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 2014. 12. 28. 00:32
스윗한 슈가선배가 좋습니다. 오른쪽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다가가는 슈가선배가 좋습니다.
불어에서 R발음은 가장 사랑스러운 발음이라고 생각합니다. Suga에 사랑스러운 R을 더하면 달달한 설탕이 되는건 그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썼습니다... 15&의 Sugar가 생각이 나는 것 같기두 하네요!
“가끔 보면 말야.”
“응”
“현실에서는 갈등이 없는 구간이 많은 것 같아.”
스가와라는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며 말했다. 오이카와는 베란다에서 다육식물의 잎을 닦고 있었다. 그는 먼지를 후, 하고 불었다. 커피포트에 올린 물이 서서히 끓어가는 소리가 이어져 왔다. 창에서 햇빛이 가득 담겨 뻗어 나왔다. 스가와라는 찬장에서 쿠키가 담긴 철제 케이스를 꺼냈다. 얼마 전 수입 과자 전문점에서 오이카와가 사왔던 것이었다. 그는 쿠키를 거실로 가져갔다.
물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커피? 스가와라의 목소리에 오이카와가 설탕 두 스푼, 하고 대답했다. 스가와라는 커피믹스를 머그잔 안에 채웠다. 그는 설탕을 두 스푼 덜어 넣었다. 오이카와는 믹스 커피를 달게 마시는 편이었다. 그러다 당뇨병 걸려, 스가와라는 일상적인 타박을 했고, 그는 네가 책임지겠지, 라는 말로 화답 했다. 이는 ‘설탕이 달다’는 명제만큼이나 일상적인 약속이었다.
그는 끓인 물을 컵에 천천히 부었다. 열어놓은 베란다 문에 방이 조금 차가워 졌는지, 물이 흘러가는 궤적을 따라 김이 피었다. 그는 티스푼으로 오이카와의 컵 밑바닥을 지그시 눌렀다. 아직 녹지 않은 설탕 알갱이가 부스럭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는 항상 설탕을 두 스푼 씩 넣었다. 커피 포면에 거품이 올라왔다. 그는 그것을 몇 번 쯤 더 휘저었다. 오이카와의 커피가 물에 녹는 동안, 그것보다 농도가 연한 스가와라의 커피는 다 녹아 있기 마련이었다. 이미 익숙해진 일이었다.
오이카와는 마른 헝겊을 베란다에 개어놓았다. 잘 자랐어? 스가와라가 물었다. 오이카와는 떨어진 이파리를 다른 화분에 심어 놓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다육생물은 그렇게만 꽂아놓아도 새 뿌리를 딛는다면서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는 의외로 정적인 취미생활을 즐겨했다. 스가와라는 엉덩이를 왼쪽으로 옮겨 오이카와의 자리를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머그컵 앞에 앉아 그를 쳐다보며 웃었다. ‘텔레비전용’미소 보다는 좀 더 담백하며 상쾌한 느낌이었다.
오이카와는 커피 대신 바구니에 놓인 귤에 손을 뻗었다. 스가와라는 쿠키 통에서 설탕이 묻은 버터쿠키를 집어 들었다. 그는 머그컵 안에서 찰랑거리는 커피에 쿠키를 찍었다. 연한 색 쿠키가 오이카와의 머리카락 색처럼 진하게 물들었다. 단단하던 쿠키가 입 안에서 연약하게 풀어져 내렸다. 오이카와는 그를 곁눈질 해 보다가 귤을 들었다. 그는 귤을 손 안에서 주물렀다. 어린이용 장난감을 쥔 것처럼 그의 손바닥에 귤은 너무 작았다.
낑깡 같아. 낑깡? 금귤이라고 하나? 스가와라의 목소리가 ‘금귤’이라는 단어를 말하고 나서야 오이카와는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이해했다. 그는 귤을 두어 번 약하게 주무르다 뒤집었다. 그의 매끈한 손톱이 귤의 움푹 들어간 부분을 건드렸다. 그는 귤을 반절로 잘랐다. 스가와라는 그와 자신이 귤을 까는 방법마저도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렇지만 딱히 그는 그 ‘체감한 다름’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했던 말 뭐야?”
“아 일상이 ‘일상 같구나!’ 싶어서.”
“갈등이 없다고 했잖아.”
오이카와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입 안에 귤을 넣고 씹다가 스가와라의 입에 하날 넣었다. 커피와 설탕과 귤이 한 곳에 섞여 이상한 맛이 났다. 오이카와는 대답을 재촉하듯 테이블 위를 톡톡 두드렸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현실에는 갈등이나 생각이 많은데,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딱히 그런 느낌이 안 나잖아 스가와라는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뭔가 일상에서는 잘 맞는 사람이랑 지내서 그런가보지. 오이카와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면서 스가와라는 커피를 입 안에 가득 담았다. 귤 맛이 나던 입에 다시 커피가 들이찼다. 갈등이 가득했던 입 속이 깨끗하게 정리된 기분이었다. 오이카와는 귤 하나를 온전히 다 먹더니, 스가와라의 쿠키 통으로 손을 뻗었다. 그는 커피에 쿠키를 찍었다. 스가와라와 같은 방식이었다.
“더 달아질지도 몰라”
“아 쿠키에 묻은 설탕이 녹아서?”
“어.”
“더 녹을 구석도 없을 걸.”
너무너무 달아서 말야, 내 맘 같아선 더 더 넣고 싶지만, 오이카와는 흘리듯 말했다. 그는 머그컵의 손잡이를 쥐었다. 여전히 열려 있는 베란다 문에서 불어온 겨울이 그의 컵 위에 내려앉은 듯 했다. 하나도 안 뜨거워, 스가와라는 컵에 손만 대고 고민하는 오이카와에게 넌지시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서야 오이카와는 컵을 입에 댔다. 적당하지? 스가와라의 질문에 오이카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이카와는 커피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소파로 올라갔다. 그는 소파 팔걸이에 머리를 대고 옆으로 누웠다. 그는 손을 뻗어 스가와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눈이 마구마구 내린 다음, 그 위에 햇살이 내리는 것 같이 생겼어. 오이카와의 나직한 목소리에 스가와라는 짧게 웃었다.
둘 사이에서는 딱히 의미를 가진 말이 오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쓸모 없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별거 아닌 말들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길 반복했다. 생각 없이 말하는 랠리는 간간히 느림 템포가 되었다가, 빠르게 튀었다가, 크레센도와 같은 느낌이었다가 다카포로 모습을 바꾸었다. 두 사람의 시침과 초침이 겹쳐져서 째깍였다.
오이카와는 몸을 일으켰다. 그는 커피 잔을 비워 내고 다시 소파에 누웠다. 스가와라의 잔에는 아직 음료수가 남아있었다. 언젠가의 주말에도 이런 풍경이 재생된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묘한 기시감이 그들을 진득하게 적셨다. 스가와라는 손을 뒤로 뻗어 그의 머리카락과 턱선을 쓸었다. 간지러워, 라는 말은 오이카와 특유의 애교에 가까운 말이라는 것을 스가와라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갈등 없는 풍경이었다. 스가와라는 그들이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것은 손을 마주잡는 포지션의 퍼즐이나, 톱니바퀴의 이와 이가 딱 들어맞는 것과 같은 성질이라고 생각했다. 둘이 ‘맞아 떨어지기’때문이었다. 다르지만 ‘딱’, 오이카와가 스가와라가 같이 걸어가고 있었고, 코우시와 토오루가 다른 색이지만 어느 순간에 같은 풍경에 존재하게 된 것이었다. 두 사람의 우주가 겹쳐져 하나가 된 느낌이려나, 스가와라는 답지 않게 로맨틱한 상상을 했다.
스가와라는 오이카와의 잔을 자신의 앞으로 옮겼다. 녹지 못한 설탕이 가득 차 있었다. 설탕 또 남겼어, 라고 말하자 오이카와는 흐흐, 하고 이상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스가와라는 자신의 잔에 입을 댔다. 오이카와는 손으로 땅을 짚고 스가와라의 어깨에 자신의 턱을 댔다. 가까이 다가온 살결에 스가와라가 흠칫 놀라자, 그는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거냐며 투덜거렸다.
“녹일 수도 없는 거면 왜 넣었대.”
“슈가라서.”
“슈-가?”
“스가”
스가, 스가, 스가와라, 스가와라 코우시. 오이카와는 말장난을 하듯 스가와라의 이름을 불렀다. 스가와라 군의 애칭에, 가장 사랑스러운 발음인 R을 더하면 설탕이 되니까, 오이카와 씨는 커피를 마실 때 마다 가득 넣어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까나, 오이카와는 소파에 완전히 누으면서 궤변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 여전히 갈등은 없었고, 스가와라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웃었다. 언뜻 돌아본 오이카와의 목에 빨간 색이 들어 있었다. 어지간히 부끄러웠나 싶어서 스가와라는 그가 조금 귀엽다고 느꼈다.
“그러다 당뇨병 걸려.”
“네가 책임지겠지.”
오이카와의 말끝에 찍힌 마침표에는 웃음을 유발하는 성질이라도 있는지, ‘책임지겠지’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그들의 입에서 웃음이 산발적으로 튀어 나왔다. 그 밝고 경쾌한 소리를 듣다가 스가와라는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의 배와 스가와라의 정수리가 닿았다. 오이카와의 손이 다시 스가와라의 가벼운 머리카락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는 그 익숙함을 느끼려 눈을 감았다.
“하지만 오이카와 씨는 좀 더 많은 설탕이 필요해.”
“진짜 당뇨병 걸리려고?”
스가와라가 모르는 척 물었다. 그런 말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의 붕 뜬 머리카락을 잡아 당겼다. 두피가 당기는 느낌에 스가와라가 야, 하고 소리치니까 오이카와는 다시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화답했다. 그 장난스러운 화답에 스가와라가 몸을 돌려 그와 눈을 마주쳤다. 겨울 햇살은 여전히 그들에게 반짝이게 내리고 있었다.
코우시의 머리색은 가끔씩 설탕 밭 같아, 겨울 눈 같을 때도 있는데 역시 설탕 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달까, 오이카와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찡긋거렸다. 노골적인 윙크는 오히려 상쾌한 기분을 주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하고 스가와라는 남자답게 물었다. 그게 뭘까, 하고 오이카와는 잠시 고민하는 ‘척’을 했다.
“기브- 미- 썸- 슈가.”
“내 커피에라도 설탕 넣어줘?”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대신 눈을 감았다. 스가와라는 살짝 내밀어진 그의 입술에 서서히 다가갔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은 사이로 숨이 오갔다. 오이카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다가, 스가와라는 눈을 감았다. 눈꺼풀이 잘라낸 빛 아래에서 산뜻한 숨이 오갔다. 황홀함과 다정함, 일상적인 사랑스러움이 그의 입술에 머물렀다. 그는 이 사랑의 행위에 끝이 있다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
그들의 숨결이 서로의 안으로 스몄을 때, 오이카와는 그제야 눈을 떴다. 스가와라는 그의 눈동자와 눈을 마주쳤다. 무슨 맛이었어? 스가와라는 답이 정해져 있을 질문을 했다. 오이카와는 이거 너무 뻔한 말인데, 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설탕, 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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