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쿠니] 내 주머니에 소금캬라멜이 들어 있는 경위에 대하여

  하나마키 선배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쿠니미가 좋습니다^0^ 맛키의 연애 레벨이 100이라면, 쿠니미의 레벨은 한 10 정도?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맘을 감추고 쿠니미에게 덥썩덥썩 다가가는 맛키가 좋습니다. 이 뒤의 하나쿠니는 아마 곧 사귀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밤입니다 ^q^!!!







***


   시작은 킨타이치가 가라오케에 가면 항상 부르던 노래였다. ‘3분의 1의 순수한 감정’이었다. 쿠니미는 문득 그 노래를 떠올렸다. 뜬금없는 일이었다. ‘부서질 만큼 사랑해도, 3분의 1도 전해지지 않아.’ 로 시작하는 느린 구간이 그의 혀 위에 사탕처럼 올라, 달달함처럼 굴려졌다. 그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그 노래를 흥얼거렸다. 모르는 가사들이 눅눅하게 어물거렸다.


   화장실에 간다던 킨타이치는 돌아오지 않았다. 쿠니미는 아무도 없는 락커룸에서 그 노래를 흥얼거렸다. 박하사탕을 씹어 먹었을 때, 이에 남는 잔여물처럼 한 번 떠오른 음은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쿠니미는 그 노래가 좋았다. 킨타이치가 불러도 ‘나쁘지 않은’데다가, 가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하품을 했다.


   6어서 집에 가서 자야 하는데 락커룸 문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고요함은 상념을 불러오기 마련이었고, 쿠니미는 이 락커룸에서 있었던 일들을 찬찬히 생각했다. 그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명백하게 졸음을 담고 있던 행동은, 그가 ‘그 일’들을 회상할 때 마다 ‘망설임’으로 모습을 바꿔갔다. 그는 뒷머리를 쓸었다.


   “「얼마만큼 너를 사랑해야 이 마음이 전해지는 걸까」.”


   쿠니미는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을 입 밖으로 냈다. 음이 없는 가사는 제법 시적으로 들리고, 하나의, 온전한 고백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자세를 바꾸었다. 그는 의자에 똑바로 앉아, 제 락커 바로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분홍색 이름표가 들어 있었다. 하나마키, 타카히로. 쿠니미는 자신의 이에 찝찝하게 남은 선배를 생각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하나마키가 건네줬던 레몬사탕 같은 느낌이었다. 생각이 많을 땐 레몬 사탕이지. 쿠니미는 그 관용 어구를 혀끝에서 굴려봤다. 인터넷에 따르면 어느 어린이 드라마의 유행어라고 했던 것 같다. 그것도 먼 나라의. 생각이 많을 땐, 레몬 사탕. 쿠니미는 그 말의 기원이 퍽 하나마키처럼 엉뚱하고, 그처럼 다정하며, 하나마키처럼 먼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 때도 지금처럼 고요했다. 둘 밖에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조구치 코치는 쿠니미가 설렁설렁 뛴다고 말하며 나머지 훈련을 시켰고, 그 순간 핸드폰을 보고 있던 하나마키에게 나머지 연습을 도우라고 지시했다. 카라스노에게 진날이었고, 코트 위의 카게야마가 웃고 있던 걸 본 날이었다. 마음이 뒤죽박죽했고 싱숭생숭하다는 것을 미조구치는 전혀 고려해주지 않을 것이었다. 기분이 나빴다.


   입술울 쭉 내밀고 미간을 좁히고 있던 쿠니미에게 하나마키는 금세 다가왔다. 그는 긴 체육복 바지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지퍼를 올렸다. 여자 친구예요? 쿠니미는 그렇게 물었다. 하나마키는 고개를 저었다. 요즘 썸 타고 싶은 사람. 그는 쿠니미의 말을 정정하며 대답했다. 쿠니미는 고개를 숙였다. 하나마키는 제법 시원시원하게 웃는 사람이었다.



   그 모습에 두근거렸던 것도 같았다. 쿠니미는 핸드폰 위에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는 인터넷검색창을 천천히 훑었다. ‘레몬 사탕’을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한 정보만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었다. 아무리 답을 찾아도 인터넷은 대답해주지 않는다. 쿠니미는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림자처럼 다시 하나마키가 밀려왔다. 여전히 그 날의 기억이었다.


   쿠니미와 같은 포지션의 선배는 토스를 전혀 올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잔뜩 스파이크를 치게 해 주고, 점프하게 하고 싶지만 안 될 것 같다면서 하나마키는 네트 반대편에서 서브를 넣었다. 공이 하나 둘, 늘어 갈 때마다 쿠니미는 한숨을 푹푹 내 쉬었다. 킨타이치는 이미 돌아간 후였고, 집으로 가는 버스는 끊길 것 같았다.


    체력이 이래 약해서야 어쩌누. 하나마키는 공을 주우며 말했다. 쿠니미는 코트에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하나마키는 바지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소리’모드로 해놓은 핸드폰의 버튼음이 요란했다. 궁금해? 그가 물었다. 쿠니미는 고개를 저었다. 너 나 뚫어지게 쳐다보길래. 하나마키는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쿠니미에게 뭔가를 던졌다.


   쿠니미는 뒤로 넘어지며 그가 던진 물건을 받아냈다. 사탕이었다. 노란 사탕. 생각이 많을 땐 레몬 사탕이라는 말이 따라왔다. 입에 넣으니 싸한 민트와 함께 상큼한 맛이 번져왔다. 맛있지? 그가 눈웃음치며 물었고 쿠니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 저 사탕 별로 안 좋아해요, 라는 퉁명스러운 말에 하나마키는 나도, 라고 대답 해 왔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내가 요즘 좋아하는 여자가 이거 좋아하거든. 그래서 멋있게 주려고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던 건데. 하나마키는 발랄하게 사탕의 기원에 대해 말했고, 쿠니미는 그 말이 모두 듣기 싫었다. 그의 뚱한 얼굴에 하나마키는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생각 많은 표정이다. 하나마키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와 쪼그려 앉았다. 하나마키가 만들어 내는 그림자가 쿠니미의 얼굴에 짙게 내렸고, 하나마키는 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예쁘네.”


   그리고 난데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쿠니미는 몸을 떨었다. 그 때의 목소리가 번져 온 탓이었다. 그 말을 생각할 때면 소름이 돋았다. 그가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쿠니미는 주머니를 뒤적였다. 사탕 한 개가 부시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레몬 사탕이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레몬 사탕. 쿠니미는 그것을 까 입에 넣었다. 그녀에게 줄 사탕을 하나마키는 꼭 쿠니미에게 건네곤 했다. 자신이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이건, 명백한 반칙이었다. 쿠니미는 사탕을 혀 위에서 굴렸다. 그것은 키스와 닮은 행위였다. 쿠니미는 눈을 감았다. 눈 위에 그림자가 번져오는 것만 같았다. 그는 하나마키와 키스하는 자신을 상상한다. 그의 혀에서는 레몬 사탕 맛이 날 것이었다. 평소 좋아하는 슈크림 같은 스위츠보다는 민트가 섞인 싸인 향이 ‘쿠니미 아키라와 하나마키 타카히로와의 키스’에 어울렸다.


    숨이 찬 느낌에 쿠니미는 눈을 서서히 떴다. 아무것도 없는 천장, 그 백열등 빛이 쿠니미의 눈 속으로 깊게 쏟아져 내려왔다. 그는 숨을 들이쉬었다. 목 끝까지 차오르는 숨에서 사탕 맛이 났다. 기분이 나빠졌다. 쿠니미는 그의 주머니에 여전히 레몬사탕이 들어있을지를 생각했다. 그녀가 좋아한다던 레몬사탕.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레몬사탕.


   쿠니미는 그의 주머니 속에서 레몬사탕이 없어지길 바랐다. 그 대신 그 주머니 안을 소금 캬라멜이 가득 채우는 상상을 했다. 더 이상 그가 스파이크를 위해 점프할 때, 껍질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쿠니미는 하나마키와 아무런 관계가 아니었기에, 그의 소원은 단순한 ‘바람’으로 남아 있을 것이었다. 그는 눈을 깜빡였다. 눈물이 차올랐다가, 금세 메말라갔다.


   사랑은 레몬사탕 맛으로 왔다. 쿠니미는 입 안에 든 둥그런 사탕을 세게 깨물었다. 이 사이에 사탕이 껴서, 그 자리에 상큼함을 남기고 있었다. 그는 혀로 그 부분을 설설 문질렀다. 정말로 키스하는 느낌이 들어 그는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부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쿠니미는 반가운 얼굴로 일어났고, 당황스러움에 멈추어 섰다. 그 곳엔, 하나마키가 있었다.


   그의 분홍색 머리카락에 백열등 빛이 들어 반짝였다. 나 보려고 남아있었어? 하나마키가 능청스럽게 물었다. 쿠니미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앞에 서 있을 때면 요령을 부릴 수 없어졌다. 쿠니미는 제 그림자 위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하나마키는 그런 쿠니미를 보면서 짧게 웃었다. 장난기를 가득 담고 있는 입술위에, 쿠니미는 키스하는 상상을 했다. 그의 까칠까칠한 입술과 립밤을 잔뜩 바른 자신의 입술이 부벼지는 공상은 망상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는 분홍색 이름표가 붙은 락커를 열었다. 쿠니미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너 이 시간대면 버스 끊기는 거 아냐? 그가 물었고, 쿠니미는 킨타이치가 오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부실 안은 하나마키가 락커룸 안의 물건을 정리하는 소리가 메우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락커룸을 천천히 정리하다가,


   “걔 내가 보냈어.”


   라고 말했다. 쿠니미는 네? 하고 되물었다. 하나마키는 너랑 같이 돌아가는 게 질투 나서 보냈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는 이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요동치고 있었다. 정말요? 하고 묻는 쿠니미의 목소리에 하나마키는 그럼, 하고 대답했다.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문득 뒤를 돌아 쿠니미에게 사탕을 던졌다.


   아직도 이에 남아있는 것과 같은 맛이었다. 생각이 많을 땐 레몬사탕, 이라고 말하면서 키득거리는 하나마키의 뒷모습을, 쿠니미는 진득하게 눈에 담아냈다. 왠지 네 앞에 있으면 장난을 치고 싶더라. 그는 능글맞게 말했다. 쿠니미는 정말로 울고 싶었다. 여자 친구랑은 잘 돼가요? 그가 다시 물었고, 하나마키는 썸 타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대답했다.


   ‘3분의 1의 순수한 감정’의 마지막 부분은 “부서질 정도로 사랑해도, 3분의 1도 전해지지 않아. 순수한 감정은 헛돌기만 할뿐, 사랑하는 말조차 할 수 없는 내 마음.” 이란 가사로 자리한다. 쿠니미는 그 노래를 떠올렸다. 하나마키는 여전히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고, 쿠니미는 그의 농담에 멋대로 휘둘리고 있을 뿐이었다. 짝사랑이란 깊은 수렁에서 쿠니미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막막한 마음에 그는 한숨을 내 쉬었다.


   “생각이 많아?”

   “네.”

   “레몬사탕 하나 더 줄까?”


   하나마키는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쿠니미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탄 가슴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왜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어? 내가 락교 보낸 게 그렇게 서러워 쿠니미야? 하나마키가 어린애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쿠니미는 아까 먹은 레몬 사탕이 이에 남아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너 숨기는 거 어색하구나? 하나마키가 물었다. 쿠니미는 고개를 저었다. 완고한 표현에 하나마키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는 제 후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고운 입술에 짙게 바른 색 없는 립밤이 반짝였다. 하나마키는 그의 볼과 입술을 설설 쓸다가 다시 뒤를 돌았다. 쿠니미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같이 갈래?”


    하나마키가 물었다. 쿠니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절 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하나마키는 그에게 레몬 사탕 하나를 더 던졌다. 착한 아이에게는 레몬사탕이지, 하는 그의 목소리에 쿠니미는 여자 친구에게나 잔뜩 주라는 말을 내뱉었다. 털을 잔뜩 세운 고양이 같은 말이었다. 하나마키는 키득키득 웃었다. 쿠니미는 그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정말, 울고 싶었다.


   같이 갈 거지? 하나마키가 다시 물었다. 네, 하고 쿠니미가 다시 대답하자 그는 주머니에서 캬라멜 하나를 까서 쿠니미의 입에 밀어 넣었다. 너 이거 좋아한다며? 하고 묻는 목소리에 쿠니미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지는 여우의 심정을 백분 이해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탕과 다른 진득한 맛이 혀 안에 감겨왔다.


   밤이 어두우니까 손잡아 줄게. 하나마키는 농담을 하는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쿠니미는 그의 빈손을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너 손 부드럽구나? 하고 묻는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게 가깝게 들렸다. 쿠니미는 손과 손이 얽힌 자리가 녹아버릴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입술이 화끈거렸다. 그의 손이 닿은 자리였다.


   “누가 그러는데 단거에 소금을 치면 더 달콤한 느낌이 든데.”


   하나마키가 문득 말했다. 맥락 없이 단번에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그래서 소금 캬라멜을 만드는 건가요? 쿠니미의 어색한 말에 하나마키는 그럴지도 모른다면서 웃었다. 하나마키는 날이 춥다면서 그의 재킷 주머니에 쿠니미의 손을 끌어넣었다. 부스럭거리는 사탕 봉지가 손끝에 닿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가로등 길게 늘어진 밤길을 걸으면서 쿠니미는 매우 불쾌했고, 하나마키는 실실 웃고 있었다.


   헤어지는 골목에서 하나마키는 먼저 멈추었다. 생각이 많은 표정을 하고 있네, 하면서 웃는 모습은 여전히 멋있었기에, 쿠니미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하나마키는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쳐 왔고, 쿠니미는 바짝 얼어 입술을 깨물었다. 고운 입술이 다 망가진다고 말하면서 하나마키는 그의 주머니 속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넣었다. 쿠니미는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았다. 정말이지 엉망인 하교였고, 생각만 많아지는 밤이었다.

   “내일 봐.”


   하나마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쿠니미는 왜 먼저 갔냐는 킨타이치의 메시지를 확인하며 뒤를 돌았다.

   하나마키 타카히로는 여전히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