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가] 스가와라 선배 너 때문에 술쳐먹어요. 오후 9 : 10

   밋님이 예전에 주신 리퀘를 지금에서야 했습니다 ^////^ 저는...죄인이에요. 

   술에 취해서 오이카와한테 술주정하는 얼빠 스가와라를 리퀘로 받았습니다! 제가 가본 술자리가 한국(??)밖에(??)없어서 술자리 모습이 매우 한국적입니다... 제 부족한 식견이 문제입니다..^////^!!! 이왕 술자리를 한국적으로 쓸 겸 해서(??) 애긔들이 하는 말도 한국적으로 써보았읍니다... 흑흑 애들 한국고딩말투 너무 좋아요..








***


   오이카와 토오루는 카게야마 토비오와 간질거리는 사적인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 둘의 메신저 창에는 흔히 ‘오늘 아침 연습 몇 시에요?’나 ‘오늘 아침 반찬 뭐래니?’ ‘외박이신데 외박계 쓰셨어요?’ ‘너 오늘 방송점호 아닌데 좆됐다.’ 따위의 말이 오갈 뿐이었다. 같은 대학의 배구부였고, 학교 기숙사의 같은 방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철저하게 ‘질문’위주로 돌아가는 공간이었다. 대답은 거의 자음이거나 숫자거나, 그 두 개로 대답할 수 없는 경우에 어쩔 수 없이 쓰는 단답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간혹 가다 카게야마 토비오는 ‘질문’이 아닌 ‘통보’를 보내올 때가 있었다. 오늘 같은 경우였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서둘러 외박계를 써 냈다. 그는 급하게 옷을 걸쳤다. 위에 입은 점퍼가 어제 입고 나갔던 거라는 걸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그는 정신이 없었다. 카게야마가 보내 온 메시지 때문이었다. 그는 그 문장을 읽고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후배가 재수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이카와는 그 메시지를 떠올렸다. 한 문장이지만 진한 파괴력을 가진 문장이었다.


스가와라 선배 너 때문에 술쳐먹어요. 오후 9 : 10

어제 뭐 때문에 싸웠길래 사람이 이렇게 꽐라가 되는지 모르겟네; 오후 9 : 10

지금 언덕 밑 술집인데 오시는 게 좋을걸여ㅎㅎ 오후 9 : 15


   오이카와는 달릴 수밖에 없었다. 카게야마의 말투는 평소보다 더 싸가지가 없었다. 그 또한 술을 좀 마신 것 같았다. 술은 사람의 본성을 드러내는 거울이라더니, 그는 나중에 카게야마를 보면 인성이 더럽고 야박하다고 놀려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오이카와는 기숙사가 왜 본캠과 10분 거리에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달렸다. 그는 본캠 언덕 밑에 있는 단골 술집으로 향했다.


   술집에는 얼굴이 벌게진 꽐라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오이카와는 일단 카게야마를 옆 테이블에 눕혀 놓았다. 너는 외박계 안 썼으니까 벌점이다 새끼야, 하는 주절거림을 덤으로 얹어 준 다음, 그는 스가와라의 앞에 앉았다. 카게야마가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오이카와는 오늘부터 카게야마의 집을 ‘언덕 밑 상점 구석 테이블 소파 위’로 정했다.


   “코우시.”


   그는 스가와라의 이름을 불렀다. 스가와라는 눈을 깜빡이다가 방실방실 웃었다. 너 어제 오빠랑 싸운 오이카와 아니야~아? 그의 목소리에 애교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가와라는 제 손으로 술병을 들어 잔에 따랐다. 그는 오이카와가 말릴 틈도 없이 술을 원-샷했다. 초록색 병이 여러 병 굴러다니고 있었다. 오이카와 그거 아라? 알아? 스가와라가 애교있게 물었다.


   뭘 알아? 오이카와가 웃으며 대답했다. 스가와라는 너 웃는 거 정말 재수 없어, 라고 말하다가 다시 술을 자신의 잔에 따라 한 번에 넘겼다. 너 이제 큰일나써, 이제 큰일나-써, 내가 자작 두 번 했써, 너 자작 하면 맞은 편 사람 재수 업는 거 알아? 스가와라는 꼬이는 혀로 계속 ‘맞은 편 사람이 재수 없다’는 미신을 떠들어댔다. 오이카와는 그의 술주정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너 어제 나랑 싸웠짜나 근데 왜 먼저 사과 안해.”

   “내가 문자하고 라인하고 계속 전화 했잖아.”

   “너 나한테 안찾아와짜나, 너 내 시간표 알자나.”


   스가와라는 그게 억울해서 술을 마셨다는 말을 느릿느릿하게 내뱉었다. ‘너 진짜 나쁜 놈이야’, 라는 말은 이미 추임새처럼 말 중간중간에 끼워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마셨어? 오이카와가 물었다. 두 사람이 싸운 일은 이미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계속 미안하다고 내뱉었다. 스가와라는 뭐가 미안한데, 라는 말을 하다가 됐다면서 손을 흔들었다. 오이카와는 그의 손을 잡았다. 술을 더 못 마시게 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스가와라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는 다시 자작을 하면서 ‘자작을 하는 사람 맞은 편에 있는 사람은 반드시 재수가 없어진다’는 논리를 내뱉었다. 그는 카게야마랑 주전경쟁 할 때 패널티일 걸? 하면서 소악마처럼 웃다가, 그런데 어쩌지 내가 카게야마 앞에서 술 존나 따라마셨는데, 하면서 시무룩한 표정을 보였다. 오이카와는 그가 매우 귀여웠다. 이 귀여운 생물이랑 싸웠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연락을 자주 안 한다는 이유로 싸웠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오이카와 또한 큰 소리를 냈었다. 스가와라 또한 제 논지를 펼쳤다. 그 의미 없는 소모전을 계속 하다가 스가와라는 한 동안 연락을 하지 말라면서 먼저 뒤를 돌았다. 자취방에 들어가는 뒷모습을 쫓아갈까 하다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돌아섰었다. 오이카와는 그 때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이 정도로 마셔댈 줄 알았으면 말리는 거였다. 조금이나마 굳었다고 생각했던 마음에서 다시 사랑이 퐁퐁 솟아났다.


    “그래두 너 진짜 잘생겼따."


    스가와라가 손을 뻗었다. 그는 술에 젖은 손가락 끝으로 오이카와의 얼굴을 더듬었다. 오빠가 사실 너 얼굴 때매 사기는 거야, 알아? ‘스가와라의 끝없이 반복되는 술주정 레퍼토리’에 새로운 구절이 끼워졌다. 너 존나 잘 생겼어, 배구부 다 잘생겼따 하는데 그 중에 니가 최곤데 니가 내 남자친구야, 근데 이게 개이득인데 너 왜 나한테 연락 안했서, 나 그래서 자작하구 계속 마셨는데, 스가와라는 계속 주정을 멈추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그의 말을 얌전히 듣고 있었다. 오빠가 너 얼굴 잘생겨서 봐 주는 거야, 스가와라는 응? 하구 대답을 강요했다. 오이카와는 잘 생겨서 다행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의 연인은 그게 퍽 마음에 들었는지 발랄하게 웃었다. 그래 조아, 자작 한 번 취소해준다! 그는 호쾌하게 말했다. 술에 절여진 손이 흐물흐물하게 움직였다.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의 손이 술잔을 엎지 않도록 잡아서 얌전히 내려놓았다.


   “오빠가, 너 잘생겨서 봐주는고야.”

   “응 오빠 감사해요.”

   “오빠가, 너 잘생겨서 바주는거라니까? 오이카와씨는 니 얼굴에 좀 더 감사하세여”

   “응 내 얼굴이 이렇게 생긴 데 감사합니다.”


   오이카와는 고개 숙여 감사했다. 스가와라는 환하게 웃으면서 너 진짜 잘생겼다, 라는 부분을 구간반복재생 하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술 취한 스가와라가 매우 귀엽다고 생각했다. 코우시 우리 집에 갈까? 그가 물었다. 스가와라는 외박계를 쓰고 나왔느냐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 내가 쓰라 할 때는 안썼짜나, 하구 때 쓰는 목소리에 오이카와는 그건 저번 달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했다.


   그래두 내가 쓰라 할 때 쓰란 마리야, 스가와라는 술에 취해 힘이 빠진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퍽퍽 쳤다. 오이카와는 과장되게 아픈 척을 했다. 스가와라의 눈이 놀란 토끼마냥 땡그래졌다. 그는 가슴을 부여잡고 몸을 웅크렸다. 스가와라가 의자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왔다. 어떡해, 내 잘생긴 애인 어떡해 어떡해에,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이카와는 집에 가자는 말을 내뱉었다. 스가와라는 자기 자취방으루 가서 호, 하자고 말했다. 그 ‘호오-’라는 어감이 귀여워서 그는 그의 입술에 당장 키스하고 싶었다. 하지만 화낼 게 분명했다.


   스가와라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오이카와는 그에게 업히라고 등을 내밀었다. 너 가슴 아프잖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오이카와는 다친건 가슴이라 등은 괜찮다는 개똥철학을 내밀었다. 그의 그 말에 등에 무게가 업혀왔다. 오이카와는 그를 안정적으로 맸다. 토오루의 향이 나, 하면서 머리를 부벼오는 자신의 연인이 그는 매우 사랑스러웠다. 어제 언성을 높인 게 매우 미 할 정도로.


   “그런데 있자나 토오루야.”

   “응 뭐가 있어 코우시야?”

   “카게야마가 저기서 자고있는데 괜차나?”


   기숙사에 안 넣어줘도 괜차나? 스가와라가 여전히 혀 짧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이카와는 응, 하고 최대한 상큼하게 대답했다. 왜에? 오빠는 오이카와 씨가 왜 그러는지 하나두 모르게써, 스가와라가 물었다. 오이카와는 적당히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하면 술 취한 스가와라가 납득할만한 대답을 할 수 있는가. 그는 스가와라가 의외로 카게야마를 아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토비오는 지금부터 여기를 집이라고 생각 할 거래.”

   “어?”

   “토비오쨩의 집은 여기야.”


   오이카와가 대충 말한 말에 스가와라는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 잘생겨서 오빠가 용서해 주는 고야, 그는 소곤소곤 속삭였다. 오이카와는 그래 그래, 하고 타이르며 술 냄새 나는 연인을 업고 돌아갔다. 그들이 나가는 길을 가로등이 밝게 비추고 있었다. 가끔은 술을 진탕 먹고서 화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오이카와는 등에 얹힌 그의 무게를 새삼 확인하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잘 생긴 애가 노래도 잘 하네, 라고 스가와라가 신나게 지른 소리가 골목길을 쩌렁쩌렁 울렸다.


   오이카와는 스가와라를 고쳐 업으면서 술집에서 자고 있을 카게야마를 떠올렸다. 내일 아침에 보낼 라인 폭탄이 거슬리긴 했지만 그쯤은 ‘차단’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우리 토오루 무슨 샌각해? 스가와라가 물었다. 우리 자기 생각 하고 있었지~ 오이카와는 능청스럽게 넘어갔다. 토오루 정말 죠아, 얼굴도 좋아, 얼굴도 잘생겼고, 하며 스가와라가 다시 술주정을 시작했다. 오이카와는 승리자의 웃음을 지으며 스가와라의 자취방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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