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스가] 가득한 밤, 사라지는 별들의 꼬리가

  소프트한 얀데레를 주문 받고 쓴 것 같은데 너무 소프트해서 크림 같아 진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츠키스가는 처음 써보는 건데 의외로 재미있네요. 그렇지만 츠키시마가 너무 어렵습니다...

  츠키시마는 이름에 달이 들어가서 그런지 별과 우주에 대한 묘사를 섞어주는 게 좋은 것 같기두 합니다.

  중간에 나오는 노래 가사는 애덤 리바인의 lost stars입니다. <비긴어게인>의 OST였어요. 










   사라지는 별들이 꼬리를 기르는 것은 그 속에 담긴 질문이 많기 때문이다. 츠키시마는 지상에 내리 앉은 별들을 바라보았다. 여러 구조물들에 달려있는 작은 전구들은 제법 별빛을 모사하는데 도가 튼 것처럼 보였다. 정말 좋지 츠키시마? 스가와라가 그에게 질문했다. 츠키시마는 콧잔등에서 흐른 안경을 고쳐 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공원에 쌓인 눈 사이에서 반짝이는 전구들은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스가와라는 그보다 두어 걸음 앞서 걷고 있었다. 츠키시마는 잘 정돈되지 않아 삐죽 솟은 그의 머리카락과, 뒤로 매듭을 지어 묶은 목도리가 인상 깊었다. 그는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츠키시마는 그게 불만이었다. 그는 지금 둘만이 영위하고 있는 이 시간이 데이트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의외로 둔했다. 츠키시마는 그의 그림자를 밟았다. 자잘한 전구들이 밤을 훤히 밝히고 있었기에 그의 그림자는 짧고, 형태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채였다.

 

   꽤나 신난 모양이네요, 츠키시마가 말했다. ‘츳키’는 신나지 않아? 스가와라가 대답했다. 그는 그의 입에서 나온 익숙하지 않은 호칭에 고개를 숙였다. 츠키시마, 부끄러움 타는 거 정말 귀여워. 그는 진심으로 칭찬을 하고 있었다. 츠키시마는 그의 뒤를 따라가던 것을 멈추었다. 그는 이 밤이 지나기 전에 공원을 전부 돌 생각인지 꽤나 빠른 발걸음으로 걸었다. 그는 그의 연인의 여린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작은 보폭이 팔랑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츠키시마는 그가 새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삐약삐약 거리는 새끼들을 보살피는 어미 새. 카라스노 배구부가 ‘까마귀’에 빗대어 표현된다면, 그는 명실상부한 카라스노의 어미새였다. 그는 그가 1학년 미들블로커와 세터에게 들이는 관심을 생각했다. 그는 혀를 찼다. 기분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요란한 색의 전구로 장식한 솜사탕 가판대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츠키시마는 자신의 발걸음을 들으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스가와라가 어미새라면 자신은 뭐에 빗댈 수 있을까. 그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여전히 자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커다란 솜사탕을 받아드는 스가와라를 쳐다보았다. 그를 보는 순간 다른 곳의 빛은 놀랍도록 빠르게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츠키시마는 보폭을 넓게 하여 걸었다. 그는 스가와라의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 츳키, 하고 어색한 호칭이 바로 튀어나온 것을 보면 어제 하루종일 연습이라도 한 것만 같았다.

  

   그는 손으로 솜사탕을 때어 츠키시마에게 건넸다. 그는 그 작은 설탕 실 뭉치를 입에 넣었다. 스가와라의 손가락이 그의 입술 안에 들어갔다. 그는 그의 손끝을 깨물었다. 아파, 하면서 손목을 흔드는 표정은 보기 좋았다. 그는 츠키시마 성격 더러워, 하면서 입술을 내밀었다. 그는 그 부리 같은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은 것을 참아냈다. 스가와라는 의외로 남의 시선을 신경쓰는 사람이었다. 이런 곳에서 허락받지 않은 행동을 했다간 좋은 소리를 못 들을 게 분명했다.

 

   츠키시마는 목에 걸고 있는 헤드폰을 정돈했다. 스가와라는 그에게 그것이 꽤나 잘 어울린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웃을 때 눈이 예쁘게 휘어진다. 손톱달과 같은 모양이었다. 그는 그의 눈동자 아래에 있는 눈물점을 보다가, 그것을 모두 씹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스가와라를 지워버리고 싶었다. 너무나도 좋아하기 때문에 혼자만 영위하고 싶은 것을 알까. 그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아마 그가 어미새라면 자신은 뱀의 알일 것이다.

 

   알에서 깨지만 뱀과 새는 상당히 다른 ‘동물’이었다. 츠키시마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그는 다시 한 번 그의 입에 솜사탕을 넣으며 웃었다. 스가와라는 오랜만에 데이트라면서 얼굴을 펴란 말을 했다. 그의 입술에 닿은 솜사탕이 덩어리를 남기며 사라졌다. 그는 입술을 입 안으로 숨겨 그것을 야무지게 정리했다. 츠키시마는 아쉬운 듯 혀를 찼다. 왜? 그가 물었다. 츠키시마는 고개를 저었다.

 

   별이 꼬리를 기르는 것은, 그 속에 담긴 질문이 많기 때문이라 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의 개수는 츠키시마가 가진 스가와라에 대한 열의 만큼일 것이었다. 츠키시마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스가와라는 그의 옆에 오더니, 솜사탕을 잡지 않은 손을 그의 주머니에 넣었다. 꽁꽁 언 손이 그나마 미지근한 손과 닿았다. 츠키시마는 열이 많구나, 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나긋나긋했다. 엄마 같아, 츠키시마는 작게 중얼거렸다. 응? 스가와라가 잘 듣지 못했는지 되물어왔다. 츠키시마는 다시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했다.

 

   “츳키는 매일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나 좀 삐져도 괜찮아?”

   “아뇨.”

   “이런 쑥맥이랑 연애하는 내가 바보지.”

   “후회하나요?”

   “그런 말은 연인 앞에서는 하면 안 되는 거야.”

   “그래요?”


   그럼. 스가와라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의 눈이 다시 손톱달 처럼 휘었다. 츠키시마는 손을 들어 스가와라의 눈 밑에 생긴 고양이 수염같은 자국을 쓰다듬었다. 츳키? 하고 스가와라가 묻자 츠키시마는 예뻐서요, 라고 대답했다. 스가와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말하지 않는 대신 그의 손을 꼭 잡아왔다. 츠키시마는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배구부에서와는 달리 그를 독점하고 있는 이 시간이 그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츠키시마는 가끔씩 그를 세상에서 도려내어 자신에게 가두고 싶을 때가 있었다. 어딘가에 가두고, 자신 이외의 사람에게 웃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 사랑해, 라고 말하는 밀어는 자신의 귓가에만 속삭이며, 그 웃음을 자신에게만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가끔 그는 그것을 진지하게 시뮬레이션 하곤 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그곳을 유영하는 비행기가 별로 착각 될 확률만큼. 딱 그 만큼만. 츠키시마는 어색하게 안경 테두리를 매만졌다.

  

   스가와라는 좋다, 하고 속삭였다. 그의 속삭임에 반응하는 것처럼 그의 입술 끝에서 입김이 나왔다. 츠키시마는 아, 하고 입을 벌렸다. 스가와라는 익숙하게 그의 입에 솜사탕을 넣었다. 분명 결정이었을 설탕은 실이 되어 입 안에서 너무나도 쉽게 녹아내렸다. 그것은 마치 한정적인 시간만을 물들이는 불꽃이나 루미나리에와 제법 닮아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등나무 터널에 엮인 루미나리에 사이를 지나갔다. 온 하늘의 별빛을 다 모아둔 것 같아, 스가와라가 속삭였고 츠키시마는 그가 말한것에 이름을 붙여 형태화 한 것이 스가와라라고 생각했다.

 

   츠키시마는 그의 머리카락에 손을 얹어 쓰다듬었다. 겨울이 내리 앉아 차가운 머리카락이었다. 그의 머리카락에 별빛이 든 것처럼 반짝였다. 좋아해요, 츠키시마가 속삭였다. 그 말이 겨울바람 처럼 강하게 스가와라의 마음을 강타하고 지나갔는지, 그는 웬일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알기 쉬운 사람, 츠키시마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엷게 웃었다. 그의 미미한 웃음소리를 들은 것인지 스가와라 또한 나도, 라고 말하면서 미소 지었다. 그는 그 미소에 손가락을 올렸다. 스가와라는 제법 대담하게 그의 손가락 끝을 물어왔다.

 

   너랑 별빛 가득한 곳을 걷고 싶었어. 스가와라가 말을 꺼냈다. 그는 앙상한 솜사탕 가지를 손에 꼭 쥐면서 ‘츠키’시마니까 분명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면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츠키시마는 공원을 가득 채운 전구들을 바라보면서 그의 감수성에 대해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의 얼굴에 붉은 물이 든 것 같았다. 매사에 고인물 같은 츠키시마와 달리 스가와라는 흐르는 물 같은 사람이었다. 츠키시마는 그의 손을 꼭 쥐었다. 지금 그와 그를 이어주는 것은 짧은 사랑과 얽혀있는 손가락 밖에 없다고 느꼈다.

 

   “둘만 있을 수 있어서, 좋아요.”

   “의외로 솔직한 감상이네?”

   “저 의외로 질투 심하다구요.”

   “알고 있어.”

  

   과연 그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츠키시마는 애매하게 웃었다. 스가와라는 츠키시마가 어린애 같은 면이 있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그는 굳게 잡은 손에 힘을 주어 흔들었다. 어린아이처럼 걷는 모양새였다. 츠키시마는 언젠가 자신이 그를 옥죌 날이 올 것임을 알고 있다. 그것은 어미새를 어미로 알고 자란 뱀이 결국에는 그 작고 여린 날개를 입 속에 넣어 찢어발기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는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다가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둘 만의 우주 같아, 하며 스가와라는 츠키시마를 바라보았다. 츠키시마는 그와 눈을 마주치고 웃어 주었다. 그는 손을 잡고 있던 것을 풀고, 츠키시마의 팔에 자신의 팔을 감았다. 그의 심장소리가 팔뚝에 닿았고, 맥이 뛰었다. 그는 다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카게야마였다. 그의 옆에는 히나타가 있었다. 그는 그 둘이 만들어내는 시끄러운 파장을 생각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분명 그들은 자신과 스가와라의 소우주를 방해할 것만 같았다.

 

   츠키시마는 이 안정적인 분위기를 깨기 싫었다. 스가와라는 츠키시마를 불빛이 바뀌는 다리 위로 끌고 지나갔다. 이대로라면 그들과 마주친다. 츠키시마는 그가 자신과 있는 시간에 한 마디라도 다른 사람에게 내뱉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것이 팀메이트라면 더욱 더. 스가와라는 그들을 보면서 웃어줄 게 분명했다. 그들의 소우주에 불청객이 침범하는 것만큼 불쾌한 것은 없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츠키시마는 가까이 다가온 히나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그 시끄러운 소리가 완전히 묻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가와라가 고개를 돌리기 이전에, 츠키시마는 손을 뻗었다. 그는 스가와라의 언 두 귀에 자신의 헤드폰을 씌웠다. ‘츳키’? 하고 그가 물었다. 츠키시마는 주머니를 뒤져 노래를 재생시켰다.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닌 사랑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다리 한 가운데, 별의 모습을 한 전구들이 그들의 성간공간을 채우는 그 때, 츠키시마는 스가와라를 제 품에 가득 가두었다. 크게 튼 사랑노래가 그의 귀에서 비져나왔다. 그는 그 가사가 매우 불안전함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린 모두 어둠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길 잃은 별들인가요? 노래 가사가 물었다. 츠키시마는 그를 끌어안은 두 팔에 힘을 주었다.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발악이었다. 그는 자신의 귓가에 불청객들의 목소리가 사라질 때 까지 그를 안았다. 그의 맥이 팔에서 뛰고, 끌어안은 부분에서 온기가 번졌다.

 

   케이, 하고 스가와라가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번져 나오는 울림은 매우 새로운 것이었다. 코우시, 라고 대답하자 그는 츠키시마의 가슴에 이마를 댔다. 츠키시마는 헤드폰을 살짝 밀었다. 붉게 물든 그의 귓바퀴가 보였다. 츠키시마는 몸을 숙여 스가와라의 귓가에 숨을 대었다. 나랑, 당신이랑, 둘만의, 우주에요. 그는 천천히, 말을 곱씹으며 말했다. 부끄러워, 그가 대답했다. 상관없어요. 츠키시마가 말했다. 그는 그의 등에 손을 대어 느리게 쓸었다. 그의 손가락 너머로 스가와라의 떨림이 전해졌다. 새의 날갯짓과 같은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을까. 츠키시마는 입 밖으로 삐져나오려고 하는 웃음을 억지로 집어넣었다. 좋아해, 하고 스가와라가 속삭였다. 그는 그 달콤한 목소리를 제 안으로 꼭꼭 씹어 삼켰다. 당신의 세상에 나 밖에 없다고, 말해줘요. 츠키시마는 어린아이 같은 부탁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했다. 그의 대답은 옷깃을 꼭 붙잡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는 세게 옷자락을 당기는 손가락마저 자신의 것으로 삼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새의 온기를 삼키는 뱀처럼. 그것은 매우 짜릿한 일일 것이었고 당연히 이뤄야하는 과업정도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것은 혼자의 것으로, 우리 둘만의 소우주에. 그는 눈을 감았다. 스가와라의 심장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입 맞춰도 괜찮을까요, 츠키시마는 그의 붉어진 귓바퀴에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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