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 2015. 3. 7. 01:42
킹스맨 AU입니다^0^ 영화를 볼 때는 참 좋았는데 글로 옮기려니까 제가 너무 부족해서 혼났네요8ㅅT.,.
수트와 남자와 칵테일의 조합은 세계 최강이라구 생각합니다^0^!!!!!
***
랜슬롯은 문을 열었다. 그의 앞에는 가웨인의 추천인이 있었다. 랜슬롯, 하고 부르는 청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그가 청하였다. 평소와 같이 나른하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스가와라는 그의 눈을 바라보면서 문에서 살짝 몸을 비켜 주었다. 비밀임을 당부하는 그는 꽤나 절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잠시 멈추어 그를 감상한 것뿐이었으나, 언제나 효율적이고 냉정함을 추구하는 ‘가웨인의 추천인’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열린 문틈으로 소년이 들어갔다. ‘가웨인의 추천인’ 쿠니미 아키라는 온전히 갤러해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가와라는 그것이 못내 부러웠다. 그는 갈팡질팡하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며,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갤러해드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짙었고, 스가와라는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떠올렸다. 그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스가와라는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닫았다. 그의 몸을 감은 짙은 회색 양복에 복도를 밝히고 있는 백열등 빛이 들었다.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시계를 확인했다. 약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추천인과 함께하는 스물 네 시간이 시작될 것이었다. 스가와라는 자신을 이 세계에 발들이게 한 남자를 떠올렸다. 언제나 킹스맨은 그들의 추천인과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이벤트를 열곤 했다.
그 때, 그는 마티니를 타는 법을 배웠다. 베르무트를 기본으로 한 마티니, 젓지 말고 섞어서. 007 스리즈의 제임스 본드 같은 느낌이 난다고 지적하자, 그는 화사하게 웃으면서 바로 그거라고 대답했다. ‘킹스맨’은 예법과 품위, 약간의 위트를 가진 젠틀맨이지. 스가와라는 가웨인의 지론을 떠올렸다. 그는 작약과 같은 남자였다. 스가와라는 작약의 꽃말을 떠올렸다.
여러 겹의 꽃잎이 겹쳐 만들어낸 풍성한 꽃망울과 달리, 그 꽃이 품고 있는 말은 ‘수줍음’ 이었다. 스가와라는 가웨인과, 작약과의 공통점을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웨인이란 남자는 그 단어와 닮지 않았다. 굳이 비슷한 부분을 찾아보자면 작약의 꽃심처럼, 그의 속내 또한 알기 어렵다는 것 정도일 것이었다. 스가와라는 잠시 멈추어 섰다. 그의 브로그 없는 옥스퍼드의 뒷굽에 망설임이 가득 고여, 미련을 담아 흘러내렸다.
신사에게 고민은 사치와도 같은 것이다. 스가와라는 곧장 걸었다. 이미 방문하기로 연락 한 이상, 그는 가웨인을 만나야만 했다. 그는 코너에서 오른쪽으로 돌았다. 리드미컬한 구두굽 소리가 복도를 크게 울렸다. 그는 허리를 곧추세우고 당당한 걸음으로 움직였다. 그의 추천인이 알려 준 ‘예의’였다. 가웨인의 가르침은 시간이 흐를수록 토양이 퇴적되는 것처럼 몸 안에 스며 있었다.
똑, 똑. 그리고 시간을 담아 똑. 스가와라는 방 안에서 목소리가 들릴 때 까지 대기했다. 이 역시, 가웨인의 예법이었다. 들어와, 그의 옛 추천인이 말했고, 그는 문고리를 잡아 소리가 나지 않게 돌렸다. 그는 뒤를 돌고 있었다. 그의 방 안은 어두웠고, 달달한 꽃향기가 들어 있었다. 가웨인, 하고 부르니 그는 랜슬롯, 하고 화답해왔다. 몇 년째 이어져 오는 호칭이었지만 스가와라는 그것에 쉽게 익숙해 질 수 없었다.
“랜슬롯, 네 추천인은 어디다 남겨두고?”
“가웨인도 마찬가지인걸요.”
스가와라는 웃으며 말했다. 우수한 추천인을 둬서 기쁘겠어, 눈앞의 그는 빈정대며 말했다. 수려한 얼굴에 수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스가와라는 문을 닫고 두어 걸음 다가섰다. 그의 책상 위에는 진과 베르무트가 있었다. 익숙한 블랙 올리브에 스가와라는 마티니, 하고 중얼거렸다. 그는 언제나 추천인과의 마지막 날에 마티니를 마셨다는 가웨인의 소문을 떠올렸다.
쿠니미 군은 좋겠네요, 스가와라가 웃으며 말했다. 가웨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쿠니미가 의외로 술이 약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구닥다리를 싫어하니, 이 올드한 마티니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면서 웃었다. 토비오와는 뭘 할 생각이야? 가웨인이 물었다. 스가와라는 자신이 추천한 아이가 여기까지 온 건 처음이라고 운을 땠다. 그리고 예법을 가르치겠죠, 라는 평범한 대답을 했다.
“토비오는 우수한 학생이니까 예법도 순식간에 배울 걸.”
“그런가요?”
“스물 네 시간을 소비하려면 뭔가 더, 가르쳐야 할 거야.”
“예를 들면?”
스가와라가 물었다. 가웨인은 음, 하고 고민했다. 그는 얼음에 들어 있던 진을 꺼냈다. 우리 원래 목적에 들어맞는 이야기를 할까? 그의 제안에 랜슬롯은 좋다고 대답했다. 그는 마티니를 마시러 오라는 원래의 전보를 그제야 떠올렸다. 스가와라는 자리에 앉았다.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가웨인의 집무실은 언제나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는 쇼파의 광택에 감탄하며 시선을 앞으로 두었다.
난, 토비오가 협동심 항목에서 떨어질 줄 알았어. 가웨인이 말했다. 스가와라는 자신도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을 내뱉었다. 쿠니미도 그쯤에서 떨어질 줄 알았지. 가웨인은 노래하듯 말했다. 그는 사랑의 힘이 대단하다면서 조소했다. 스가와라는 화병 안의 작약을 만지작거렸다. 여린 꽃잎이 손가락 끝에 닿았다. 미적지근한 향이 났다. 피려면 이틀에서 삼일 정도 걸릴 거야. 그는 봉우리를 보며 말했다.
“가웨인 씨는 말야, 쿠니미의 이름은, 스물 네 시간이 지나도 아키라일 거라고 확신해.”
“카게야마 때문인가요?”
“퍼시빌은 토비오의 자리가 되겠지. 떨어질 이유가 없어.”
내가 가웨인인 이유는 토비오가 불완전했기 때문이지. 그는 혀를 내둘렀다. 그는 진 병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그는 광택이 반짝거리는 잔 두 개를 쥐었다. 스가와라는 불과 오년 전, 갓 중학교를 졸업한 나이에 ‘킹스맨’이 될 뻔 했다는 카게야마의 말을 떠올렸다. 청소년기에 하곤 하는 허풍으로 취급 한 말이었다. 소문이 사실이었나요? 그가 취조하듯 물자, 가웨인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지금 매우 기분이 안 좋아. 가웨인이 말했다. 그는 자신의 추천인이 매우 우수하다면서투덜거렸다. 스가와라 또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쿠니미 아키라는 무기사용, 대인응대, 협동심 등, 모든 자질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남자였다. 무기력한 아이였는데, 사랑의 힘은 역시 대단해. 가웨인은 스가와라가 쉽게 알지 못할 말을 내뱉었다. 그는 마티니 잔에 진을 담았다.
“어떻게 해 줄까?”
“이미 진을 따른 것 같지만, 보드카 마티니. 섞지 말고 저어서.”
“오, 이런.”
가웨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지닌 슬픔만큼이나 깊은 수심이 그의 한숨에 가득 담겨 있었다. 스가와라는 진은 취향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킹스맨이라면 싫은 것도 마셔야지. 가웨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베르무트를 부었다. 눈대중으로 섞는 것 같지만 의외로 정확하게 계량했을 게 분명했다. 오늘의 그는 매우 심기 불편한 고양이 같았다.
온 몸의 털이 바짝 선 모양이었다. 스가와라는 다리를 꼬았다. 젠틀맨, 하고 가웨인이 그를 불렀다. 그의 낮은 목소리에 그는 얼른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스승’이곤 했다. 엷게 켠 조명이 가웨인의 ‘작업’에 별빛처럼 흘러내렸다. 반짝이는 마티니 잔을 보면서 스가와라는 자신과 그의 스물 네 시간을 떠올렸다. 베르무트와 진이 잔 안에서 섞이는 듯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토비오에게 너무 많은 걸 가르쳐주진 말아줘.”
“그렇지만, 우리는 킹스맨이고, 토비오가 ‘퍼시빌’이 된다면,”
“동료이기 때문에 모든 걸 알려주어야 한다? 로맨틱 한 말이야.”
“로맨틱하다기보다는 의무적인 소리죠.”
“정답. 랜슬롯도 많이 컸는걸. 어엿한 킹스맨이 되었어.”
가웨인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는 잔 안에 올리브를 띄웠다. 그는 소리 없이 걸을 줄 아는 남자였다. 그가 건넨 잔을 스가와라는 기꺼이 받았다. 유리잔과 유리잔이 키스하며, 경쾌한 울림을 만들어 냈다. 스가와라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윙크했다. 랜슬롯이 이렇게 성장하다니! 가웨인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랜슬롯은 마티니로 입술을 축이며 당신에게 배운 것이라고 대답했다.
눈과 눈이 마주쳤고, 웃음을 담은 눈은 호선을 그리며 감겼다. 눈꺼풀이 위로 올라가며 서로를 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웨인은 한쪽 눈을 감아 윙크했다. ‘받은 것은 되돌려 준다.’ 또한 가웨인의 오랜 신조였다. 어떤 느낌이 들어? 그가 물었고, 랜슬롯은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 같은 느낌이라고 대답했다. 아찔했겠군, 가웨인은 탄식하듯 내뱉었다.
시계 초침이 째깍이는 소리를 냈다. 그의 방에는 큰 회중시계가 있었다. 1과 2사이에서 유달리 큰 소리를 내는, 어설프게 고장난 시계는 전(前)‘가웨인’이 남긴 유품이었다. 가웨인은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를 셈했다. 멀린과 아서가 우리에게 얼마를 줄지 감도 못 잡겠어, 그는 의외로 솔직하게 말했고, 스가와라는 삼십 분 정도는 남았을 거라 장담했다.
가웨인은 랜슬롯의 손에 들린 잔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그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스가와라는 그 노골적인 시선이 불편했다. 머릿속에 담긴 모든 생각마저 훑어보는 듯 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웨인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스물 네 시간 동안 체념을 가르쳐야하는 건 슬픈 일이야. 그의 말에 스가와라는 카게야마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형식적’인 위로를 내뱉었다.
“랜슬롯, 이미 결과는 정해진 일이겠지.”
“동쪽에서 해가 뜨는 것과 같은 일이지요 가웨인.”
“나는 그게 매우 불쾌해.”
재능덩어리들을 일반 사람이 이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몇 년을 고민했지만 대답을 찾을 수가 없었어. 가웨인은 잔을 흔들며 말했다. 스가와라는 어쩔 수 없다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우수한 인재가 원탁에 들어오는 것보다 좋은 일이 없다는 회유로는 그의 불쾌함을 씻어 낼 수 없을 것이었다. 스가와라는 그를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카게야마 토비오는 천재였고, 쿠니미 아키라는 의외로 감수성이 풍부했다.
“쿠니미는 개를 못 쏠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죠?”
“그야 그 개 이름이 짝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가웨인은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는 초조하게 얼굴을 쓸었다. 스가와라는 허락 없이 키스를 구하는 행동이 ‘예의’에 얼마나 어긋날지를 고민했다. 가끔 ‘랜슬롯’과 ‘가웨인’이라는 이름은 난데없는 곳에서 무게를 가지곤 했다. 스가와라는 가웨인의 본래 이름을 입속에 머금었다. 그는 하염없이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사랑이 섞인 체념은 어려운 법이라는 말을 꺼냈다. 스가와라는 쿠니미와 갤러해드와의 관계를 어렴풋이 유추 할 수 있었다.
가웨인은 마티니를 마셨다. 반절 빈 잔을 그는 체리목으로 단단하게 짠 책상 위에 올려두었고, 마티니 잔의 둥근 바닥은 그가 전까지 보고 있던 편지 한 통을 덮었고, 줄어든 수면(水面)을 옐로우 라이트에서 뻗어 나오는 빛이 채웠다. 그는 책상에 걸터앉았다. 그의 몸에 딱 맞춘 감색 양복에 스가와라는 잠시 넋을 놓을 뻔 했다. 여러 장 꽃잎이 겹쳐 만들어내는 작약처럼 화려한 모습에 눈길을 주고 있으니, 가웨인은 눈을 맞추며 웃었다.
그 웃음은 잠시 피었다 사라지는 무지개와 같았다. 스가와라는 그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감정에 다가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등 뒤를 바라보고 걷기로 결심 했을 때부터 익혔던 나름의 생존전략이었다. 가웨인은 마티니 잔을 다시 쥐었다가, 내려놓았다. 칵테일의 표면이 한숨에 간간히 흔들렸다. 스가와라는 그 모든 장면을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포장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포장지였다. 허나 가웨인의 날카로운 표정과는 사뭇 다른 포장임에는 틀림없었다.
“캉가루, 혹은 진 앤 잇.”
“진 앳 인?”
“랜슬롯, 질문을 하나 할게. 이 두 칵테일에 대해서 알고 있나?”
가웨인은 엄숙하게 물었다. 스가와라는 고개를 저었다. 스윗한 발음이라는 것만 알겠어요. 그가 당당하게 말한 대답에 가웨인은 살포시 웃었다. 모른다는 건 넌센스야. 알고 있을 텐데? 그의 말에 스가와라는 고개를 저었다. 교양이 부족한가요? 그가 이어 말한 말에 가웨인은 전혀, 하고 대답했다.
“랜슬롯이 들고 있는 칵테일의 옛 이름이지.”
“아?”
“가령, 가웨인 경의 ‘오이카와 씨’ 같은.”
스가와라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카게야마 토비오라는 이름은 이제 캉가루나 진앤잇 같은 이름이 될 거고, 쿠니미 아키라의 이름은 ‘마티니’ 같이 그대로 남아 있겠지. 가웨인은 천천히 말했다. 그는 잔을 비웠다. 그의 목울대가 움직일 때 마다, 그는 멜랑콜리한 감정을 위 너머로 삼켜내고 있었다.
이 기묘하고 불쾌한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 가웨인이 한탄하듯 말했다. 스가와라는 저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먼 사람 같은 감각을 느끼며 잔을 만지작거렸다. 그는 마티니 안에 들어있는 올리브를 입에서 굴렸다. 베르무트와 진이 가득 묻어 있었다. 나는, 하고 가웨인이 운을 뗐다. 스가와라는 그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는 말 대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스가와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체리목 책상 앞에 위태롭게 서 있는 작약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브로드 없는 옥스퍼드에서 제법 진중한 소리가 났다. 흔들리며 피지 않는 꽃은 없다. 그는 그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예의에 어긋나는 일인가요? 스가와라가 묻자 가웨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지만 오늘은 짐승이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토비오 앞에서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더 가르칠 걸 생각 해 보라면서.”
“오, 랜슬롯. 내가 네 집 창문을 깨지 않도록 언행에 신경 써 주지 않겠니?”
“내게 좀 더 시선을 준다면 고려는 해 볼게요.”
보시다시피 손을 잡을 때 허락을 구하는 법도 모르기 때문에. 그는 그와 시선을 맞췄다. 같은 신발을 신었기 때문에, 눈높이는 여전했다. 스가와라는 오이카와의 넥타이를 쓰다듬었다. 그가 좋아하는 색이었다. 터키옥색 타이에는, 회색 스티치가 들어 가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넥타이죠? 스가와라가 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쿠니미에게는 기쁜 날로 보이고 싶었으니까, 그는 서툴게 대답했다.
스가와라는 그의 타이 매듭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단단하게 묶인 매듭에 마른 입술이 닿았다. 그 당돌한 짓을 가웨인은 멀뚱하게 보고 있다가, 랜슬롯의 회색 머리카락에 손을 얹어 쓰다듬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던데, 스가와라가 흘리듯 말한 말에 오이카와는 둘만 있는 자리에서 연인들은 흔히 짐승이 된다는 말을 꺼냈다. 그의 불안감 중의 한 매듭 정도는 풀리고 있는 것 같아, 그는 내심 뿌듯했다.
오이카와는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스가와라는 이미 잊혀진, 그래서 이제는 둘만 부를 수 있는 이름을 입에 머금었다. 토오루, 라는 이름은 마티니의 옛 이름인 ‘진 앤 잇’, 같은 멋스럽거나, ‘캉가루’와 같이 동글동글하게 뭉쳐 사랑스러운 느낌을 내기도 했다. 그의 말에 오이카와는 코우시, 라는 이름으로 화답 해 왔다. 그는 그의 목소리에서 ‘수줍음’이란 단어를 담은 소담스러운 작약 꽃봉오리를 떠올렸다. 개화의 순간은 이처럼 따듯할 게 분명했다.
“당신은 솔직하지 못한 게 흠이에요.”
“그래서 너랑 있으면 기분이 나빠.”
“날 추천하고, 선택한 당신이 할 말은 아니지.”
“그래서 널 싫어해.”
오이카와는 웃으면서 말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님을 스가와라는 알고 있었다. 싫어한다면 벌써 이 방에서 내쫓겼을 게 분명했다. 그는 손을 뻗어 그의 넥타이와, 그 위의 목선을 쓸어내렸다. 가웨인은 경계하지 않았다. 다만 연인의 이름으로, 스가와라의 손길을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의 목소리에 오이카와는 쾌활하게 웃었다.
날 너무 좋아하는구나, 그는 안심한 듯 중얼거렸다. 스가와라는 심술부리지 않는다면 좋아한다는 단서조항을 내걸었다. 오이카와는 그의 어깨에 두 팔을 얹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피로한 사람이었고, 스가와라는 그를 백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남자였다. 그는 오이카와의 넥타이를 다시금 정리했다. 완벽한 모양을 갖춘 매듭에, 그는 다시 입을 맞추었다. 왈츠의 박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마티니 한 잔 더 마실래?”
스가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진이 아닌 보드카로. 오픈되지 않은 버무스 보틀을 바라보며 10초정도 흔들어서. 그의 주문에 오이카와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마시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무언의 표시였다. 내 추천인에게 심술부리지 않는다면 진 베이스에 ‘흔들지 않는’ 마티니를 마시는 것도 고려 해 볼게요. 그는 한 단어 한 단어를 입안에서 충실히 발음했다.
너무 어려운 조건이야. 할 수 없어. 가웨인 씨는 못 해. ‘가웨인’의 얼굴이 다시 구겨졌다. 스가와라는 그의 얼굴에 손을 얹었다. 매너, 라고 내뱉는 오이카와의 입술에 그는 검지를 올렸다.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마티니 한 잔 주실래요? 스가와라가 눈을 내리깔며 물었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숙여 그의 드러난 이마에 입술을 댔다. 마티니처럼 묵직하게 감겨오는 애정표현이었다.
가웨인은 그에게서 뒷걸음질 쳤다. 그는 뒤를 돌아 다시 술잔을 잡았다. 스가와라는 테이블 위에서 빈 잔을 가져다가, 그의 체리목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가웨인은 다시 솜씨 좋게 진과 베르무트를 다뤘다. 스가와라는 그가 허락하지 않은 소파에 앉아 허리를 기대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스틱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다가 문득, 가웨인이 입을 열었다.
조금 나아진 것 같아. 그의 목소리는 랜슬롯이 아니라 스가와라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담고 있었다. 마티니 때문일 거예요. 스가와라는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마티니는 약으로도 썼다는 말 못 들어 봤어요? 그가 능글맞게 말한 내용에, 오이카와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어느새 양 손에 마티니 두 잔을 들고 스가와라의 맞은 편 테이블에 앉았다. 그의 터키옥색 넥타이에 들어있는 회색 스티치가 멋스러웠다.
“스물 네 시간 뒤에 집무실로 오면 되나요?”
“뒤로 하게 해 줄 거야? 코우시?”
오이카와는 ‘지워진 이름’을 내뱉었다. 스가와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제스처에 그의 맞은편에 있는 남자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입가에 가 있는 마티니 잔의 입구를 바라보다가, 스가와라는 어둑어둑한 조명이 그의 입술에 묻었다는 말을 내뱉었다. 오이카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다가 못 이긴 척 잔을 내려두고, 탁자 위에 한 무릎을 올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일단 이것부터 받아 놔요 토오루, 스가와라는 마티니 가득 묻은 입술로 그의 숨을 서툴게 탐했다. 허락을 구하지 않은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오이카와는 그의 숨결을 받아들였다. 마티니에 들어간 블랙 올리브 같은 키스였다.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가 멀리서 울리는 것 같아, 스가와라는 눈을 감았다. 오이카와의 큰 손이 그의 머리카락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것은 마치 사랑을 움켜쥐려는 움직임 같아, 스가와라는 손을 뻗어 그의 귓불과, 등을 쓸었다.
정말 싫다. 입술과 입술이 떨어진 다음, 가웨인은 그렇게 말했다. 랜슬롯은 스물 네 시간 후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브로그 없는 옥스퍼드화가 다시 경쾌한 울림소리를 냈다. 오이카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상쾌한 바람이 열리지 않은 창 안으로 작약꽃 향기마냥 퍼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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