들이 돌아오지 않는 기분은 신선했다. 그가 내뱉는 숨이 가슴에 가쁘게 닿았다. 하나마키는 그의 등을 쓰다듬고, 머리카락 바로 아래의 목을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애인이 반류면 이런 재미가 있겠구나. 하나마키는 속으로 쿡쿡 웃었다. 그는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 올렸다. 고양잇과 동물의 체온은 다른 동물보다 더 따듯하다. 하나마키는 흑표범 중종이었다. 따듯하지? 하나마키가 물었다. 쿠니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도 자울자울 한 모양이었다. 하나마키는 그의 검은색 머리카락에 손을 올려 쓰다듬었다. 장난치는 맛이 있었다. 정작 눈 앞의 하얀 뱀은 정신이 없는 듯 아무런 반응을 해 주지 않았다.


   하나마키는 눈을 감았다. 졸음과 함께, 따듯한 벤치에서 간간히 낮잠을 자던 쿠니미의 모습이 밀려왔다. 가까운 기억이었다. 그는 항상 햇살을 받고자 했다. 교복 위에 겉옷을 몇 겹씩 껴입던 모습 또한 이해가 됐다. 따듯해서 기분 좋아? 하나마키의 말에 쿠니미가 작게 네, 하고 대답했다. 예상외의 귀여운 모습이었다.


   선배, 하고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 마? 하나마키가 물었다. 고개를 젓는지, 눌린 팔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게, 저요, 비늘이요, 그러니까, 하면서 쿠니미는 머뭇거렸다. 반류라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같은 변온동물인 오이카와가 핫팩이니 침낭이니 뭐니 하면서 부산을 떨 때, 얌전히 열선이 있는 보일러 자리를 차지한 걸까 싶어서 하나마키는 짧게 웃었다.


   품속의 쿠니미는 잔뜩 굳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나마키는 그의 등줄기를 더듬다가, 제 혼현을 내었다. 그는 짙은 검은 꼬리를 하얀 뱀 꼬리와 엮었다. 그러니까 좀 더 자자, 하나마키가 느긋하게 말했다. 쿠니미의 머리가 품 안에서 움직였다. 꼬물거리는 것 같아서 귀여웠다. 품 안에서 똬리를 튼 느낌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하며 하나마키는 그의 등줄기를 토닥였다.


   좋은 향기가 났다. 그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것 같아서 하나마키는 코를 묻어 킁킁거렸다. 선배, 하고 나지막하게 타이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쿠니미를 꼭 끌어안았다. 싫을 법 한데도 얌전히 안겨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무심하고 애어른 같은 구석이 있는 후배의 의외의 면이었다. 얼음장 같던 몸이 서서히 온기를 머금어갔다. 그 느낌이 너무나도 포근해, 하나마키는 문득 그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열린 커튼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오는, 그런 아침이었다.이대로 다시 잠이 든다면 아침 내내 놀림감이 될 게 확실했다. 하지만 하나마키는 제 가슴에 쏟아져 내리는 숨결을 가만가만히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이번 일 때문에 엮여서 커플 취급을 받게 된다면 나름 ‘이득’이었다. 쿠니미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좀 더 보고 싶기도 했다. 하나마키가 기억하기로, 그는 이런 놀림에 면역이 없는 편이었다.


    하나마키는 오늘 저녁에는 같은 이불에서, 이불 두 개를 덮고, 같이 자자는 제안을 할까 고민했다. 추운 걸 싫어하는 이 변온동물이 어떻게 대답할 지 상상하는 것은 나른한 아침의 즐거움이었다. 하나마키는 재미있는 장난감을 보는 것 마냥 그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선배, 하고 그의 이름을 나직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하나마키는 문득 이름을 불러달라는 말을 내뱉었다.


   쿠니미는 잠시 말이 없었다. 하나마키는 그의 등에 두른 손을 때었다. 꼬리를 풀고, 그의 허벅지에 올려둔 다리를 내리려 하자, 쿠니미는 다급하게 하나마키 선배, 하고 불러왔다. 그 목소리에 하나마키는 쿡쿡 웃었다. 그는 다시 그를 제 품에 단단히 가두었다. 이런 모습 처음이야, 하면서 달콤하게 중얼거린 말에, 쿠니미는 이런 모습 보여주는 게 처음이라고 툴툴댔다. 참,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