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가] 홍삼 맛과 딸기우유 맛 사이.

  스가른 전력에 [사탕]이라는 주제로 참가했습니다.

  오이카와를 짝사랑하는 슈가 군이 보고 싶었습니다 ^//^!!!! 남자답게! 서툴게! 고등학생!답게 짝사랑하는 슈가가 좋습니다. 사랑은 기억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오이스가 연애 해~ 사랑 해~!!!





***


    첫 홍삼사탕의 기억은 ‘리시브는 하루아침에 느는 게 아니다’는 설교를 마친 후였다. 오이카와는 선전포고에 가까운 말을 한 다음에 멋있게 뒤를 돌았고 몇 걸음을 걸어갔다.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다 넣었을 때 쯤, 그는 후두부를 무언가가 자신의 후두부를 강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이카와는 멋없게 다시 뒤를 돌았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작은 봉지를 들었다. 검은색 포장지에, 붉은 홍삼이 그려져 있었다. 난데 없는 ‘홍삼사탕’의 등장이었다. 그가 어리둥절 하면서 홍삼캔디를 들고 멍하니 서 있자, 까마귀 무리에 있던 한 사람이 소리쳤다. 아까 벤치 쪽에 있던 멤버였다.


   “너 말 함부로 하지 마!”


   홍삼사탕의 달짝지근하고 늘그수레한 맛과는 사뭇 다른 목소리였다. 오히려 상쾌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오이카와는 사탕으로 맞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다시 뒤를 돌았다. 스가 선배 후두부 서브는 너무하잖아요, 하면서 스님 머리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까마귀 쪽에서 들려오는 여러 목소리들은 팝콘 같은 웃음으로 터져 나왔다.


   오이카와는 다시 뒤를 돌았다. 까마귀들은 무리지어 교문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사탕을 던진 회색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상큼하게 늙은 군. 상큼-늙은군. 애늙은이군. 오이카와는 그의 애칭을 고민하면서 뒤를 돌았다. 포지션이 어떻든 코트 위에서는 통 만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늘어지게 하품했다. 노을이 그의 머리카락에 진하게 들었다.



   오이카와가 두 번째 홍삼사탕을 받은 것은 연습시합 때였다. 여름 인터하이가 시작되기 전에 ‘카게야마’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고 싶다는 감독의 고집 때문이었다. 같은 지구에 있는 상대와, 인터하이 한 달 전에 연습시합을 하는 건 ‘불문율’을 어기는 행위였지만, 연습시합은 의외로 쉽게 성사되었다. 아오바죠사이는 3세트를 해서 두 번 연달아 이겼고, 그 ‘상큼 군은 연습시합의 스코어보드를 넘기는 역할이었다.


   여전히 리시브가 약하다면서 카게야마를 보며 웃자, 얼굴을 찌푸리는 건 ‘상큼-늙은’군이었다. 그는 툴툴 거리면서 서브를 넣는 폼을 취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작은 비닐봉지는 그의 이마를 정확히 강타했다. 허둥지둥하며 손을 밑으로 내려 받으니, 그 곳에는 ‘홍삼 사탕’이 있었다. 여전히 늙은 취향이었다. 오이카와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그는 자신의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스가와라 선배! 카게야마는 그의 뒤를 곧장 따라 갔다. 오이카와는 그의 건방진 후배를 더 골려주고 싶었지만 뒤를 쫓아갈 정도의 사이는 아니었다. ‘취향이 늙은 상큼한 소년’의 이름이 ‘스가와라’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손에 홍삼 사탕을 쥐어주었다. 이와는 쉬는 날에 방에서 배만 지지고 있는 늙은 취향이니까, 이런 거 잘 먹지? 라는 말과 함께.


   이와이즈미는 그의 가슴팍에 홍삼 사탕을 던졌다. 하나마키와 마츠카와가 웃음을 터트린 가운데, 오이카와는 자신의 가슴에서 떨어지는 사탕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아직 저번에 ‘받은’ 홍삼 사탕을 먹지 않은 채였지만, 왠지 챙겨가야 할 것 같았다. 오이카와는 짐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스가와라’를 회상했다. 그의 얼굴이 조금 붉은 것도 같았다. 오이카와는 리시브가 약하다는 말을 듣는 게 그렇게 싫나 짐작 할 뿐이었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세 번째 사탕의 기억을 떠올렸다. 역 앞 분수대에서 받은 물건이었다. 상쾌 군도 약속 있어? 라고 묻는 말에 응 있어, 하고 대답하면서 손에 쥐어준 것이었다. 그것 또한 먹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에게 사탕을 받을 때 마다 기분이 멜랑콜리 했다. 그저 스가와라가 그 사탕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짐작 할 뿐이었다.


   좋아하는 걸 주는 건 날 좋아한다는 뜻인가? 오이카와는 철없이 생각했다. 그는 눈을 깜빡였다. 이와이즈미는 그의 ‘홍삼 사탕’이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고, 하나마키는 좋아했다면 좀 더 상큼한 걸 던졌을 거라고 대답했다. 마츠카와는 그래도 그 홍삼사탕 군이 재미있는 사람일 거라고 추측했고, 쿠니미는 어찌 되었든 그걸 먹지 않는다는 건 오이카와가 상쾌 군을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물었다.


   신경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섯 번째 홍삼 사탕을 만졌다. 역 앞 분수대에서 세 번째 사탕을 받은 그 날, 그는 네 번째 사탕도 받았었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둘은 옆자리에 앉았다. 별 이야기를 할 사이가 아니었기에, 둘은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Maroon 5의 ‘Sugar'를 듣고 있었고, 그의 이름에 들어가는 ‘스가’가 ‘슈가’와 비슷한 발음이라고 생각했다.


   먼저 내린 건 ‘홍삼사탕 군’이었다. 그는 내리기 전에 주머니에서 손을 꼬불거렸다. 그는 후드 집업의 주머니에서 검은색 사탕을 꺼냈다. 예의 그것이었다. 너 이거 진짜 좋아하는구나? 오이카와가 물었고, 스가와라는 너 진짜 눈치 없구나, 하고 대답했다. 오이카와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을 때, 버스가 멈췄다. 스가와라의 대답은 ‘환승입니다’ 라는 소리에 가려져 들리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오늘 받은 홍삼사탕을 만지작거렸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 받은 것이었다. 그는 버스에 타기 전 홍삼사탕을 건넸다. ‘서브’가 아니라 손에 쥐어준 것이었다. 오이카와가 내민 두 손에 그는 사탕 여러 봉지를 쏟아두었다. 나 홍삼 사탕 싫어해, 오이카와가 말했고 스가와라는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새로운 종류의 이지메인가요? 그가 눈치 없이 물었고, 상큼 군은 멋대로 생각하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홍삼 사탕이라니 너무하잖아.”

   “너무 해?”


   스가와라는 그의 말꼬리를 잡고 샐쭉 웃었다. 그 동안은 낱개였는데, 지금은 왜 봉다리 채인데? 오이카와가 다시 물었다.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는 노을이 그들의 머리카락에 들어있었다. 그는 자신보다 한 뼘은 작은 머리통을 바라보았다. 정수리가 둥그렀고, 얼굴은 좀 붉은 것도 같았다. 지기 시작한 해 때문이었다. 스가와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오이카와의 주변에서 머뭇거리는 여자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단박에 기분이 나빠진 것 같았다. 오이카와는 그의 변화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야 다른 사탕은 여자애들이 많이 주잖아? 스가와라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나도 상큼하지 않았다. 오히려 눅진거리는 홍삼젤리, 홍삼사탕의 느낌이 났다. 너 꼭 이거 같아. 오이카와가 말하자 스가와라는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왜 홍삼 사탕이야? 오이카와 씨는 우유 맛이 좋아.”

   “그 편이 기억하기 쉬우니까?”


   스가와라는 즉답했다. 오이카와는 어? 하고 물었다. 스가와라는 다시 똑똑히 말했다. 그 편이, 기억하기 쉽잖아. 그의 말은 노을처럼 느리게 오이카와에게 퍼지고 있었다. 그는 그 말을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가 추측할 수 있는 범위보다 스가와라는 멀리 멀어져 있었다. 좀 더 설명이 필요한데, 하면서 오이카와가 물었다. 그는 두 손에 가득 담겨 있는 홍삼사탕을 하얀 져지 주머니에 우겨 넣었다.


   그의 주머니가 잔뜩 울퉁불퉁해졌다. 스가와라는 여자애들을 다시 둘러보았다. 그는 입술을 쌜쭉하게 내밀었다. 오이카와는 그가 퍽 귀엽다고 생각했다. 멀리서 스가-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있다 갈게, 라고 그는 크게 대답했다. 오이카와는 그 울림에서 마룬파이브의 노래를 떠올렸다. 그의 머릿속에서 익숙한 음들이 맴돌다가 사라졌다. 그의 눈앞에 있는 ‘슈가’가 입을 땠기 때문이었다.


   “홍삼 사탕은 스가와라 코우시이다.”


   너 내 이름은 알지? 스가와라가 물었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코우시인 건 지금 알았어. 그의 목소리에 스가와라는 진작 알려줄 걸 그랬다면서 웃었다. 여전히 상큼한 느낌이었다. 여름 한 가운데서 부는 바람 같기도 했다. 스가와라는 뭔가 자신이 대단한 말을 했다는 듯, 오이카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여전히 그의 메타포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너무 어렵게 돌려 말했다.


   “나 잘 모르겠어.”

   “뭐, 별 할 말 없으면 간다.”


   스가와라는 뒤를 돌았다. 오이카와는 그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기 스가 쨩, 하고 부르니 그는 지체하지 않고 뒤를 돌았다. 오이카와의 말은 입 안에서 머뭇거렸다. 맛없는 홍삼사탕을 혀 위에 올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혀가 잘 움직이지 않았다. 할 말 없으면 갈 거야! 그는 다시 뒤를 돌아 움직였다. 그의 발걸음이 홀가분해 보였다. 오이카와는 이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자신이 핀치 서버로 나갔었던 첫 번째의 연습시합부터, 다섯 번의 홍삼사탕을 받을 때 까지 그는 나름의 은유를 쌓아 올린 것 같았다. 오이카와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스가와라의 뒷머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었다. 그는 이 비유를 직관적으로 알아 챌 수 없었다. 멀어진 스가와라의 키가 더더 작아졌을 때 까지 오이카와는 그의 뒷모습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그가 뒤를 돌았다.


   야! 오이카와! 하고 악을 쓰는 목소리에 오이카와는 어! 하고 대답했다. 스가와라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이 ‘건강히, 잘 지내시나요!’를 외치던 절박함과 닮아 있었다. 그는 야구의 와인드 업 포즈를 취했다. 오이카와는 몸을 살짝 숙이고 두 손을 꽃처럼 펼쳤다. 포수의 미트 같은 손에 스가와라는 정확히 뭔가를 꽂아 넣었다. 먹어! 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또 홍삼사탕이겠거니 싶었지만 잡히는 모양이 달랐다.


   츄파츕스였다. 홍삼사탕과 딸기우유 맛 츄파츕스 간의 거리감에 오이카와가 당황 해 있는 사이, 스가와라는 멀리 달려가 버렸다. 검은색 유니폼 무리들이 파도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오이카와의 뒷덜미를 이와이즈미가 잡았다. 오늘은 수거 물품이 적다? 이와이즈미가 물었다. 오이카와는 자신의 져지 주머니 속의 홍삼 사탕을 보여주었다.


   걔도 참 한결같다. 이와이즈미는 혀를 툴툴 찼다. 오이카와는 손에 쥔 딸기우유 맛 사탕 껍질을 까 입에 넣었다. 참 달았다. 매번 홍삼만 주더니 이건 반칙이었다. 그는 입에 넣은 사탕 꼭지를 잡아 뺐다. 분홍색과 하얀색이 섞인 달달함이 그의 입 안에 여즉 남아 있었다. 홍삼보다 꼭 세 배쯤 달달했다. 그 날 그는 내내 홍삼사탕과 딸기우유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상쾌 군이 깨물어 먹은 사탕의 잔여물처럼 남아있었다.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