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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새장 안의 작은 새

:3c 2015. 1. 29. 11:29

저는 제가 오늘도 동양풍을 못 쓴다는 걸 ... 깨닫고.. 갑자기 보고싶어서 썼습니다^0T.. 12국기AU라고 썼지만 사실 기린이 왕을 선택한다는 것 밖에 데려오지 않은 것 같기두 하네요.. 동양풍 오이스가가 보고싶습니다...






***


   오이카와 토오루는 자신의 기린(麒麟)을 바라보았다. 그는 단정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의 머리끝에서부터 흘러내리는 화려한 청색 장식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근심이 있으십니까, 그가 무미건조하게 물었다. 탐이 나는 물건이 있어서 말이다. 오이카와는 웃으며 대답했다.


   검은 기린, 쿠니미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제 왕의 옆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오이카와의 옆에 서 있던 이와이즈미는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두 사람의 옷에는 엷은 청색이 들어 있었다. 쿠니미야, 하고 오이카와가 그를 불렀다. 쿠니미는 왕의 존안을 보지 않은 채 무릎을 꿇어 화답했다. 그가 머리카락을 고정하기 위해 매단 꽃장식이 움직임에 흔들렸다.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어찌 하는 게 성군의 도리라 생각하느냐.”

   “탐욕하지 않는 게 제일이지요.”

   “너의 정인께서도 그렇게 말하시더냐?”


   오이카와는 웃으며 물었다. 쿠니미는 고개를 저었다. 너희 관계를 뭐라 하려는 게 아니라는 왕의 목소리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다. 그는 그게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왕’의 ‘결정’이 아닌 단순한 ‘생각’에 토를 달 수 없었다. 그는 그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왕실의 색으로 지어진 비단 옷 자락이 땅바닥에 쓸렸다.


    최근, 작은 아기 새를 보았다. 오이카와는 느긋하게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본 적이 없는 새였어. 그는 천천히 자신의 욕망을 풀어 두었다. 성군이 무언가에 욕심을 부리는 것을 처음 보는지라 쿠니미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기린이 이례적으로 다른 사람을 보는 것조차 흘려보내던 남자였다. 그의 황제는 물 같은 사람이었다. 고요하게 흐르고, 아득하게 고이는 그런 사람.


   이와이즈미는 어디서 보았느냐 물었다. 오이카와는 뒤로 시선을 주었다. 너와 나랑, 우리 쿠니미랑 같이 다녀 온 길에서 보았지, 그는 ‘왕’으로써 위엄 없는 말투로 말하였다. 검은 머리카락의 기린은 가장 최근 맞이한 행사를 떠올렸다. 카라스노 국(國)의 국왕 재위 삼 주년을 축하하는 행사였다. 그는 그 약소국에서 오이카와의 눈을 끌만한 새를 떠올렸다.


   쿠니미는 머리를 조아린 채 떨었다. 오이카와는 왜 그러느냐 물었다. 쿠니미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어린 기린이 겁을 먹었나 보구나, 그는 손짓하여 쿠니미를 불렀다. 그는 가볍게 일어나 천천히 자신의 주군께로 다가갔다. 그는 쿠니미를 무릎에 앉혔다. 그는 딸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것처럼 느리게, 쿠니미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실도를 할지도 모른다.”

   “절 죽이시렵니까?”

   “널 죽일 리가 있겠느냐.”


   난 자애로운 왕이란다, 오이카와는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는 카라스노의 즉위식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삼 년 된 나라 치고 괜찮은 나라였다고 말하면서, 최근 재상으로 올라온 카게야마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쿠니미는 얼굴을 찌푸렸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구나, 오이카와는 그의 아픈 구석을 찔러댔다. 쿠니미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머리에 단 보석 장식이 흔들렸다.


   거기서 부채를 들고 있던 흰 새를 기억하느냐? 오이카와가 물었다. 이와이즈미는 탄식을 내뱉었다. 그가 잡고 있는 황제의 검이 떨렸다. 취하려는 건 아니다. 그는 딱 잘라 말했다. 쿠니미는 지금 이 분위기가 살얼음판 같다고 생각했다. 오이카와는 계속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었다. 회장에서 처음 봤는데, 작은 부채를 살랑거리며 긴장을 풀려 하는 게 제법 귀여워서 말이다. 그는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전쟁을 하시려는 겁니까, 이와이즈미가 직접적인 단어를 내뱉었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저었다. 실도를 할 수야 없지, 그는 예쁘게 웃었다. 그러나 오이카와의 웃음은 달그늘 같이 서늘했다. 쿠니미는 그의 무릎에서 일어나 옆에 섰다. 그는 자신보다 머리 두 개는 작은 쿠니미를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우리 어린 기린한테 상처를 주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그는 웃었다.


   아오바죠사이 또한 나무의 어린잎이다. 오이카와는 왕 같은 어조로 말했다. 그는 전쟁이란 단어를 섣불리 입에 담을 수 없다 말했다. 그는 카게야마가 머리를 조아린 왕, 하얗고 작은 새가 머리를 숙인 왕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그 두 사람을 얻은 카라스노는 순풍을 부리는 배처럼 순항할 것이다. 오이카와의 판단에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은 함부로 움직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내였다.


   “하지만 너무 아름다워서, 자꾸만 눈길에 남아.”


   오이카와는 아쉽다는 듯 속삭였다. 내 지갑, 재산으로라도 데려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의 눈을 보니 어려워 보이더구나. 그는 느린 어조로 말했다. 두 사람 밖에 들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그는 어깨에서 흘러내린 용포를 정리했다. 쿠니미는 그의 머리카락에서 흘러내린 장식물과, 자랑스럽게 착용한 황제의 의복을 바라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선택에 그는 한 점 후회도 없었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아오바죠사이의 왕으로 적합한 남자였다.


   그는 허투른 판단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의 머릿속에 강하게 남겨진 그 ‘하얀 새’가 문제였다. 이와이즈미 또한 쿠니미의 판단에 동의할 것이었다. 오이카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려한 비단옷의 끄트머리가 그의 발치를 가렸다. 그는 왕이라는 자리가 오늘 처음 무거웠다고 말하였다. 쿠니미는 머리를 조아리고 왕께서는 언제나 합당하십니다, 하고 내뱉었다. 그는 자신의 어린 기린에 손을 뻗었다. 그는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


   “국가에 위협이 되는 짓은 하지 않아.”

   “알고 있습니다.”


   오이카와는 앞서 걸어갔다. 쿠니미와 이와이즈미는 그 뒤를 따랐다. 그는 침소로 향하였다. 그는 작은 새에 대해서 생각하는 듯 보였다. 오이카와의 머리카락에 달린 푸른 잎 장식들이 반짝였다. 쿠니미는 침을 삼켰다. 그는 카라스노의 하얀 새를 떠올렸다. 달빛 같은 남자였다.


   기린 중 가장 강한 기린이라는 카게야마 토비오가 태양이라면, 카라스노의 하얀 새는 은은한 달이었다. 황가의 피지만 버려진 아이었던 사와무라의 정치적 기반을 다진 것도 그였다. 그는 자신의 생을 모두 카라스노 황실에 바칠 예정이었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타고난 왕이었기에, 반하는 것도 가장 어려운 상대를 골랐다. 쿠니미는 그게 ‘번거롭다’고 생각했다.


   스가와라, 였던가. 쿠니미는 흰 부채를 들고 있던 하얀 까마귀의 이름을 떠올렸다. 사와무라 다이치가 가장 아끼는 재상이었다. 그는 흰 공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화려하지만 어딘가 수수한 면이 있었고, 그 와중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강직하게 하던 기억이 났다. 그 또한 카게야마가 선택했다면 좋은 왕이 되었을 것이다. 쿠니미는 오이카와를 따라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자신의 왕이 반한 새는 아름다운 남자였다. 난초 같은 사람, 쿠니미는 오이카와가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었다. 정말로 취할 방법이 없는 거겠지? 오이카와는 자신의 어린 기린을 돌아보며 물었다. 송구합니다, 쿠니미는 그리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 일은 하나마키와 마츠카와에게는 비밀이다. 그가 조용히 속삭였다. 황제의 명령이야, 그의 목소리에 둘은 고개를 숙였다.


   하나마키와 마츠카와는 황제의 꽃을 받은 남자들이었다. 그가 원한다면 무슨 방법을 통해서라던 그에게 ‘하얀 새’를 진상할 게 분명했다. 쿠니미는 기린으로써 사고할 수 밖에 없었다. 아오바죠사이는 신흥 강국이었다. 이 시기에 카라스노와 전쟁이라도 하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쿠니미는 잠시 걱정을 접어두기로 했다. 그는 오이카와의 걸음걸이를 따라 갈 뿐이었다.


   “달이 밝구나.”


   오이카와가 속삭였다. 쿠니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아기 새 또한 이 달을 보고 있을까? 그가 물었다. 쿠니미는 대답 없이 고개를 가로지었다. 속이 훤히 보이는 그 행동에 오이카와는 웃음을 터트렸다. 괜찮다, 나라에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아. 나는 너의 왕이다. 그는 자신 있는 어조로 말하였다. 쿠니미는 그를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이만 가거라, 오이카와가 속삭였다. 그의 말에 쿠니미는 뒷걸음질 쳐 물러났다. 그는 자신의 비단에 아로새겨진 푸른 잎사귀들을 바라보았다. 나무로써는 자신의 곁에 머무를 작은 새를 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위치가 그를 너무나도 얽매고 있었다. 칡뿌리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쿠니미는 그의 침소의 문을 닫았다. 달이 너무나도 밝은 날이었다. 달은 이뤄질 수 없는 욕망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았다.


   부디 나의 왕께서 실도(失道)하지 않으시기를, 쿠니미는 짧은 바람을 속삭였다. 이와이즈미 공과 나눌 말이 많을 것 같았다. 열린 창 틈 새로 바람이 불어와 그의 검은 머리카락과 머리장식을 날렸다. 오늘따라 달빛이 찬 느낌에 그는 걷던 걸음을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